비트코인 채굴업계가 채굴 역량 강화와 사업 다각화를 통해 반감기 이후 운영에 대비해왔다고 21일(현지시간) CNBC가 보도했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트랜잭션 검증 작업을 수행한 채굴자에게 '비트코인'을 보상으로 지급한다. 현재 비트코인 블록체인에는 트랜잭션을 처리하고 비트코인 보상을 받기 위해 10여개 상장사와 전 세계 수천개의 소규모 채굴업체가 경쟁하고 있다.
한편,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공급량 조절 및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21만개 블록이 추가되는 4년마다 보상금을 50% 삭감한다. 지난 주말 비트코인 반감기가 진행되면서 채굴 보상금이 6.25 BTC에서 3.125 BTC로 줄었다. 2012년, 2016년, 2020년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 반감기다.
반감기에 앞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채굴 업계의 수익성 및 운영 악화 우려가 높았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21%를 차지하는 14개 비트코인 상장 채굴업체의 종합 시가총액은 이달 들어 28% 줄어든 142억 달러를 기록하며 연중 최저 수준을 보였다. 해당 기간 가장 좋은 실적을 기록한 채굴 종목은 '비트디어'로 약 20% 하락했다. 스트롱홀드 디지털 마이닝은 46%의 주가 하락을 경험했다.
◇ 채굴업계 "반감기 익숙, 대응 준비 마쳐"
한편, 몇 번의 반감기를 거친 채굴업계는 수년간 전력 비용 절감, 장비 효율화 등을 추진하며 반감기 이후 변화에 대비해왔다는 입장이다.
아담 설리번(Adam Sullivan) 코어사이언티픽 CEO는 "과거 반감기에 이미 인프라 확장 과정을 거쳤다"면서 "충분히 준비하지 않을 경우 반감기가 기업에 입히는 손실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감기에 대비한다는 것은 전력 전략과 소프트웨어 역량, 운영을 모두 평가한다는 의미"라면서 기업의 충실한 준비 여부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대형 금융기관 '캔터 피츠제럴드'가 코인당 가장 적은 비용을 투입하는 업체로 꼽았던 싱가포르 '비트디어'는 반감기 대응을 위한 핵심 전략은 연구개발을 통해 수직적 통합을 강화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하리스 바싯 비트디어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직원 25%가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4nm 채굴 장비, 인공지능 클라우드 제품 등 새로운 기술 혁신과 수익원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라이엇플랫폼 제이슨 레스(Jason Les) CEO는 "오랜 기간 낮은 전력 비용, 탄탄한 대차대조표, 운영 규모 확대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 반감기를 견뎌내고 성장할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면서 "보상금이 줄었지만 이번 연말 일간 비트코인 채굴량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70%의 주가 반등을 경험한 마라톤 디지털의 CEO 프레드 틸은 "CAPEX(미래 이윤 창출을 위한 지출 비용)를 인프라가 아닌 채굴 장비에 투입하는 자산경량화 접근방식을 통해 빠르게 성장했다"고 밝혔다.
업체는 "건설 및 대체비 대비 적은 비용으로 부지를 구입해, 보유 비중을 5%에서 53%까지 확대했다"면서 "한계 비용 기준으로 채굴 비용을 최대 20%까지 낮췄다"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 말 신규 부지에 최신 장비를 배치해 채굴 효율을 10~15% 더 개선하고 자체 맞춤형 펌웨어 배포를 통한 운영 효율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채굴 업계는 사업 모델 다각화도 진행 중이다. 마라톤디지털은 에너지 하베스팅 부서를 설립, 미개발 메탄 및 바이오 매스를 에너지로 전환하는 사업을 통해 보조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
디지털 자산운용사 코인셰어즈는 최근 보고서에서 고부가가치컴퓨팅(HVC)의 초기 사례인 비트코인 채굴업계의 인공지능 사업 확장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미 비트디지털, 하이브, 헛8, 테라와프, 코어사이언티픽 같은 채굴 회사 모두 인공지능 사업을 운영 중이거나 관련 사업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채굴업계가 지속적인 시장 경쟁 심화와 수익 감소에 익숙한 산업이라는 분석도 있다.
캐슬 아일랜드 벤처스의 닉 카터는 "채굴은 힘든 산업"이라면서 "자유 시장이기 때문에 기본만 갖추면 누구나 진입할 수 있으며 잉여 전력을 보유한 많은 국가들이 이를 채굴에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P모건은 이달 16일 리서치 노트에서 "이달 업계 경쟁 수준과 채굴 난이도를 나타내는 지표 '네트워크 해시율(채굴 투입 컴퓨팅 파워)'는 전월 대비 4% 증가했다"고 밝혔다. 스트롱홀드 CEO는 "2020년 5월 이후 5배 가까이 증가한 해시율에 비해 반감기 역풍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 네 번째 반감기, 과거와 양상 달라
암호화폐 시장이 성장하면서 이번 반감기는 이전과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반감기는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에 따른 가격역학 변화가 선행했다. ETF에 대한 기록적인 자금 유입이 비트코인 수요와 연결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7만300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라이엇 CEO는 "비트코인 ETF는 비트코인에 자본을 유입시킬 거대한 파이프라인으로 입증됐다"면서 "최근 홍콩에서도 규제 승인이 나면서 ETF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비트코인 가격 움직임이 ETF 시장 성장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반감기 이후 몇 달, 몇 년 동안의 비트코인 채굴 경제에 대해 매우 낙관한다"고 말했다.
스트롱홀드 CEO는 17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 중인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가 "이달 10억 달러의 비트코인만 추가해도 반감기 이후 채굴산업 공급량보다 많은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전과 달리 '채굴 보상금'이 채굴산업의 유일한 수익 유형이 아니라는 점도 큰 변화다. 최근 비트코인 프로그래밍 혁신이 일어나면서 비트코인 블록체인 기반 프로젝트 생태계가 급성장하고 하고 이는 채굴자의 트랜잭션 수수료 수익 증가로 이어졌다.
아브라 CEO 빌 바히트(Bill Barhydt)는 "비트코인 블록은 크기가 고정되어 있지만, 비트코인 거래자, 비트코인 NFT '오디널스'와 디파이 같은 신규 활용 사례, 미국, 홍콩, 유럽 등의 상장 상품 정산, 라이트닝 결제 거래 등 블록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채택률로 볼 때 비트코인 상승과 블록 수요 증가에 따라 이번 주기의 트랜잭션 수수료는 2년 이내에 이전 주기 정점 대비 10배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슬 아일랜드의 카터는 수수료 수익이 줄어든 보상금 수익을 만회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그는 "수수료는 매우 주기적인 경향이 있기 때문에 혼잡할 때는 급격히 상승하지만 평상시에는 0에 가깝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아직까지 지속적이고 강력하며 견고한 수수료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한편, 대규모 반등을 보이며 블록 보상금 삭감 영향을 상쇄하고 채굴자 부담을 완화시켰던 과거 반감기와 달리 이번 반감기는 비트코인의 극적 반등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비트코인은 현재 6만600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ETF 기대감과 수요를 통해 비트코인이 상당한 상승 실적을 올린 만큼 이번 반감기로 인한 채굴업계 부담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투자은행 니덤(Needham)은 이달 16일 리서치 노트에서 "비트코인이 6만 달러에서 7만 달러 범위에서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반감기에 따른 50%의 채굴 수익 감소가 예상 'EBITDA(세전·이자지급전이익)' 마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니덤 애널리스트 팀은 비트코인이 6만 달러만 넘는다면 채굴업체가 체감하는 대한 반감기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반감기보다는 "지정학적 긴장과 금리 정책이 단기적으로 암호화폐 가격 움직임의 가장 큰 동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JP모건 애널리스트 팀도 이달 리서치 노트에서 "최근 (채굴주) 약세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진입점을 제공한다"며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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