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통화정책에 대한 연준 인사들의 기존 견해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 인사들은 12월 CPI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할 만큼 물가가 확실히 연준 목표 수준인 2%로 돌아가고 있다는 신호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11일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12월 CPI는 전년 대비 3.4% 상승하며 직전월 3.1%, 예상치 3.2%를 웃돌았다. 전월 대비로는 0.3% 오르며 직전월 0.1%, 예상치 0.2%를 상회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항목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대비 3.9% 상승하며 예상치 3.8%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전월 대비로는 0.3% 오르며 직전월 기록 및 예상치에 부합했다.
관계자들은 통화당국이 통화정책 완화와 금리 인하를 시작할 정도로 물가가 개선됐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를 찾고 있지만 이번 물가 데이터에서는 확답을 얻어내지 못했다는 반응을 볼였다.
전년 대비 근원 물가가 처음 4% 밑으로 떨어진 가운데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물가 하락으로 2023년 마지막 달을 장식했다"면서 "주택 물가는 예상보다 약간 더 높았지만 서비스 물가는 기대보다 더 개선됐다"고 평했다.
다만 "연준이 금리인하를 시작할 만큼 충분한 진전이 있었는지 확신할 수 없다"면서 "앞으로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 데이터가 남은 만큼 결정에 여지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준 총재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12월 CPI는 연준이 해야 할 일이 더 많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었다"면서 "여전히 제한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리인하에 앞서 더 많은 근거를 볼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 금융 시장에서 예상하는 3월 금리인하는 너무 이르다"고 진단했다.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 총재는 "12월 물가 데이터는 예상대로 였다"면서 "상품 물가는 천천히 상승했지만 주거·서비스 물가는 여전히 더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킨 총재 역시 "연준이 금리인하를 시작해야 할 만큼 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확신을 주지 못했다"고 평했다.
그는 "서비스·주거와 상품 물가의 격차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면서 "상품 물가 둔화 주기가 끝난 상태에서 불균형하게 서비스·주거 물가를 부담하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리치몬드 연은 총재는 지난 6개월 물가가 연준 목표치 2%에 근접하는 등 진전이 있었던 만큼 "보다 광범위한 (물가 개선) 근거들이 확인되고, 서비스·주거 물가 상승 속도가 느려지면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오는 30~31일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1월 금리동결(95.3%)을, 3월 금리인하(64.5%)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