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관련 입법을 추진하는 가운데 청문회를 열고 전문가 견해를 청취했다고 28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가 보도했다.
미구엘 페르난데스 오르도네즈 전 스페인 중앙은행 총재는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가 주최한 '디지털 유로' 청문회에 전문가 증인 4명 중 한 명으로 참석해 디지털 유로 지지 발언을 내놨다.
그는 "디지털 유로는 예금과 달리 안전한 자산이며 은행 위기를 끝내거나 은행 규제를 완전히 없애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오르도네즈 전 총재는 지난 두 번째 글로벌 경제 위기가 은행 예금과 같은 위험 자산에서 발생한 것이라면서 예금은 돈이 아니라 돈을 돌려주겠다는 약속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디지털 유로는 유로지만 은행 예금은 유로가 아니다"라면서 "예금은 유로를 지불하겠다는 약정에 불과하기 때문에 은행이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면 위기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르도네즈 전 총재는 CBDC가 안정성이라는 강점을 가져올 수 있으며, 은행 예금 대신 디지털 유로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덧붙였다.
CBDC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고객이 예금을 인출해 CBDC로 전환하면 은행 업계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규모 인출이 이뤄질 경우 유동성 경색을 일으키고 경제 전반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개인의 디지털 유로 보유량 한도를 설정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보유 한도 규정을 일시 도입했다가 궁극적으로는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일각에선 대중에 대한 금융 감시 및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도 우려로 제기되고 있다.
오르도녜스는 디지털 유로화가 은행 규제를 완전히 없앨 수 있다고도 발언했다.
그는 "은행 업계는 가장 보호되며 모든 경제 부문 중 가장 많이 개입되는 분야"라면서 "규제 완화는 성장에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유럽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유로화는 예금 보험이나 건전성 요건 같은 규제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경쟁력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CBDC를 통해 유럽중앙은행이 직접적인 통화 정책을 실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중앙은행은 금리를 변경할 필요가 없을 것이며, 은행 안정성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지 않고 통화정책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르도녜스 전 총재는 "현재 우리는 실물 화폐의 점진적 쇠퇴와 위험한 민간 디지털 화폐로의 전환을 목도하고 있다"면서 "이는 공공 화폐 도입의 유용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이유"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CBDC가 금융 결정의 중앙화, 통화 정책과 정부 재정 간 분리, 실질적인 유럽 통화 연합 구현에 유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이탈리아 경제학자 이그나지오 안젤로니는 "CBDC 발행 결정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앞서 '디지털 유로, 의심스러울 때는 멈추되 준비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탈리아 경제학자 이그나지오 안젤로니는 "CBDC 도입과 같은 침해적인 공공 개입 형태는 현 시스템이 명확히 오작동할 때만 정당화될 수 있다"면서 "현재는 그러한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