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EC "리플 판결, 항소서 법적 쟁점 풀어야"...업계 "위선적 태세 전환" 비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리플 판결이 낳은 법적 쟁점을 풀기 위해 '중간항소'를 진행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주장했다.

SEC는 9일(현지시간) 법원에 중간항소 승인을 요구하는 문건을 제출하며 "거래소를 통해 개인 투자자에게 XRP를 제공한 리플의 행위가 증권법 위반인지 다투기 위해 항소법원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증권 당국은 "(거래소를 통한) 프로그램 판매와 기타 배포에 대한 판결은 복잡하게 얽힌 법적 문제를 나타낸다"면서 항소법원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당국은 같은 법원에서 상반된 판결이 나온 점과 동일한 쟁점을 가진 다른 사건들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SEC가 언급한 상반된 판결은 SEC와 테라폼랩스 간 소송에서 나왔다. 테라 사건 담당 판사는 "거래소를 통한 블라인드 거래였다는 점이 하위 테스트의 적용을 배제시킬 수 없다"며 리플 판결 인용을 거부한 바 있다.

사진=리플 판결에 대한 항소를 요구하는 SEC 문건 갈무리

SEC는 "리플이 스스로 이번 소송을 '산업 전반에 중대한 의미와 특별한 영향을 갖는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정확히 '중간항소' 진행이 필요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리플이 여러 차례 기관 판매 관련 판결에 항소할 뜻을 나타냈다"면서, "이 같은 추가 소송 진행은 엄청난 법정 자원의 낭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법원은 기관에 대한 XRP 판매의 증권성을 인정하는 한편, 거래소를 통한 프로그램 판매와 기타 배포 활동은 증권성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SEC는 8월 9일 해당 판결에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같은 달 17일 담당 판사는 해당 의견을 받아들여 리플에 9월 1일까지 반대 의견을 내도록 했다.

이에 리플은 "중간항소를 정당화할 충분한 근거가 없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번 SEC 문건은 이 같은 리플의 중간항소 기각 신청에 대한 답변이다.

이날 스튜어트 알데로티 리플 최고법률책임자(CLO)는 트위터(X)를 통해 "SEC는 '규제는 이미 명확하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수년 동안 주장해왔다"면서 "복잡한 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긴급하게 항소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위선적인 태세 전환(hypocritical pivot)'"이라고 비판했다.

알데로티 CLO는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이 일관성 없이 교묘하게 행동하며 관할권 확대 욕심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SEC와 법정 다툼에 들어간 또다른 암호화폐 기업 '코인베이스'의 최고법률책임자(CLO) 폴 그루월은 "(SEC 주장대로) 법원에서 풀어야 할 복잡하게 얽힌 법적 사안이 있었다면, 어떻게 암호화폐 기업에 대한 공정한 고지가 이뤄졌을 수 있냐"며 힐난했다.

최근 SEC의 암호화폐 산업 규제 방식을 비판하거나 탈중앙화 금융(DeFi, 디파이)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면서 업계 반발뿐 아니라 정치권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법원은 그레이스케일 신탁-ETF 전환 신청에 대한 SEC의 반려 결정을 '임의적이고 변덕스럽다'고 평가했다. 작년 사라 넷번 판사도 리플 사건에서 힌먼 문건 내용을 다루는 가운데, SEC의 모순된 태도를 '위선적'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이날 톰 에머 하원의원은 포괄적인 규제가 마련되기 전까지 SEC의 암호화폐 산업 감독을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잘못된 규제 방식을 비판하면서 "게리 겐슬러 위원장과 SEC가 권한을 남용하고 납세자 자금을 오용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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