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의 핀테크 책임자는 암호화폐가 어떤 화폐 기능도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란은행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부문을 이끄는 톰 허튼(Tom Hutton) 총괄은 최근 런던에서 열린 암호화폐 행사에서 디지털 파운드 도입 계획에 관해 연설하며 이 같이 발언했다.
톰 허튼 총괄은 CBDC와 관련해 상충되는 두 개념 '프라이버시'와 '익명성'에 중점을 두고 연설했다.
그는 "디지털 파운드는 최고 수준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경우에만 실행 가능하지만, 이 같은 상품이 '익명성'을 가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톰 허튼 총괄은 "프라이버시와 익명성을 동의어처럼 사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민간 디지털 화폐가 더욱 익명성을 가진다는 주장에 대해 "모든 전자 결제는 데이터 흔적을 남긴다"며 반박했다. 그는 "문제는 누구에게 데이터가 전달되는지, 그 사용 조건은 무엇인지"라고 설명했다.
암호화폐가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과 영국의 높은 금융 범죄 수준을 언급하면서 "익명성은 공공 정책의 문제이며 계속 허용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암호화폐는 어떤 화폐 기능도 수행하지 않는다"면서 "디지털 파운드가 암호화폐와 상호 운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존 쿤리프(John Cunliffe) 영란은행 부총재 역시 민간 디지털 화폐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영란은행 부총재는 지난달 한 연설에서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결제 효율성과 기능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상업 은행 화폐와 기존 결제 시스템에 적용되고 있는 견고성과 통일성 기준을 충족할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다만 "최근 결제 및 화폐 트렌드가 지속될 경우 '디지털 파운드'는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란은행은 아직 디지털 파운드 출시 여부나 일정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2월 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향후 디지털 파운드가 필요할 수 있지만 결정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입장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