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Grayscale)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디지털 대형주 ETF(상장지수펀드) 상장을 위한 S-3 서류를 제출했다. 해당 펀드는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솔라나(SOL), 카르다노(ADA), XRP 등으로 구성된 다양한 암호화폐 포트폴리오를 포함한다.
그레이스케일은 4월 1일 SEC에 비상장 상태인 ‘그레이스케일 디지털 대형주 펀드’를 ETF로 전환하기 위한 신청서를 접수했다. 이 펀드는 지난 2018년에 출범했지만 실제 거래소에 상장되지는 않았으며, 현재 약 6억 달러(약 8,760억 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 중이다. 다만 지금까지는 고액자산가와 기관 투자자 등 인증된 투자자에게만 제공됐다.
이번 신청은 뉴욕증권거래소 아르카(NYSE Arca)가 지난해 10월 SEC에 제출한 상장 허가 요청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관들은 그레이스케일 펀드가 정식 ETF로 전환돼 일반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움직임이 미국 내 암호화폐 ETF 규제 완화 조짐에 따른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 12월 SEC가 해시덱스(Hashdex)와 피델리티(Fidelity)가 제안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기반 혼합형 ETF의 상장을 승인한 바 있으나, 당시 승인된 ETF는 주요 코인으로 범위가 제한돼 있었다. 이번 그레이스케일의 신규 ETF 신청은 본격적인 알트코인 확장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SEC는 다양한 암호화폐 ETF 신청서를 검토하고 있으며, 스테이킹이나 옵션 기능을 포함한 기존 펀드 수정, 또는 솔라나와 XRP 등 알트코인을 포함한 신제품 출시에 대한 심사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 최근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규제 당국의 입장이 다소 완화된 것도 관련 ETF 상품의 승인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배경이다.
암호화폐 은행 시그넘(Sygnum)의 리서치 총괄 카탈린 티슈하우저는 “ETF를 통한 암호화폐 지수 투자 상품은 전통 증시의 S&P500 ETF처럼 투자 효율성이 갖춰진 다음 단계”라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외의 포트폴리오 확대는 인덱스 투자에 대한 수요 확대 신호”라고 설명했다.
올초부터 암호화폐 지수 ETF의 출현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그레이스케일의 행보는 ETF 시장에서 주요 알트코인을 포함한 상품이 하나의 투자 기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