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 보안성과 검열 저항성은 기존 금융 시스템에 대한 대안으로서 막강한 상징성을 가졌다. 하지만 현재 이 강력한 디지털 저장소는 전례 없는 기술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바로 ‘양자 컴퓨팅’의 등장이다. 막강한 연산 능력을 바탕으로 기존 암호 알고리즘을 무력화할 수 있는 기술이 성큼 다가오면서 비트코인 역시 이에 대응한 업그레이드를 고민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 기술적 위험을 넘기 위해 강력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양자 내성을 갖춘 하드포크가 단순한 선택이 아닌 ‘필연’이라고 경고한다. 이 변화가 단순히 보안 향상을 넘어 비트코인의 핵심 구조—특히 ‘풀 노드(Full Node)’ 운영자에 대한 인센티브 체계—를 다시 설계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비트코인 네트워크에는 수만 개의 노드가 존재하지만, 이 중 상당수가 거래소나 채굴풀 등 중앙화된 주체들이 운영 중이다. 이들은 네트워크 내 발언권과 검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결과적으로 비트코인의 탈중앙성에 위협이 된다. 반면 개인이 운영하는 풀 노드는 비용만 발생할 뿐 보상이 없어, 이상적인 분산 목표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최근 들어 Umbrel, Start9 같은 플러그앤플레이 방식 풀 노드 운영 시스템이 등장하며 진입 장벽은 낮아졌지만 실질적인 참여율은 여전히 정체 상태다. 이는 결국 ‘경제적 유인’이 없기 때문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블록 생성 보상이나 수수료 수익을 받는 채굴자와 달리, 풀 노드 운영자들은 자발적으로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향후 진행될 양자 내성 포크가 단순한 기술 보완이 아니라, 비트코인의 시스템 전반을 재정립할 기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풀 노드 운영자에게 일정 수준의 보상을 제공하는 구조를 도입한다면, 네트워크 참여율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존의 채굴풀 편중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악의적인 노드 대량 운영을 통한 시빌 공격(Sybil Attack)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역시 올바른 설계와 시빌 저항 메커니즘을 통해 충분히 대응 가능한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지금처럼 인센티브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장기적으론 더 큰 중앙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현 체계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결국 비트코인의 미래는 지금 이 순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 양자 컴퓨팅 시대의 도래가 불가피하다면, 그에 맞는 보안 대응과 함께 구조적·경제적 비대칭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분산성과 검열 저항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참여자의 다양성과 자발성을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 설계가 핵심이 된다. 다음 하드포크가 비트코인의 체질 개선을 위한 ‘역사적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를 주목해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