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설립된 뱅카우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상생하며 성장할 수 있는 축산업계의 생태계를 만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매우 암울한 상태이다.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이 한우와 미술품 조각투자는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보고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뱅카우는 사업을 중단했다.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으로 분류되면 투자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설명하고 물건 보관 위치 등에 대한 정보가 기재된 증권신고서가 발행돼야 하며 투자자 예치금을 별도 예치하는 등 투자자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 한우와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업체는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소유권(실물)을 사들였기 때문에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투자자가 공동소유권을 보유하더라도 사업자의 전문성이나 사업 활동이 투자자의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 증권에 해당한다고 봤다. 지난 4월 발표한 ‘조각투자 등 신종증권 사업 관련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 뱅카우 홈페이지 갈무리
금융당국의 조치에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뱅카우는 생산 생태계를 활용한 한우 온라인 몰을 론칭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뚜렷한 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뱅카우는 홈페이지 안내문을 통해 "회원들이 투자한 기존의 상품들은 예상 출하 및 경매 시점에 맞추어 차질없이 진행될 예정이다"라며 "금융당국의 승인 이전까지 새로운 송아지 펀딩은 오픈하지 않을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소유권의 증빙성을 공증 등의 법적 체계를 통해 더욱 강화시켜 나갈 예정이다"라며 "회원 간 상품 거래 시장의 폐쇄에 대한 금융당국의 지적사항이 있었으나, 뱅카우는 회원 간 상품 거래가 가능한 마켓은 존재하지 않아 개편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진 = 뱅카우 에서 제공하는 송아지 가격 시세 / 뱅카우 어플 캡쳐
◇ 생산비 증가 및 도매가격 하락...수익률 미지수
뱅카우는 송아지를 사서 2~3년이 지나면 평균적으로 약 20%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재테크라고 마케팅을 진행한다.
하지만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살아있는 생물이 투자 상품이라는 점에서 품질의 균질성이 중요한데 전혀 확인할 수 없고 한우 가격 하락과 사료가격 인상 등 농가의 어려움이 극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비 증가뿐만 아니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우 가격 하락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등급을 매기지 않는 한우를 제외한 올해 3월 기준 한우 도매가격은 kg당 1만6145원으로 지난해 평균인 1만9018원 대비 15.1%가 떨어졌다.
거기에다 한우의 비육기간은 2000년에 23개월에서 2020년에는 약 30개월로 늘어나 그만큼 사료비 부담도 늘어났다.
특히 제주도 같은 경우 올해 3월 기준 숫송아지 구입 가격은 마리당 평균 295만원이었던 반면, 2021년 구입 가격은 418만8000원으로 형성됐다.
한우 사육이 약 30개월 걸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비싸게 들인 소를 낮은 가격에 판매하게 된 셈이다.
사진 = shutterstock
전국 지자체들은 한우가격 안정화를 위해 사육 두수 적정 관리뿐만 아니라 농가사료 구매자금 무이자 지원과 한우 증체율 향상 지원 등 농가 경영 안정에 힘을 쏟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하지만 뱅카우는 소값 폭락으로 인한 투자원금 손실은 책임지지 않는다. 뱅카우 역시 투자 상품으로 원금 손실의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즉, 지분을 투자한 송아지가 도축되는 시점에 한우 가격이 폭락하면 수익은커녕 손실을 볼 수도 있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위원회는 뱅카우의 행보에 관해서 신경쓰지 않지만 소를 키워 배분 받는 것이 투자자산의 형태는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똑같다"라며 "완벽한건 없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든 수익 및 원금이 보장이 안되기 때문에 말자체가 성립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가 폐사시 나라에서 보상해 주는 보험이 있다고 하지만 투자 수익률은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며 "과거 펀드가 호황일 때 증권사는 6개월~1년 수익률을 통해 마케팅을 진행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주의해서 봐야할것" 이라며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사진 =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 뱅카우 어플리케이션 / 뱅카우 어플 캡쳐
◇ 업데이트 하지 않은 어플리케이션 사용도 매우 불편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우를 생산하는 기간이 2~3년이나 걸리기 때문에 여유돈을 가지고 진행하는 장기투자자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2년 이상 돈이 묶이게 된다는 점은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이런점이 투자자들이 많은 금액 투자를 주저하게 하는 결정적 이유다. 물론 90% 투자금을 회수하는 조건으로 중도해지가 가능하지만 결국 원금손실이 일어나는 것이다.
또한 소가 출하되고 투자금을 회수한 사례가 전혀 없다. 현제까지 확실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지속적인 투자도 의문이다.
사진 = shutterstock
송아지 펀딩을 현제 진행하지 않지만 본지가 뱅카우 앱을 이용해본 결과 느낀 가장 아쉬운점은 서비스 자체가 원활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업데이트가 잘 되고 있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송아지 펀딩내역을 일일이 확인해 보니 사육 중인 소의 사진이 지난해 촬영한 이후 생산과정이 전혀 올라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뱅카우의 입장을 듣기 위해 본지는 수차례 연락했지만 전화연결이 되지 않아 들을 수 없었다.
사진 = KB증권 MOU 포스터 / 뱅카우 제공
◇ KB증권과 협업하는 뱅카우 투자자 보호 가능할까?
뱅카우는 지난해 11월말 KB증권과 투자계약증권 발행 및 운영을 위한 업무 전반의 협업을 위해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당시 뱅카우 측은 "투자계약증권 발행에 대한 업무는 국내 최초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기존 가축자산 상품의 증권화 및 새롭게 발행이 허용되는 투자계약증권 발행을 통해 조각투자 상품을 넘어 가축자산의 입지를 다지게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보통예금, 정기적금, 금전신탁 등은 예금자보호법을 통해 1인당 5000만원까지 보호 대상이지만 금융투자상품, 보험계약 등은 보호하지 않는다.
뱅카우는 KB증권의 실명 계좌를 통해 투자자의 안정성을 높인다는 입장이지만 눈 가리고 아웅인 셈이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뱅카우는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고 필요 시 개선 조치를 마련한다는 입장 이라고 하지만 뚜렸한 대안을 없을것"이라며 "제대로 된 투자자 보호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제대로된 사업은 절대로 안될 것이다"라고 사업성에 대해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