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의회가 스마트 컨트랙트의 불변성(immutability)을 약화시키는 '데이터 법안(Data Act)'을 통과시켰다고 14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법안 표결에서 500명이 찬성, 23명이 반대, 110명이 기권표를 던졌다.
필라 델 카스티요 베라(Pilar del Castillo Vera) 의원은 "해당 법안은 상품과 관련해 생성된 데이터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에 대한 소비자와 기업 권한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데이터 법안은 스마트 컨트랙트가 ▲접근성 제어 ▲거래 기밀 보호 ▲중지 및 재설정 기능을 갖출 것을 요구하는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티에리 브레통(Thierry Breton) 유럽연합 집행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스마트 컨트랙트 기본 요건을 조율하면서 상호 운용성과 법적 확실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안정적인 스마트 컨트랙트 배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탈중앙화 금융(DeFi, 디파이) 시장은 법안이 요구하는 기능들이 스마트 컨트랙트 본연의 목적을 훼손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스마트 컨트랙트가 중개자 없이 퍼블릭 블록체인 상에 기록된 코드를 통해 자동 실행되는 계약이다.
블록체인 상에서 운영되는 만큼 데이터는 공개적이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 기록된 데이터는 변경·조작할 수 없는 '불변성'을 가진다.
이에 인기 탈중앙화 거래소(DEX) 커브파이낸스(Curve Finance)는 해당 법안을 이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티볼트 슈레펠(Thibault Schrepel)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 부교수는 14일 트위터를 통해 "스마트 컨트랙트의 불변성은 생존의 열쇠"라면서 "법안은 스마트 컨트랙트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해당 법안은 누가 스마트 컨트랙트 거래 실행을 '종료'시킬 수 있는지 명확성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 보안 및 스마트 컨트랙트 전문업체 오픈제플린(OpenZeppelin)의 솔루션 아키텍처 책임자 마이클 르웰렌(Michael Lewellen)은 법안이 누구도 변경할 수 없다는 자동화된 프로그램의 기본 원칙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마트 컨트랙트에 킬스위치(전원 차단기)가 생기면 누군가가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불변성을 보장할 수 없고 실패 지점이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해당 법안은 유럽연합 의회, 이사회, 집행위원회가 세부 내용을 논의하는 3자 협의로 넘어가게 된다. 관련 첫 회의는 이달 28일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