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 우드의 '아크인베스트' 자산운용사는 퍼블릭 블록체인, 인공지능, 에너지 저장, 다중체학 시퀀싱(Multiomic Sequencing), 로봇 공학을 5대 혁신 기술 부문으로 지목하고, 해당 기술들이 융합 발전을 통해 2030년 종합 200조 달러(한화 약 25경원)의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크인베스트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빅아이디어 2023' 보고서에서 파급력이 큰 5가지 혁신 기술 부문과 관련해 투자 가능한 하위 기술을 소개하며 이같은 전망을 내놨다.
아크는 "혁신 기술 부문 투자는 빠른 변화 속도, 여러 부문에 걸친 투자 노출, 규제 장벽, 정치적 압력, 경쟁적 환경 같은 리스크가 있지만, 관련 선도 기업이나 수혜 기업에 전략적으로 투자하면 장기적으로 기하급수적인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으며 기존 산업 위기에도 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5대 혁신 기술 중 퍼블릭 블록체인 부문의 연간 성장률은 50%로 잡았다. 5가지 부문 중 로봇 공학(68%)에 이어 두 번째로 가파른 성장세를 전망했다.
지난해 암호화폐 시장이 1조5000억 달러(한화 약 1905조원)를 잃었지만 퍼블릭 블록체인은 계속해서 화폐 혁명(비트코인), 금융 혁명(디파이), 인터넷 혁명(웹3)을 일으키며 장기적인 가치를 높이고 있다고 평했다.
자금과 계약이 디지털 희소성과 소유권을 증명하고 검증할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금융 생태계가 암호화폐와 스마트 컨트랙트를 수용하는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사진 = 전통 자산과 암호화 자산 시가 총액 그래프 / 출처 빅아이디어 2023
암호화폐와 스마트 컨트랙트는 현재 1조 달러 시장이다. 2030년까지 각각 20조 달러, 5조 달러, 종합 25배 성장이 예상된다. 부동산(280조 달러), 채권(123조 달러), M2 통화(98조 달러), 주식(97조 달러), 금(12조 달러)에 비해 작은 규모지만 향후 자산 유형으로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코인베이스), 뉴욕멜론은행(수탁), 이글브룩어드바이저(투자 전략), 피델리티(비트코인·이더리움 거래) 등 대형 금융기관이 이 같은 시장 기회를 잡기 위해 관련 사업을 확대한 바 있다.
◇ 퍼블릭 블록체인 '화폐 혁명'...비트코인
기존 화폐 시스템이 높은 금융 장벽, 물가 상승, 권위주의적 정부 등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가운데, 퍼블릭 블록체인은 중앙은행, 정부, 법정화폐를 벗어나 가치를 이전하고 재산권을 관리할 수 있는 글로벌, 탈중앙, 비주권 화폐를 실현했다.
비트코인의 혁신성은 ▲개인키만 있으며 누구나 거래할 수 있는 검열 저항성 ▲고정된 발행량(2100만개)을 통해 물가 상승 방어 ▲암호화 및 수탁 기술을 통한 독립적인 재산권 보장 ▲투명성과 감사 기능이다.
사진 = 2022년 시장 호재와 악재에 따른 시가총액 변동 그래프 / 출처 빅아이디어 2023
비트코인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75% 넘는 폭락을 5번이나 겪었다. 2021년 11월부터 2022년 11월까지는 6만9000달러에서 1만57800달러로 73.7% 폭락했다. 역대 다섯 번째로 큰 최고점 대비 하락률이다. 하락 기간 역시 역대 두 번째로 길었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네트워크 활성 수준, 보유자 기반 등 펀더멘털 측면에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온체인 데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이체 규모는 지난해 38조 달러(한화 4경8200조원), 누적 105조 달러(한화 약 13경원)에 이른다. 트랜잭션 수는 지난해 9540만 건, 누적 7억9140만 건이다.
비트코인 주소 수는 지난해 1억4750만 개, 누적 11억 개이며 잔액 보유 주소 수는 지난해 375만 개, 누적 4320만 개를 기록하고 있다.
매도 가능성이 낮은 6개월 이상 장기 보유자 수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전체 비트코인 유통량 중 장기 보유자 점유율은 71%에 이른다.
비트코인 채굴자는 지난해 5만3000개 블록을 생성했다. 약 95억 달러(한화 약 12조원) 상당이다. 누적 수익은 474억 달러(한화 약 60조원)에 달한다. 비트코인 해시율(채굴에 투입되는 컴퓨팅 파워)은 272 EH/s로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 = 활용 사례 및 점유율에 따른 비트코인 가격 전망 / 출처 빅아이디어 2023
아크인베스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030년 비트코인 전망치를 100만 달러 이상으로 잡았다.
▲기업 현금 및 등가물(~5%) ▲송금(5~25%) ▲국가 재산(~5%) ▲신흥시장 통화(0.5%~10%) ▲거래 네트워크(1~10%) ▲몰수 방지 자산(1~5%) ▲디지털 금(20~50%)을 일부 대체하며 가치를 높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2030년 약세장, 보통장, 강세장 상황에 따라 비트코인이 각각 25만8500달러(한화 약 3억2800만원), 68만2800달러(한화 약 8억6700만원), 148만 달러(한화 약 18억8000만원)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퍼블릭 블록체인 '금융혁명'...디파이
퍼블릭 블록체인이 기존 금융 시스템 밖에서 '금융 서비스'와 '계약'을 제공할 수 있는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를 구현했다.
디파이의 혁신성은 ▲중개자 없이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한 자동 계약 실행▲전세계 누구나 이용 가능한 개방형 프로토콜 기반 금융 서비스 제공 ▲오픈소스와 상호운용성을 통한 다양한 실험 및 혁신 기회 ▲기능, 위험 수준, 담보, 자산에 대한 투명한 조회 및 감사 기능이다.
디파이는 중앙화 금융기관의 단일 실패점, 불투명한 운영, 소수 의사결정자의 사익 추구 등을 해결할 대안 금융으로 성장하고 있다.
디파이 거래량은 2020년 1000억 달러(한화 약 127조원)에서 2021년 1조5000억 달러(한화 약 1905조원), 2022년 1조2000억 달러(한화 1524조원)로, 2년 동안 12배 증가했다. 지난해 디파이 인출 금액은 320억 달러(한화 약 40조원), 청산 금액은 10억 달러(한화 약 1조200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시장 위기에서 디파이의 가치제안과 필요성은 더 부각됐다.
중앙화 거래소 FTX, 중앙화 대부업체 셀시우스, 보이저디지털은 부실한 위험 관리, 불투명한 운영, 사기 문제를 드러내며 운영을 중단하고 파산했다.
신뢰를 잃은 중앙화 거래소에서는 지난해 56만 BTC가 빠져나갔다. 역대 최대 순유출 기록이다. 중앙화 거래소가 보유한 비트코인 물량은 전체 유통량의 11.7%인 220만 BTC로 5년 최저 수준을 보였다.
탈중앙화 거래소(DEX)나 디파이 대출 프로토콜은 시장 혼란 상황에서도 정상 가동했다. 투명한 예금·대출·담보율 정보와 위험 통제가 안정성을 보장했다.
디파이 대출 프로토콜 에이브의 경우, 2020년 11월부터 유입 자금 750억 달러(한화 약 95조원), 유출 자금 660억 달러 (한화 약 83조원) 상당을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자동 처리했다.
이는 자가 수탁 방식과 탈중앙화 거래소(DEX) 채택을 빠르게 촉진하고 있다.
전체 암호화폐 거래량 대비 디파이 거래량은 52% 증가했다. 202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한 전체 암호화폐 거래량 대비 DEX 처리 비중은 FTX 붕괴 이후 9%에서 14%로 뛰었다.
사진 = DEX 거래량 및 점유율 그래프 / 출처 빅아이디어 2023
◇ 퍼블릭 블록체인 '인터넷 혁명'...웹3
퍼블릭 블록체인은 '디지털 재산권'을 최초 구현하고 사용자가 직접 소유권을 가지고 수익화할 수 있는 웹3 개념을 제시했다.
기존 미디어 재벌 기업과 빅테크에서 독립된 신원, 평판, 데이터 관리를 지원할 뿐 아니라, 소비와 투자가 융합된 디지털 네이티브 경제를 조성해 소비자 행동 패턴을 바꿀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웹2 인터넷은 독점 기술 기업을 의존한다. 기업이 이용자 데이터를 소유·이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개시 정보와 접근 방식을 통제한다. 플랫폼 간 신원 및 평판 데이터는 상호 운용이 어렵다.
탈중앙화 프로토콜은 사용자가 분산된 데이터에 접근해 데이터를 직접 관리할 수 있어 중앙기관의 데이터 수집과 통제를 제한할 수 있다. 아울러, 고유한 디지털 자산 대체불가토큰(NFT)을 통해 온라인 상에서 소유권과 재산권을 증명할 수 있다.
NFT 거래량은 지난해 약세장에서도 15% 증가한 220억 달러를 기록했다. 누적 발행량은 약 1억2700만개에 달한다. 유틸리티 NFT인 이더리움네임서비스(ENS)와 언스토퍼블도메인에서 발행된 고유 ID는 500만개를 넘어섰다.
개인뿐 아니라 스타벅스, 아디다스, 나이키, 코카콜라, NBA 등 주요 기업도 NFT를 웹3 진출 포석으로 채택했다. 인스타그램, 트위터, 레딧 같은 대형 소셜 플랫폼이 NFT 기능을 지원 중이다.
아크는 "글로벌 NFT 거래량은 220억 달러(한화 약 27조원)에서 2027년 1200억 달러(한화 약 151조원)로 5배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실물 및 지식재산권은 보통 1인당 국민소득과 비례한다"면서 "탈중앙 소유권 증명을 통해 1인당 온라인 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 디파이와 웹3의 핵심 엔진, '스마트 컨트랙트' 네트워크
퍼블릭 블록체인 상의 자동 실행 계약 '스마트 컨트랙트'를 지원하는 네트워크는 금융 혁명과 인터넷 혁명을 견인하고 있다. 활용 사례는 단순한 자산 이전에서 복잡한 디파이, NFT, 스테이블코인 지원까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스마트 컨트랙트 네트워크는 이더리움이다. 자체 가치와 확장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머지(Merge, 합병)를 통해 에너지 집약적인 채굴 작업을 수반하는 '작업증명(PoW)'에서 예치를 통해 검증 권한을 갖는 '지분증명(PoS)'으로 합의매커니즘을 변경했다.
통화 정책이 달라지면서 신규 발행량이 급감했다. 이더리움의 연간 순 발행량의 연평균성장률 -0.07%로, 비트코인(1.7%), PoW 이더리움(4%)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더리움 확장성을 위한 레이어 2 네트워크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유의미한 견인력을 얻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인기 레이어 2 네트워크 아비트럼과 옵티미즘의 활성 주소 수는 지난해 각각 11배, 19배 증가했다. 종합 트랜잭션 수는 이더리움 레이어를 따라잡았다.
사진 = 이더리움 vs 아비트럼과 옵티미즘 종합 일평균 거래량 그래프, 아비트럼과 옵티미즘 일평균 활성 주소 수 그래프 / 출처 빅아이디어 2023
아크인베스트는 "토큰화 금융 자산 시장이 커지면서 디앱(dapp, 탈중앙화 앱)과 기반 스마트 컨트랙트 네트워크가 2030년 연간 5500억 달러(한화 약 698조원)의 수익을 창출하며 시장 가치를 5조3000억 달러(한화 약 6733조원)까지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통 금융 대비 적은 비용으로 토큰화 자산을 발행, 소유,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대비 30% 낮은 요율을 적용할 경우, 2030년 스마트 컨트랙트 네트워크가 창출할 수 있는 수수료 수익은 연간 4500억 달러(한화 약 571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진=레이어1 블록체인별 내부자 토큰 할당률 / 출처 빅아이디어 2023
한편, 지난해 중앙화 플레이어의 붕괴로 퍼블릭 블록체인과 탈중앙성의 가치제안이 부각됐지만 '탈중앙성'을 구현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크인베스트는 "레이어 1 블록체인에서 설립팀, 개인 투자자, 민간 재단, 생태계 펀드 등에 배포하는 내부자 토큰 할당율이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규제 이슈로 개방적인 자금 조달 모델인 '암호화폐공개(ICO)'가 거의 중단된 상황에서 벤처 투자 부문에서 레이어 1 프로토콜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새로운 네트워크는 충분히 탈중앙화되기 어렵고 내부자 압력에 취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