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이사회는 예금자 자금을 보호하기 위해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 은행 등 위기 은행에 최대 1년 동안 대출을 제공하는 250억 달러 규모의 긴급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연준 이사회는 12일(현지시간) 공식 성명을 통해 "은행이 기업과 가계 등 모든 예금자의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적격 예금 기관에 추가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연준은 "발생할 수 있는 유동성 압박 상황에 대처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예금을 보호하고 경제에 지속적인 자금 및 신용 공급을 보장하기 위한 은행 시스템의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추가 자금이 '은행 기간 자금 지원 프로그램(BTFP)' 신설을 통해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은행, 저축조합, 신용조합, 기타 적격 예금기관에 미국 국채, 기관 부채 및 모기지담보부증권, 기타 적격 자산을 담보로 최대 1년의 대출을 제공한다.
연준은 은행의 담보 자산이 액면가로 평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BTFP가 우량 증권에 대한 추가적인 유동성을 공급하면 은행은 위기 상황에서 우량 증권을 헐값에 신속 매각할 필요가 없게 된다.
아울러 "은행은 계속해서 다른 다양한 대출 창구에서 담보 자산을 통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대출 창구가 BTFP 대상 증권에 사용된 동일한 마진을 적용해 대출 가능 금액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무부가 외국환안정기금(Exchange Stabilization Fund)에서 최대 250억 달러 상당을 BTFP을 위한 안전 자금(backstop)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다만, 당국은 "안전 자금까지 사용하게 되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금융시장 상황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거듭 밝히면서 "미국 은행 시스템의 자본과 유동성 포지션은 견고하며 미국 금융 시스템은 회복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가계와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활용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적절한 경우 추가 조치도 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재무부, 연준, FDIC 수장 공식 성명
재닛 옐런 재무장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마틴 그룬버그 FDIC 의장은 같은 날 공식 성명을 통해 내놨다.
은행 감독 당국 수장들은 "은행 시스템에 대한 대중 신뢰를 강화하고 미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결정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조치가 미국 은행 시스템이 예금 보장, 가계 및 기업에 대출 제공을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계속해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재무장관은 이번 조치가 FDIC 이사회 및 연준 이사회의 추전과 대통령과의 협의를 통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재닛 옐런 장관은 "모든 예금자의 자금을 완전히 보호하는 방식으로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SVB 문제를 해결하는 조치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예금자는 3월 13일 월요일부터 모든 예금에 접근할 수 있다"면서 "SVB 파산 관련 손실을 납세자가 부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오늘 뉴욕주 허가 당국에 의해 폐쇄된 뉴욕 시그니처 은행에 대해서도 유사한 시스템적 위험 예외 조치를 발표한다"면서 "해당 은행 역시 예금자가 전액을 보상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주주 및 일부 무담보 채권자는 보호받지 못할 것이며 고위 경영진도 해임됐다고 밝혔다. 무보험 예금자 지원을 위한 예금보험기금의 손실은 법률에 근거한 은행 특별 평가를 통해 회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동 성명은 "미국 은행 시스템은 금융 위기 이후 은행 산업에 대한 더 나은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으며 탄력적이고 견고한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개혁과 오늘의 조치(BTFP를 통한 연준의 추가 자금 제공)는 예금자 저축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당국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결정은 자산 규모 기준 20대 은행인 'SVB'이 유동성 마련을 위해 증권을 손실 매각했다고 밝힌지 이틀 만에 주가 폭락, 뱅크런 위기를 맞은 가운데 이뤄졌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10일(현지시간) 유동성 불충분과 지급 불능을 이유로 SVB에 폐쇄를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