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0대 은행 SVB, 위기 드러낸지 이틀 만에 초고속 파산…금융권 우려 확산

자산 규모 기준 20대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주가 폭락과 예금 인출 사태로 이틀 만에 파산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10일(현지시간) 유동성 불충분과 지급 불능을 이유로 SVB에 폐쇄를 명령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SVB 사태는 올해 첫 FDIC 보장 은행의 파산이자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문을 닫은 '워싱턴뮤추얼'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은행 파산으로 기록됐다.

FDIC는 법인 샌타클래라 예금보험국립은행(DINB)을 신설해 SVB의 전체 예금을 이전하고 SVB 보유 자산 매각을 추진한다. 은행 총 자산은 2090억 달러(한화 약 276조원), 예금은 1754억 달러(한화 약 232조원)로 알려졌다.

예금보험한도(25만 달러) 이내 예금은 13일 이후 인출 가능하며 한도를 초과하는 예금액에 대해서는 FDIC 지급 공채증서가 발급된다.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 본사 및 캘리포니아와 매사추세츠 저역 17개 지점이 인출 지원을 위해 3월 13일 모두 문을 열 예정이다.

1983년 설립된 SVB는 스타트업 및 벤처 기업 중심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벤처 투자사 안드리센호로위츠, 세쿼이아 등 암호화폐 산업과도 연관돼 있다.

시총 2위 스테이블코인 USDC는 1월 17일 증명 보고서에 따르면 98억 달러 상당의 현금 보유고 중 일부가 SVB에 예치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서클은 "대부분의 현금은 뉴욕멜론은행에 있다"고 강조했다.

SVB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인상한 가운데, 스타트업 및 기술 기업 예금이 빠르게 감소하면서 은행은 유동성이 마른 상황이었다.

은행은 이 같은 위기를 드러낸지 불과 이틀 만에 폐쇄 수준을 밟았다. 전날 은행은 유동성을 마련하기 위해 주로 국채로 구성돼 있던 210억 달러 상당의 증권을 매각, 18억 달러 손실을 봤다고 발표했고, 발표 직후 주가는 60% 이상 폭락했다.

당초 22억5000만 달러의 증자 계획을 추진했지만 대규모 예금 인출이 쇄도하면서 무산됐다. 이후 주가가 추가 폭락하면서 결국 거래가 정지됐다. 은행 매각 역시 시도됐지만 인수자가 없어 최종 폐쇄 명령을 받았다.

지난 1년간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은행 자산 가치를 떨어뜨려 위기를 촉발했다는 시각이 있는 만큼 이달 21, 22일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폭을 다시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대형 은행의 붕괴가 금융권 전반에 확산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미국 주식 시장과 암호화폐 시장은 거시경제 영향을 벗어나 하락하고 있다.

이날 2월 고용 지표에 살짝 고개를 들었던 뉴욕증시는 SVB 사태에 하락하기 시작했다. 다우 1.07%로 4일 연속 하락했다. S&P500 지수는 1.45%, 나스닥 1.76% 하락 마감했다.

특히 퍼시픽웨스턴 은행(35%), 웨스턴얼라이언스 은행(23.8%), 퍼스트리퍼블릭 은행(14.8%) 같은 은행주들은 크게 휘청였다.

한편, 실버게이트 역풍을 맞았던 암호화폐 시장은 하락세가 다소 진정되면서 안정화된 모습이다. 실버게이트는 지난주 자발적 청산을 결정하고 모든 예금에 대한 전액 인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토큰포스트 마켓에 따르면 11일 오전 9시 기준 비트코인은 전날 대비 0.86% 하락한 2만192 달러(한화 약 2677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은 전날 대비 0.59% 내린 1429.53 달러(한화 약 189만원)를 기록했다.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9408억 달러(한화 약 1247조원)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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