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이 최종 금리가 예상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하면서 시장이 크게 휘청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7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주택·도시위원회 청문회에서 "최근 예상보다 강한 경제지표가 나왔다"면서 "이는 최종 금리 수준이 예상보다 높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전체 물가지표가 더 신속한 긴축을 요구한다면 연준은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올초 물가 데이터가 지난해 물가상승 둔화 추세를 역전시킨 만큼 경제 성장을 억제할 더 강력한 긴축 통화 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연준은 지난 1년 동안 금리를 8차례 인상해 4.5~4.75%까지 끌어올렸지만, 물가 가늠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1월 전년 대비 5.4% 속도를 유지하며 연준 목표치 2%를 크게 웃돌았다.
파월 의장은 이 같은 지표가 연준의 물가 작업이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면서, 당분간 제약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물가에 대한 긍정적인 언급도 있었다.
연준 의장은 "주택, 식품, 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부문에서는 물가상승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고, 우려했던 주택 부문에서 일부 개선이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높은 1월 물가지표가 때아닌 온화한 날씨에서 기인한 것일 수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많은 부분이 다뤄졌고 아직 모든 긴축 효과가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해야 할 작업이 많다"면서 "과정이 험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은 물가상승이 기업의 탐욕과 가격 담합 때문이라며 연준이 금리인상을 재고해야 한다고 의장을 압박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은 "연준 물가상승 목표치가 200만 국민을 실직 상태로 만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연준은 물가상승을 잡기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쓰고 있다"면서 물가상승률을 5~6%대에서 방치한다면서 안정적인 고용 수준은 의미가 없다고 반론을 펼쳤다.
◇ 시장, 최종금리·인상폭 악화 예상
연준 의장 발언 이후 시장은 최종 금리가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제시했던 5.1%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연준 의장이 상원 청문회에서 구체적인 최종 금리 전망치를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이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최종금리가 이르면 오는 6월 5.5%~5.75%까지 인상될 가능성을 가리키고 있다.
아울러, 계속해서 물가 지표가 강하게 나올 경우 금리인상폭도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오는 22일 열리는 올해 두 번째 FOMC 정례회의에서 베이비스텝(0.25%p 금리인상)이 유력했지만, 현재는 빅스텝(0.50%p) 가능성이 69.8%까지 증가했다.
이 같은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국채금리는 급등, 주식은 급락 반응을 보였다.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5.021%까지 올랐다. 5% 돌파는 2007년 이후 처음이다. 경기에 민감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장중 3.919%까지 소폭 내렸다. 이에 2년물과 10년물 금리차가 100bp 이상 역전됐는데 1981년 8월 이후 약 42년 만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전일 대비 1.3% 급등하며 105.65까지 올라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 지수는 전일 대비 1.72%, S&P500 지수는 1.53%, 나스닥 지수는 1.25% 하락했다.
암호화폐 시장은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산업 내부 문제로 큰 하락세를 겪은 만큼 큰 변동이 나타나진 않았다.
토큰포스트마켓에 따르면 오전 9시 10분 기준 비트코인은 전날 대비 0.90% 내린 2만2226 달러, 이더리움은 0.33% 내린 1562.08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금리인상에 대한 연준 내부 의견도 엇갈린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금리인상이 곧 마무리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강력한 긴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한편, 파월 의장은 "금리인상은 매 회의에서 결정되는 것"이라면서 "지표와 그 지표가 물가상승 및 경제 활동이 결정하는 것이지 미리 설정된 경로를 따라가는 게 아니다"라고 라고 강조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8일(우리나라 시간 9일 자정)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도 통화정책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