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현물·파생상품 거래량 '뚝'...바이낸스 시장 '절반' 통합

FTX 파산 여파로, 지난해 12월 암호화폐 현물 및 파생상품 거래량이 크게 급감했다. 특히 산타랠리가 불발된 연휴 주간에 거래 활동 침체는 더욱 심했다.

부진한 현물과 파생상품 거래 활동은 암호화폐 시세에 반영돼, 지난달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각각 3.68%, 7.72% 하락한 1만6531 달러(한화 약 2051만원)선, 1195 달러(한화 약 148만원)선까지 밀렸다.

◇ 현물 거래량 '678조원'...50% 가까이 줄어

암호화폐 현물 시장은 거래량이 48.4% 줄어든 5440억 달러(한화 약 678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2019년 12월 이후 3년 최저 수준이다.

일 최대 거래량은 12월 13일 기록한 302억 달러(한화 약 97조원)로, 전월 대비 67% 줄어들었다.

사진=상위·하위 거래소 거래량 그래프 / 출처 크립토컴페어 12월 거래소 리뷰 보고서

등급이 낮은 거래소에서 거래량 감소폭이 더 컸다.

영국 암호화폐 분석 기업 '크립토컴페어' 등급 평가에 따라 B 이상 등급을 받은 '상위 거래소'는 현물 거래량이 47% 줄어든 5040억 달러(한화 약 625조4640억원), C 이하의 등급을 받은 '하위 거래소'의 현물 거래량은 60% 감소한 402억 달러(한화 약 49조8882억원)를 기록했다.

현물 시장에서 상위 거래소 점유율은 92.6%로 역대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상위 거래소에서의 일 최대 거래량은 12월 13일 기록한 278억 달러(한화 34조원)이다. 전월 대비 66% 감소한 수준이다.

12월 AA-A 등급 암호화폐 거래소 8곳이 처리한 현물 거래량은 3350억 달러(한화 약 442억원)로 전월 대비 45% 하락했다.

사진=최근 3개월 상위 거래소 현물 거래량 그래프 / 출처 크립토컴페어 12월 거래소 리뷰 보고서

거래소별로 보면 12월 바이낸스(A)의 현물 거래량은 2780억 달러(한화 약 346조원)다. 상위 거래소 중 가장 많은 거래량을 처리했지만, 전월 대비 45% 줄어든 수준이다.

코인베이스(A)는 350억 달러(한화 약 346조원)로, 전월 대비 44%, 크라켄(A)은 138억 달러(한화 약 346조원)로, 전월 대비 42% 감소했다.

이어 비트스탬프(AA)와 비트파이넥스(A)가 각각 35억3000만 달러(38.3%↓)와 31억7000만 달러(59.4%↓)를 처리하며 뒤를 이었다.

현물 시장에서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크라켄이 가장 많은 거래량을 처리했다. 상위 거래소의 종합 거래량에서 세 거래소가 차지하는 비율은 11월 62%에서 12월 65%로 늘어났다. 바이낸스는 55.2%를 점하며 선두를 유지했다.

◇ 파생상품 거래량 '1440조원'...바이낸스 선두

12월 암호화폐를 기초로 하는 파생상품 역시 거래량이 급감했다.

월간 파생상품 거래량은 1조1600억 달러(한화 약 1443조원)로, 전월 대비 53% 줄어들었다.

다만, 현물 거래량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전체 암호화폐 시장이 68%를 차지하고 있다. 해당 점유율은 전월 70%에서 약간 감소했다.

일간 최대 파생상품 거래량은 12월 16일 기록한 674억 달러(한화 약 84조원)로, 전월 2950억 달러(한화 약 367조원) 대비 78% 급감했다.

바이낸스는 7260억 달러(한화 약 903조원)의 거래를 처리하며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12월 거래량을 신고하지 않은 FTX, AAX를 제외한 상위 7개 파생상품 거래소 중 63%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이어 오케이엑스가 1540억 달러(한화 약 191조원)를 처리하며 13%, 바이비트가 1400억 달러(한화 약 173조원)를 처리하며 12%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 CME 거래량, 2년來 최저 수준

사진=CME 비트코인 선물 거래량 그래프 / 출처 크립토컴페어 12월 거래소 리뷰 보고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선물과 옵션을 지원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거래량도 2년래 최저 수준을 찍었다.

지난달 CME 암호화폐 파생상품 거래량은 49% 줄어든 142억 달러(한화 약 188조원)로, 2020년 10월 이후 가장 저조한 수준을 나타냈다.

비트코인 선물 거래량은 48% 감소한 132억 달러(한화 약 16조원)를 기록했다. 거래 수도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적은 15만6415건으로 전월 대비 47% 줄었다. 12월 28일에 1만8686건의 비트코인 선물 거래가 이뤄지며 일간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더리움 선물 거래량은 55% 감소한 4억8100만 달러(한화 약 5980억원)로, 2021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월 이더리움 선물 거래 수는 지난해 3월 이래 가장 적은 7만7846건으로, 전월 대비 54% 감소한 수준을 보였다. 12월 28일 7936건으로 가장 많은 이더리움 선물 거래가 발생했다.

비트코인 옵션 거래량은57% 줄어든 2억2500만 달러(한화 약 2797억원)로, 2021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비트코인 옵션 거래 수는 56% 줄어든 2688건으로, 6개월 만에 첫 감소세를 보였다. 12월 29일 한 달 중 가장 많은 비트코인 옵션 거래가 있었다. 796건으로, 전월 대비 37% 증가했다.

이더리움 옵션 거래량은 41% 감소한 200만 달러(한화 약 25억원)로, 출시 이래 가장 적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비트코인·이더리움 선물 종합 거래량은 49% 줄어든 137억 달러(한화 약 17조원) 상당이다. 일간 최고 거래량은 12월 28일 기록한 16억1000만 달러(한화 약 2조38억원)로, 전월 대비 67% 줄었다.

12월 암호화폐 현물 시장과 파생상품 시장의 종합 거래량은 51% 감소했다.

◇ USDT 비중 3개월 연속 감소…21년 5월 최저 수준까지

사진=최근 3개월 법정화폐·스테이블코인 거래량 그래프 / 출처 크립토컴페어 12월 거래소 리뷰 보고서

12월 비트코인-법정화폐·스테이블코인 간 거래량도 크게 줄었다. 거래량은 45% 줄어든 1190만 BTC를 기록했다.

특히 비트코인과 테더(USDT) 간 거래량은 48% 줄어든 667만 BTC를 기록했다. USDT는 관련 시장에서 여전히 가장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5월 기록한 최저 수준인 53.1%까지 축소됐다.

BTC-USDT 거래량은 관련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3개월 연속 감소 추세다. USDC 점유율은 11월 60%에서 12월 56%까지 줄었다.

이같은 변화는 바이낸스USD(BUSD) 시장 점유율이 확대된 영향도 크다. 지난달 비트코인과 BUSD 간 거래량은 34% 줄어든 314만 BTC 상당이다. 타 스테이블코인 대비 거래량 감소폭이 좁아 시장 점유율을 26%까지 확대했다.

비트코인-달러(USD) 거래량은 49% 줄어든 142만 BTC를 기록했다. 비트코인-USD코인(USDC) 거래량은 57% 감소한 12만1000 BTC로 나타났다.

크립토컴페어는 "BUSD 거래량이 다른 법정화폐·스테이블코인 거래량 대비 선전한 것은 FTX 파산에 따른 바이낸스의 거래량 증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FTX 파산에 등돌린 이용자들…거래소 시장 통합 현상은 '뚜렷'

지난해 12월 암호화폐 거래량 급감은 전월 발생한 FTX 파산에 따른 시장 충격과 위험 기피 분위기를 보여준다.

사진=2022년 12월 바이낸스 자금 흐름 그래프 / 출처 크립토컴페어 12월 거래소 리뷰 보고서

중앙화 거래소(CEX)에 대한 신뢰를 잃은 투자자들이 대규모 인출을 진행, 바이낸스 등 CEX에서 대규모 자산 순유출이 발생했다. 12월 12일부터 18일까지 바이낸스는 역대 최대치인 104억 달러의 순유출을 경험하기도 했다.

FTX 파산 배경에 고객 자금 유용 문제가 있었던 만큼, 바이낸스, 쿠코인, 크립토닷컴 등 다수의 CEX는 재무 건전성 입증, 투자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준비금 증명서'를 발간했다.

하지만 준비금 증명이 마진 및 대출 상품에 대한 내부 통제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술하지 않은 점과 대형 회계법인 마자르(Mazars)가 거래소 준비금 현황을 직접 감사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 이후 갑작스럽게 협력을 중단한 점 등 시장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한편, 바이낸스의 거래량과 순자산 규모는 줄었지만 시장 점유율은 연초 29%에서 연말 51.1%까지 확대되며 시장을 통합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연간 합산 시장 점유율도 2021년 30%에서 2022년 32.8%로 증가했다.

사진=2022년 CEX 월간 시장 점유율 그래프 / 출처 크립토컴페어 12월 거래소 리뷰 보고서

크립토컴페어는 “바이낸스의 우수한 시장 퀄리티와 발전된 운영 방식이 이같은 점유율 증가를 가져왔지만, 업계가 '탈중앙' 가치를 중시하는 만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역시 거래량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아 거래소 시장 통합 추세가 2023년에도 계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끝나지 않은 파산 여파

FTX 파산 여진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신중할 수 밖에 없다. 개인뿐 아니라 기업, 기관의 신뢰를 받았던 FTX의 파산에 자금이 묶여 운영 위기를 맞은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테라 사태 이후 가까스로 운영 위기를 모면했던 기업들은 FTX 붕괴와 함께 결국 파산했다. 채굴 대기업도 암호화폐 시세 악화와 함께 파산 직전까지 몰린 상황이다.

업계 가장 큰 우려 지점은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와 제네시스와 그레이스케일 모기업인 '디지털커런시그룹(DCG)' 간 갈등에 있다.

제미니 고객이 보유 암호화폐를 제네시스에 대출해주고 이자 수익 창출 기회를 얻도록 했던 '제미니 언' 프로그램은 제네시스가 자금 인출을 중단하면서 지난 8일 최종 종료됐다.

FTX에 제네시스 거래 부문 자금 1억7500만 달러(한화 약 2,171억7500만원)가 묶이면서 제네시스 대출 부문은 지난해 11월 16일 자금 인출을 중단했고, 제미니 언 이용자 자금 9억 달러(한화 약 1조1230억원)가 동결됐다.

제미니와 DCG 간 갈등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제미니 측은 제네시스와 DCG 간 자금 관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등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고, 배리 실버트 DCG 최고경영자(CEO)는 자회사와의 대출 관계에 문제가 없다며 맞섰다. 1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두 기업에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크립토컴페어는 "FTX 충격은 현재 DCG·제네시스와 제미니 갈등에 멈춰있다"면서 "이들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업계에 또 다른 역풍이 되고 장단기적으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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