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규제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던 홍콩 금융 당국에서 암호화폐 업계 규제를 가볍게 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줄리아 릉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 부위원장은 17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열린 암호화폐 컨퍼런스 연설에서 "주변부에 있던 암호화폐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이제는 모든 유형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가벼운 규제 접근 방식을 채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발언했다.
해당 발언은 홍콩이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개방과 규제 완화 의사를 나타낸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 나왔다.
지난달 홍콩 당국은 개인의 암호화폐 직접 투자를 허용하는 중국 정부의 강경한 규제 조치를 벗어나 암호화폐 허브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중국의 암호화폐 시장 복귀를 위한 '관문'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은 바 있다.
하지만 업계 2~3위를 기록했던 대형 거래소 FTX가 지난 11일 긴급 파산에 들어가면서 시장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파산한 FTX는 홍콩에 처음 설립됐다가 지난해 9월 본사를 바하마로 이전했다. 이후에도 홍콩 법인 등록 상태를 유지했으며 일부 직원들이 남아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SFC는 "홍콩 내 FTX 피해가 크지 않지만, 다른 토큰과 업계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계속해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FTX 사태에 대해 릉 부위원장은 "시장 변동성과 산업의 구조적 취약성뿐 아니라 암호화폐 업계가 전통 금융 서비스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고 있는지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또한 거래소의 고객 자산 유용 의혹을 의식한듯, "홍콩이 2018년 마련한 '옵트인(opt-in) 규제 체계'에 따라 기업은 고객 자산을 기업 자산과 분리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아울러 "이해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암호화폐 플랫폼이 자체 계좌를 통해 거래할 수 없어야 하며, 고객 자산을 빌려주거나 담보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릉 위원장은 "중앙화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은 증권 거래소 및 브로커딜러와 비슷하게 운영되기 때문에 SFC는 이를 동일한 규제 기준을 적용해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옵트인 규제 체계는 증권형 토큰을 최소 1종 이상 거래하는 거래소에만 적용되고 있는데, 현재 입법부가 증권형 토큰 거래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중앙화 플랫폼이 SFC에 등록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해당 규제 체계 아래 허가받은 기업은 OSL과 해시키(HashKey) 두 곳뿐이며, 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미허가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릉 부위원장은 "민간 은행, 헤지펀드 고객 등 암호화폐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은행, 증권사, 펀드 매니저 등에 명확한 규제를 제시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금융기관들이 금융 자산을 토큰화하고, 프라이빗 블록체인에서 자체 토큰을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SFC는 토큰화 채권이 블록체인에 기록된 전통 증권의 디지털 표시로서, 기존 증권과 유사하게 취급돼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에 대해서는 "대부분 규제 체계 밖에서 운영되고 있다"면서 "전 세계 규제 당국이 접근 방식을 조율하고 합의를 이룬 만큼 디파이를 강력히 규제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