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블록체인의 합의매커니즘을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변경하는 대규모 업그레이드 '머지(Merge, 병합)'가 14일 3시 45분경 최종 완료됐다.
이더리움은 출범 이후 약 7년 만에 합의매커니즘을 PoW에서 PoS로 변경했다. 머지는 기존 PoW 네트워크(Eth1)와 PoS 네트워크 '비콘체인(Eth2)'을 병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PoW는 복잡한 문제를 풀어낸 채굴자에 거래를 검증·기록할 권한을 주고 암호화폐로 보상하는 방식이다. PoS는 코인을 일정량 예치한 스테이커에 네트워크 운영 참여 권한과 보상을 준다.
이더리움의 경우, 32 ETH를 예치하면 참여 자격이 주어진다. 스테이킹 풀이나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더 적은 예치금으로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중앙화 문제'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PoW에서도 고급 채굴 장비를 대량 가동할 수 있는 대형업체만 참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PoS를 통한 대중적 접근성 향상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닫는 이더리움 채굴...ETC·ETHW로 이동 중
업그레이드가 성공적으로 완료될 경우 채굴을 통한 블록 생성은 중단된다.
매일 전체 채굴자에 돌아가던 보상량 13000 ETH는 없어지고, 매일 전체 스테이커에 돌아가는 보상량은 1600 ETH 수준이 된다.
머지가 임박함에 따라 이더리움 해시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현재 749.78 TH/s를 기록 중이다.
14일 세계 최대 이더리움 채굴풀 '이더마인'이 이더리움 채굴풀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진=이더리움 해시율 그래프 / 출처 2miners
반면, 이더리움 채굴자들이 유입된 이더리움클래식(ETC) 해시율은 83.69TH/s를 기록하며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F2Pool, 풀인(Poolin), BTC닷컴, 나노풀 등은 하드포크로 파생되는 ETHW 채굴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머지 처리량·수수료 개선? NO...전력량 감소는 YES
이더리움은 지난해 느린 처리 속도와 높은 수수료로 인해 솔라나, 아발란체, 테조스 등 경쟁 블록체인에 시장 점유율을 내줬다.
개선이 시급한 사안들이지만, 이번 머지 업그레이드는 이같은 측면에서 사용자가 체감할 만한 변화를 만들지 않는다.
블록 생성 속도는 PoW 13~14초, PoS 12초로 크게 달라지지 않다. 거래 수수료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 막대한 전력량을 투입하는 채굴 작업이 중단되기 때문에 전력 소모량은 PoW 버전 대비 99.95% 줄어들어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는 비판을 벗어나게 됐다.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공동 창시자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머지를 통해 전 세계 전력소모량의 0.2%가 감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더리움의 기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예정돼 있는 여러 업그레이드로 한 걸음 더 나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부테린은 이더리움 완성도는 머지 이후 55% 정도가 될 것이라면서, 이후 △서지(Surge, 급증) △버지(Verge, 경계) △퍼지(Purge, 제거) △스플러지(Splurge, 탕진) 등 더 많은 업그레이드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머지 성공을 100% 확신한다고 밝힌 컨센서스 CEO이자 이더리움 공동창립자 조셉 루빈은 "머지가 비트코인의 탄생, 이더리움의 등장을 잇는 암호화폐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골드만삭스 출신의 매크로 투자자 라울 팔은 이더리움 PoS 전환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더리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더리움의 PoW 전환은 디파이 부흥을 위한 초석을 다질 것"이라며 "진심으로 머지가 성공적으로 완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더리움 경제적 가치는
머지 이후 이더리움의 경제적 가치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는 "이더리움은 채권, 상품 같은 금융상품과 비슷하면서, 높은 이자를 제공해 기관 투자자, 특히 ESG에 관심을 가진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대안 상품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더리움은 지난해 EIP-1559를 도입해 네트워크에 거래 수수료 형태로 지불된 일정량의 이더리움을 소각하고 있는데, 머지 이후 코인 소각량이 스테이킹 보상량보다 많아져 공급량이 줄어들면 디플레이션 자산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디플레이션 자산은 공급은 줄고, 가격은 우상향하는 자산이다.
기존 소각량은 하루 1500 ETH이며 스테이킹 보상량은 1000만 ETH 예치 시 1600 ETH, 3000만 ETH 예치 시 2700 ETH이다. 마커스 틸렌 IDEG CEO는 머지 이후 순 발행량을 연간 182000 ETH, 3억1000만 달러 상당으로 추산했다.
블록체인 개발사 라구나랩스의 CEO 스테판 러스트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이더리움의 전망은 밝다"면서 "연말 이더리움은 3000 달러를 회복하고, 비트코인 시총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약세장 멈출 호재?
머지 업그레이드를 통해 이더리움과 블록체인 생태계 발전에 대한 기대감은 한층 커졌다. 개발팀이 머지 일정을 확정한 후 시총 1위 비트코인 이상의 상승 실적을 보였고, 관련 파생상품 시장 움직임도 활발했다.
하지만 현재 시장은 연준 금리인상 정책을 통해 결정되는 거시 경제 상황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시장 내 긴장은 여전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암호화폐 투자사 IDEG CEO인 마커스 틸렌은 머지로 인한 시장 분위기 전환은 어렵다고 전망했다.
괄목할 만한 기술 돌파구나 추가적인 암호화폐 채택 움직임이 부족하다는 점, 핵심 매출 동력인 NFT와 프로토콜 이자 활동에 대한 새로운 수요가 없다는 점, 업계에 대한 정부의 접근법이 결정될 미국 중간선거 이후까지 제도권 투자자들이 시장 참여를 유예하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토큰포스트마켓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오후 3시 30기준 이더리움은 전날 대비 1.78% 내린 1585.54달러(한화 약 22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사진=이더리움 3개월 시세 그래프 / 출처 코인마켓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