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미국 소비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되며 경기 둔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이후 경제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 전월 대비 12% 하락해 57을 기록했다. 이는 3개월 연속 하락세이자 2022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인플레이션 재확산과 노동시장에 대한 불안이 전반적인 소비자 기대심리를 뒤흔든 것으로 분석된다.
미시간대 소비자설문센터의 조앤 쉬(Joanne Hsu) 소장은 “소비자들은 최근의 정책 변화로 인한 고통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 소비 심리 악화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이 5%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는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신규 관세 조치가 자동차, 산업 부품 등 주요 수입 품목에 적용되면서 생필품 가격까지 연쇄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플랜트 모란(Plante Moran Financial Advisors)의 최고투자책임자 짐 베어드(Jim Baird)는 “지금 시점에서 인플레이션은 다시 소비자들의 주요 우려 사안이 되었으며, 이는 단기적인 가계 지출 계획에도 분명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조사에서 실업률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도 두드러졌다. 응답자의 약 3분의 2는 향후 1년 내에 실업률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쉬 소장은 “최근까지 소비지출을 떠받쳤던 강한 고용시장과 소득 증가에 균열이 가해지고 있다”며 구조적인 경기 둔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소비자 기대지수 역시 급락했고, 응답자들은 개인 재정 상태와 향후 비즈니스 여건에 대해 과거보다 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같은 날 발표된 2월 개인소비지출(PCE) 보고서에서 드러난 소비 둔화 흐름과도 궤를 같이 한다. 내셔와이드(Nationwide)의 금융시장 이코노미스트 오렌 클라치킨(Oren Klachkin)은 “오늘 발표된 소득·지출 지표가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시장의 부정적인 정서가 실제로 실물경제에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통상 정책이 물가 상승과 소비 위축을 동시에 야기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면서, 시장은 향후 추가 관세 확대 여부 및 이에 대한 연준의 대응을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소비 심리 위축이 고착화되고, 이는 미국 경제 회복세에 상당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