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보복 관세 예고와 미국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로 인해 비트코인을 포함한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동반 하락했다.
30일(현지시간) 디크립트에 따르면, 암호화폐 시장은 주말 동안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리플 등 주요 자산이 급락하면서 긴장 국면에 돌입했다. 비트코인은 8만2100달러까지 하락했으며, 이더리움은 1790달러, 리플은 2.13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 주식 선물과 동반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며, 글로벌 무역 불안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동시에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이번 하락은 4월 2일 발표될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 관세 조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트럼프는 ‘외부 수익 서비스(External Revenue Service)’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관세 체계를 도입해 최대 25개국에 연간 6000억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특히 자동차, 제약, 반도체 분야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자동차 관련 수입만 연 2750억달러 이상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같은 날 발표된 미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2월 개인소비지출(PCE) 핵심 지수는 전월 대비 0.4% 상승하며 예상치였던 0.3%를 상회했다. 이는 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로, 연준이 주목하는 물가 지표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물가 상승이 본격화되며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코베이시 레터(The Kobeissi Letter)는 미국 소비자심리지수가 최근 한 달 새 20포인트나 급락해 57포인트까지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공식적인 경기침체기 외에는 최저치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는 신호다. 이러한 불안감은 암호화폐 시장에도 반영되어 기관 자금이 고위험 자산에서 이탈하고 있으며, 기술주 중심의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7)’ 주식들도 최근 몇 주간 시가총액 3조달러 이상이 증발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최근 가격 흐름은 여전히 주식 시장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며 거시경제 흐름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 채굴 산업은 트럼프 정부 하에서 성장 기회를 보고 있음에도, 단기적으로는 규제 및 시장 불안정성이라는 이중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