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 시장에 강한 매도 압력이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와 연계 의혹이 제기된 투자단체 월드리버티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 WLF)이 보유 이더리움 중 일부를 대규모 손실을 감수하며 매도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시장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온체인 분석 플랫폼 아크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WLF와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갑 주소는 최근 이더리움 5,471개를 800만 달러(약 117억 원)에 매도했다. 개당 평균 매도 가격은 1,465달러로, WLF의 평균 매입 단가인 3,259달러 대비 약 55%의 손실이다. 과거 이 단체는 6만여 개의 이더리움을 2억 1,000만 달러(약 3,070억 원)에 매입했으며, 현재까지 약 1억 2,500만 달러(약 1,825억 원)의 평가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대규모 손절매와 관련해 WLF는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유동성 확보 및 포트폴리오 재조정, 혹은 시장 변동성에 따른 방어적 대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투자 전략이 아닌 공황성 매도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비단 WLF만의 움직임은 아니다. 또 다른 장기 이더리움 보유 고래는 최근 1만 ETH를 1,475만 달러(약 215억 원)에 전량 매도하며 약 275만 달러(약 40억 원)의 수익을 실현했다. 이 투자자는 2022년 10월부터 11월 사이에 약 1,295달러 수준에서 분할 매수 후 900일 이상 보유해왔다. 최고점에서 2,700만 달러(약 394억 원)를 넘는 미실현 수익을 기록한 이력 탓에, 이같은 매도 결정을 두고 시점에 대한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 전반에서도 고래들의 매도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한 지갑은 DeFi 플랫폼 스카이(Sky)에서 6만 7,570 ETH(약 1억 550만 달러, 약 1,540억 원)가 청산됐고, 또 다른 고래는 22만 ETH 급락 방지를 위해 1,450만 달러(약 212억 원)를 긴급 투입했다. 이같은 대규모 포지션 정리는 개별 사건을 넘어 이더리움 시장의 구조적 약세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도 하락 추세 지속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크립토 애널리스트 알리 마르티네즈는 1,200달러의 기술적 지지선을 언급하며 향후 이더리움 가격이 해당 수준에서 반등할 가능성을 전망했다. 현재 이더리움은 1,472달러 수준에서 거래되며, 지난 하루 동안 6% 이상 하락했고, 올해 들어 누적 하락률은 56%에 이른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기대됐던 암호화폐 상승장이 비트코인과 달리 이더리움에겐 아직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치 테마와 무관하게 이더리움 기반 DeFi 생태계의 리스크, 대규모 고래 자산 청산 등이 시장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은 매도 행렬이 일반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줘 추가 매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는 다음 가격 지지선인 1,200달러 선이 유지될 수 있을지를 단기 핵심 변수로 지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