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P가 최근 1주일 새 15% 가까이 급락하며 시가총액 기준 상위 20개 암호화폐 중 가장 저조한 성과를 냈다. 시장 전반이 조정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플의 토큰인 XRP는 다른 주요 자산 대비 더 큰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XRP 가격은 지난 3월 19일 리플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간의 오랜 법적 분쟁이 마무리됐다는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 리플 CEO의 발표 이후 잠시 2.6달러까지 치솟으며 반짝 상승했다. 이 사건은 이른바 'XRP 군대'로 불리는 강성 지지자들이 수년간 기다려온 분수령이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호재 직후 가격은 급락하며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파는(sell-the-news)' 전형적인 흐름을 보이며 상승폭을 반납했다.
문제는 이후다. SEC와의 소송 종료가 다시 한 번 공식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XRP는 반등하지 못한 채 오히려 2.1달러 아래로 밀리며, 이달 고점 대비 20% 가까이 하락했다. 심지어 2달러선 붕괴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어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시장 전반 조정 속에서도 비트코인(BTC)은 5.5%, 이더리움(ETH)은 11.6%, 솔라나(SOL)는 9% 하락한 데 비해, XRP의 낙폭은 14.5%로 가장 극심하다.
이 같은 부진에는 주요 투자자들의 매도 움직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형 보유자, 즉 '고래'들은 미국 대선 이후 XRP가 0.6달러에서 3.4달러까지 급등하던 시기에 대량 매집에 나섰으나, 최근 들어 정반대로 보유 자산을 대거 정리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실제로 지난 48시간 동안 약 11억 2,000만 개의 XRP가 매도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는 현재 시장가 기준으로 약 23억 달러(약 3조 3,600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는 XRP 전체 시가총액의 2%에 가까운 물량이다.
단기적으로는 소송 종결에도 불구하고 투자 심리가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고래들의 이탈이 매물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SEC 이슈 해결이 오히려 차익 실현의 빌미가 되었고, 가격 회복을 이끌만한 추가적인 모멘텀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XRP는 상징적 저항선인 2달러 지지를 유지할 수 있을지, 아니면 더 깊은 하락 국면으로 진입할지 위태로운 기로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