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동안 암호화폐 개발자 활동이 4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러티브 중심의 프로젝트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실질적인 프로토콜 개발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탈중앙화 생태계 데이터를 추적하는 아르테미스 터미널(Artemis Terminal)에 따르면, 2024년 3월 16일 기준 오픈소스 기반 암호화폐 프로젝트 전반에서 주간 활성 개발자 수는 약 7,600명에 불과했다. 이는 1년 전인 2023년 3월 17일의 1만2,380명 대비 약 38.6% 줄어든 수치다. 이는 1,500개 이상의 웹3 생태계에서 활동 중인 개발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개발자 수 감소를 단순한 양적 축소로 보지 않는다. 이는 웹3 생태계의 장기 성장 가능성과 기술 혁신의 정체를 가늠할 수 있는 신호로 해석된다는 분석이다. 개발자 수는 새로운 프로토콜 창출과 유지·보수 활동이 얼마나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대표 지표 중 하나다.
이 같은 개발자 감소 흐름에 대해 커뮤니티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옵티미즘(Optimism) 기여자인 빈지 판데는 개인 SNS를 통해 "이 지표는 웹3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신호 중 하나이며, 현재는 주의가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서 실질적인 인센티브가 사라졌고, 효용보다 투기가 앞서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온체인에서 실질적인 활동이 없다면 보상 구조는 의미를 잃는다”며 실제로 제품을 완성하는 개발자들이 자주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판데는 "내러티브 중심의 개발보다는 개발자가 주도하는 내러티브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드 수준에서 끝나는 개발이 아니라, 사용자 경험 전반을 고려한 전방위적인 제품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개발자인 벤 워드는 “지금까지 시장과 벤처투자는 실질 제품을 갖춘 프로토콜에 보상을 줬지만, 현실은 밈코인 디파이(DeFi) 카지노 외에는 사용자와 맞닿은 영역이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러한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현재 암호화폐 산업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쓰고 싶어 하는 기술을 만드는 데서 여전히 멀리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4년 1분기 밈코인은 웹3에서 가장 수익률이 높았던 내러티브로 평가받았다. 누구나 쉽게 토큰을 발행할 수 있는 ‘펌프펀(Pump.fun)’ 같은 프로토콜 덕분에 토큰 출시 장벽이 낮아졌다. 이에 따라 밈코인 광풍은 2025년에도 이어졌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이에 합류해 자신의 밈코인 토큰을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판데는 "우리가 먼 길을 왔지만, 어쩌면 틀린 방향으로 온 것일 수도 있다"며, 암호화폐에 다시 ‘미래적 감각’을 불어넣기 위해 산업 전반이 근본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