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투자 기록이 새롭게 쓰였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는 1일(현지시간) 오픈AI(OpenAI)에 최대 400억 달러(약 57조 6,000억 원)를 투입하는 거래를 공식 발표했다. 이는 단일 스타트업 대상 투자로는 역대 가장 큰 규모로, 기존 모든 사례를 압도한다.
이전까지 최대 규모였던 투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FT)가 2023년 진행한 오픈AI에 대한 100억 달러(약 14조 4,000억 원) 투자였다. 다만 해당 거래는 순수 지분 투자가 아닌 장기 파트너십과 인프라 지원을 포함한 구조로, 이번 소프트뱅크의 자금 지원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보다 더 앞선 2019년, 소프트뱅크가 위워크(WeWork)에 투자한 95억 달러(약 13조 7,000억 원) 건도 있었지만, 위워크는 이후 파산을 겪으며 실패 사례로 남았다.
이번 오픈AI 투자도 전통적인 벤처 투자 방식은 아니다. 소프트뱅크는 우선 100억 달러(약 14조 4,000억 원)는 투자자 신디케이트를 구성해 유치할 계획이고, 나머지 300억 달러(약 43조 2,000억 원)는 직접 자금을 조달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오픈AI는 연말까지 총 40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이번 투자와 함께 오픈AI의 기업 가치도 크게 상승한다. 협약에 따르면, 오픈AI는 기존 영리 자회사의 구조를 개편할 경우 사후 가치(post-money valuation) 기준으로 3,000억 달러(약 432조 원)의 평가를 받게 된다. 이는 지난 10년간 설립된 벤처 지원 비상장 기업 중 최대 규모다.
이와 같은 초대형 투자 사례는 최근 미국 스타트업 시장 전반에 걸친 고평가 흐름과 맞물려 있다. 현재 기준으로 미국 내 벤처 투자 유치 비상장 회사 중 밸류에이션이 450억 달러(약 64조 8,000억 원)를 초과한 기업만 최소 7곳에 달한다. 일부는 추가 투자 유치를 논의 중이며,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회사는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스페이스X로, 지난해 말 비상장 주식 매각 과정에서 평가액이 3,500억 달러(약 504조 원)까지 치솟았다. 이어 결제 플랫폼 스트라이프(Stripe)는 임직원 유동성 확보를 목적으로 단행한 거래에서 915억 달러(약 132조 원)의 평가를 받았다.
AI 분야 주요 기업도 대형 투자를 이끄는 주역으로 부상했다. 데이터 분석 기업 데이터브릭스(Databricks)는 올해 초 시리즈 J 투자로 100억 달러를 유치하며 620억 달러(약 89조 3,000억 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xAI는 2년 만에 60억 달러를 끌어모은 데 이어, 75억 달러 가치로 다음 투자 라운드를 준비 중이다.
여기에 생성형 AI 기업 앤스로픽(Anthropic)은 35억 달러를 유치해 615억 달러(약 88조 6,000억 원)의 밸류에이션을 기록했고, 구글 자회사 웨이모(Waymo)도 45억 달러(약 64조 8,000억 원)를 평가받으며 56억 달러를 확보했다.
이처럼 비상장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전처럼 당장 상장을 선택하지 않는 흐름 역시 확산되고 있다. 벤처 캐피털 등 투자자들이 과거보다 장기적으로 비상장 주식을 보유하는 데 더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많은 고성장 기업들이 이를 기반으로 대규모 자금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상장 없이 유동성 확보에 성공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