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루나와 테라코인 폭락은 암호화폐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투자자들은 발행사 CEO를 고소하고, 미국 행정부에서는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시장에 준 혼란과 영향은 그만큼 많은 사람이 암호화폐에 관심을 두고 직간접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블록체인은 뉴스 생태계를 구할 수 있을까?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이 적용된 금융 분야 응용 사례의 하나일 뿐 같은 개념은 아니다. 블록체인은 암호화폐뿐 아니라 보험, 의료,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돼 실험이 진행 중이다. 블록체인은 미래 시대를 이끌 선도 기술 중 하나로 소개된 이래 다양한 산업에 혁신을 심어줄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일반적으로 블록체인은 디지털 공간에서 중개자(broker)나 보증기관이 개입하지 않고 참여자들 간의 거래나 합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이뤄낸다.
P2P(Peer to Peer) 네트워크 방식은 음악이나 영상을 공유하는 ‘소리바다’, ‘토렌토’ 등에서도 이미 사용되어 온 기술이다. 다만 최근 들어 더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는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생태계 구성원들에게 정보의 권한을 분산하고 신뢰 기반 시스템 구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신뢰성이 담보되기에 거래 상대방을 신뢰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돈도 필요하지 않다. 네트워크에서 일어나는 모든 거래 기록을 분산원장시스템(Distributed Ledger System)에 기록하고,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참여자들이 다 같이 이를 공증하기 때문에 이 같은 탈중앙화의 매력적인 속성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이다.
특히 미디어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고자 하는 관심과 노력은 중개 역할을 하는 플랫폼에 대한 권한 집중,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광고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 등으로 인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되고 있다. 콘텐츠에 대한 소유권, 저작권 이슈, 콘텐츠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가 산정 이슈, 콘텐츠 이용과 거래 데이터 신뢰성 확보 이슈 등 블록체인 기술은 미디어 분야의 다양한 숙제들을 해결해 줄 답안지처럼 여겨지고 있다.
딜로이트(Deloitte)는 미디어 업계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기 적합한 사안으로 1)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위한 소액결제 2) 콘텐츠를 통합하는 거대 사업자를 우회하는 거래 3) 스마트한 계약 방식 4) DMR 및 과금 복잡성 감소 등을 꼽았다(Deloitte, 2017).
그리고 유경한(2020)은 블록체인 기술이 미디어 산업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1) 공정한 수익배분 2) 수평적 의사결정 3) 기존 환경의 효율적 개선 4) 비가역성과 투명성을 이용한 불법 근절 등으로 정리하기도 했다.
미디어 분야 중에서도 특히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는 언론사들은 유통 헤게모니를 포털과 SNS 등에 잃어버렸다. 언론의 신뢰도가 매우 낮은 상황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저널리즘, 뉴스 생태계에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줄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탈중앙화라는 속성 아래 블록체인 기술은 검열 저항성, 기록의 비가역성, 정보의 투명성 등의 가치를 지니고 있어(한수연, 2018) 이를 뉴스 생태계와 연결해 다양한 해석과 전망이 가능하다.
이때 검열 저항성은 스마트 계약상 조건을 충족하면 자동으로 이행돼 중단할 수 없다는 의미이며, 기록의 비가역성은 한 번 거래가 이행되면 되돌릴 수 없어 위변조가 불가능하다는 것, 정보의 투명성은 누구나 분산원장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스 생태계에서는 여타 미디어 영역과는 조금 다른 가치를 지향한다. 저널리즘 블록체인 역시 암호화폐를 통한 보상과 직거래를 지향하지만 그와 동시에 저널리즘 본연의 기능과 가치 실현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다른 사례들과 차별성이 있다(유경한·윤호영, 2018).
예를 들어 시빌(Civil) 프로젝트는 중앙집중화된 뉴스룸 구조를 탈피해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화된 공동편집을 추구한다. 참여자들의 상호검증을 통한 팩트체크를 진행하는 동시에 뉴스룸 운영의 혁신을 꾀하고자 한다.
DNN(Decentralized News Network)도 유사하게 상호검증을 거치게 하며, 가짜뉴스 필터링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미디어 시프터(Media Sifter), 트라이브(Trive), 프레스 코인(PressCoin), 멀트라(MulTra) 사례에서도 그 방향을 확인할 수 있다. 그 간의 논의를 토대로 블록체인 기술은 독자, 기자, 플랫폼, 언론사 등 뉴스 생태계 내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통해 저널리즘 분야 숙원 사업이었던 디지털 변혁이 이제야 가능해질 수도 있으며, 광고나 협찬에 의존하던 수익 모델을 확장하고 새로운 형태의 수익 배분 모델을 만드는 것 역시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미디어 분야에서 블록체인 활용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이렇다 할 성공사례가 만들어지지는 못했다. 일각에서의 우려처럼 미디어 산업, 특히 뉴스 생태계가 지닌 독특한 속성이 블록체인 기술과 근본적으로 궁합이 맞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조영신, 2018).
물론 여전히 블록체인 기술은 속도와 용량, 안정성 등에 있어 개선 과제들이 남아 있기도 하다. 뉴스 생태계를 비롯해 미디어 산업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소형 데이터 묶음으로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처음 기록된 정보가 허위정보이고, 이를 위변조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이 역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좋은 기사, 공신력 있는 매체와 언론, 기자에 대한 보상체계 등 뉴스 생태계 내 오래된 갈증을 블록체인 기술이 과연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일까?
블록체인의 저널리즘 영역 적용을 위한 보다 건강한 논의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왜 뉴스 생태계 혁신이 어려운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뉴스 생태계가 블록체인과 같은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기술을 소화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가지고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혁신은 결국 조직의 지원과 철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조직적 차원에서 건강한 생태계 구축을 위해 얼마나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는지, 투명성을 강화하고 고객 중심의 서비스 구현을 달성하고자 하는 의지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영상 분야와 같이 저널리즘 영역도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 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도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기사에 대한 저작권이 기자에게 있지만, 한국은 이러한 문화나 개념에 대해 의도적 또는 비의도적으로 무관심해 왔다. 결국 이러한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블록체인이 가져올 장밋빛 미래만을 꿈꾼다면 기형적 뉴스 생태계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기술이 지닌 무한한 잠재력에 동의하지만 이 잠재력이 펼쳐질 무대가 무너지지 않아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뉴스 생태계가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대전환을 달성하고 이용자들의 신뢰를 얻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기자들의 지속적인 생태계 참여 유인을 확보해 건강한 뉴스 생태계 구현이 가능한 환경에 하루빨리 도달할 수 있길 바란다.
본 콘텐츠는 <BBR: Blockchain Business Review> 6월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