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동산을 동산으로 만들 수 있는 블록체인, 자산의 토큰화가 핵심

암호화폐 열풍이 불었던 지난 2017년, KISA는 이미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인지하고 국내 여러 산업 분야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이후로 매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함께 블록체인 생태계 확산을 위한 시범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 민 팀장은 KISA의 여러 활동들을 이끌어오며 국내 블록체인 기술의 육성과 도입에 힘써왔다. 특히 최근에는 KISA의 미래정책연구실에서 블록체인 기술의 실물경제 도입을 위한 정책 방향 수립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KISA에서 진행하는 ‘블록체인 기술의 실물경제 도입을 위한 정책 제언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자산의 토큰화’ 최근 금융업계와 블록체인 업계 등에서 이따금 들려오는 표현이다. 실물경제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여겨지는 자산의 토큰화는 금융시장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환경을 만들고 있다. 우리는 각자의 자산을 토큰에 담고 있으며 토큰에 담긴 자산은 보다 다양한 형태로 구현된다. 다만 아직까지 자산의 토큰화와 관련된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으며, 정책적 방향성 역시 확실치 않다. 이에 한국인터넷진흥원(이하 KISA)은 ‘블록체인 기술의 실물경제 도입을 위한 정책 제언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해당 연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민경식 KISA 미래정책연구실 정책분석팀 팀장을 만났다.

‘블록체인 기술의 실물경제 도입을 위한 정책 제언 연구’를 시작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해당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최근 블록체인 기술이 아주 큰 관심을 받고 있잖아요. 대체불가토큰(NFT)이나 증권형토큰(STO), 분산신원증명(DID) 등이 정말 많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기대받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사회 전반에 걸쳐 블록체인에 대한 완전한 수용은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는 블록체인의 핵심 가치인 탈중앙화 때문입니다. 탈중앙화가 중요한 가치이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의 모든 것들을 탈중앙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블록체인을 통해 기술적인 탈중앙화는 이룰 수 있지만, 제도적인 탈중앙화까지 이어지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 없이 법정화폐의 신뢰를 구축할 수 없듯 다른 분야 역시 마찬가지죠.

이번 연구는 이런 고민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블록체인을 현실 경제에 어떻게 녹여내야 하나, 그리고 중앙화된 제도와 탈중앙화된 블록체인의 강점을 어떻게 융합시킬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이에 맞는 정책 방향을 제언하려는 것입니다.

현재 진행하는 연구에는 어떤 내용이 포함됐나요?

금융 시장을 비롯해 부동산이나 미술품 시장 등 실물경제 분야에서의 블록체인 적용 사례를 살펴보고 관련 제도를 연구하고자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와 함께 블록체인 기술의 실물경제 도입을 위한 정책적, 기술적 이슈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이를 중심으로 향후 정책 추진 방향과 기술적 보완 사항에 대한 제언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NFT와 STO 등으로 대표되는 자산의 토큰화와 관련된 현황을 파악하고 실제 활용을 위해선 어떤 정책적 고려가 필요한지를 검토하는 것이죠. 해당 연구에서는 과기정통부 등과 함께 KISA가 추진해왔던 블록체인 시범사업을 대상으로 실물경제에 도입 가능성도 검토할 예정입니다. 사례 분석을 통해 도출된 이슈에 대해서는 국내외 법제 및 정책 현황을 검토해서 추가적으로 정책 제언에 활용할 것입니다.

해당 연구는 NFT와 증권형토큰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머지않아 NFT가 제도권에 편입될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네. 그럼요. 사실 NFT에 대해서도 정말 많은 고민을 해왔습니다. NFT라고 하면 일반적인 블록체인 토큰과 다른 것이라고 이해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블록체인의 기본원리를 생각해보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토큰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애초에 블록체인에서 각 블록들은 서로 다른 유일무이한 블록이지만, 블록에 담긴 가상자산(예를 들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간의 대체가 가능하고, NFT는 가상자산 간의 대체가 불가능하다는 특징 때문에 주목받고 있는 것이죠. 사실 NFT는 블록체인 기본원리에 매우 충실합니다.

NFT는 대체가 불가능하다는 특징 때문에 특정 물건의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으며, 특히 디지털상에서 생겨나는 다양한 콘텐츠 등의 소유권을 인증하는데 적극 활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명한 화가의 그림이 있다고 하면 이 그림에 대한 NFT을 발행해 해당 그림에 대한 원본성도 보장받고 소유권의 거래도 가능한 것이죠.

더 큰 특징으로는 고가인 그림의 NFT를 분할해서 다수의 투자자들이 그림의 가치를 나눠 갖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당연히 부동산과 같은 고액의 자산을 조각내서 투자할 수도 있고요. 일반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투자 진입의 허들을 낮출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기 때문에 결국엔 NFT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물론 법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은 있습니다.

그렇다면 증권형토큰은 어떤가요?

증권형토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요즘 NFT와 증권형토큰이 혼용돼서 사용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부동산과 같은 자산을 토큰화한다고 보면 이걸 NFT로도 가능하고 증권형토큰으로도 가능하거든요. 그래서 NFT의 폭을 넓게 해석해서 증권형토큰도 NFT의 일부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실제로 NFT와 증권형토큰을 칼로 두부 자르듯 자를 수는 없기도 하거든요. 부동산이나 미술품 같은 원본의 대체가 불가능한 자산을 증권형토큰으로 발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해당 토큰을 대체 가능한 토큰으로 발행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증권형토큰이나 NFT는 블록체인을 실물경제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활용법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당연히 증권형토큰 역시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NFT와 증권형토큰이 법적으로 허용될지에 대한 여부도 중요하지만,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런 블록체인 기술들이 실물경제에 도입되기 위해선 실물경제의 법칙을 따라야 한다는 점이에요.

그렇다고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을 모두 무시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서로 타협할 부분이 있는 것이죠. 저희가 해당 연구를 진행하는 것도 이런 타협해야 할 부분들을 탐색하기 위한 것입니다.

타협할 부분이라는 것은 무엇인가요?

블록체인은 활용성이 높은 기술이지만 아직까지는 한계가 존재하거든요. 현재까지 밝혀진 블록체인 기술의 치명적인 단점 중 하나는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노드가 많아지면 그만큼 처리속도가 느려진다는 점입니다. 실제 효율적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하기 위해선 데이터 처리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고,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의 중앙화가 필요한 것이죠.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블록체인을 활용한다고 해서 제도적인 탈중앙화까지 이룰 수는 없다 보니 타협이 필요한 것입니다. 블록체인을 활용할 때 어느 수준까지 탈중앙화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이고, 중앙화된 제도권에 블록체인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도 중요한 요소이죠.

KISA가 진행한 블록체인 시범사업 사례 중에서도 연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팀장님이 주안점을 두고 있는 시범사업은 무엇이 있나요?

지난 2018년부터 KISA에서는 블록체인 산업 육성과 블록체인의 시장 도입을 위해 다양한 시범사업을 진행해왔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주안점을 두고 있는 시범사업은 국토교통부와 함께 진행했던 ‘부동산 종합 공적 장부 시스템 시범사업’입니다. 우리 삶 속 실물경제에 블록체인을 도입한 사례이기도 하죠. 저는 해당 사업을 중심으로 부동산의 토큰화, NFT화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이를 통해 유일무이한 소유권의 보장과 건전한 거래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실 부동산의 증권화는 경제학적인 관점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움직일 수 없는 자산인 부동산을 움직일 수 있는 자산으로 만드는 것이 부동산의 증권화이고, 이것을 토큰으로 실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부동산을 거래하기 위해선 과거엔 복덕방, 지금은 공인중개사를 찾아가잖아요? 그런데 부동산의 증권화가 실현되면 증권거래소와 같은 거래소를 통한 부동산 매입이 가능해집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이 부산의 부동산이 얼마에 나오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물론 여기에는 투기 자금이 몰리는지 감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겠지만, 실제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더욱 편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외에 다른 사업은 무엇이 있을까요?

현대자동차와 진행했던 중고차 플랫폼 서비스도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범사업은 중고차거래를 대상으로 진행했었지만, 제가 생각하는 것은 자동차를 구매하는 사람이 자동차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순간부터 해당 자동차에 대한 모든 정보가 블록체인에 기록되기 시작하는 것인데요. 블록체인을 통해 자동차는 누가 만들었으며, 주행거리는 얼마고, 주유는 어디서 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데이터는 자동차 기업들이나 중고차 플랫폼에서도 활용할 수 있기에 경제적 가치가 상당하다고 생각해요.

해당 서비스가 활성화된다면 소비자들이 데이터를 제공하고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고, 기업들은 해당 데이터를 통해 보다 소비자 친화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겠죠. 결국, 해당 서비스를 통해 블록체인 시스템과 토큰 이코노미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외에도 KISA에서는 고속도로 통행료 정산 플랫폼 구축 사업, 블록체인을 적용한 기부 플랫폼 사업, 투표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전자투표 등 다양한 시범사업을 진행해왔는데요. 시범사업을 통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했지만,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후속 비즈니스로의 확장이나 실제 도입으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해당 시범사업들이 갖는 문제는 무엇인지 연구 보고서에 담겨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해당 연구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최종 목표를 정리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블록체인이 우리의 실생활, 실물경제에 도입되는 과정에서 KISA가 더 좋은 방향으로의 제언을 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블록체인이 갖고 있는 기술의 특성을 어떻게 살리고, 한계점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탐색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다가올 블록체인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와 관련해 우리가 어떤 협의를 이뤄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것이죠. 저희의 이번 연구를 통해 블록체인이 우리 생활과 실물경제에 더욱 잘 받아들여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본 콘텐츠는 <BBR: Blockchain Business Review> 6월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