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대러 제재 조치를 강화하는 가운데, 처음으로 러시아 소재 '암호화폐 채굴장'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지난 20일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암호화폐 채굴업체 '비트리버(BitRiver)'와 산하 자회사 10곳을 특별지정제재대상(SDN) 명단에 추가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문제로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미국은 암호화폐가 잠재적인 제재 회피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제재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OFAC는 비트리버와 푸틴 정부의 구체적인 연관성을 언급하진 않았다.
OFAC는 "비트리버가 국제적으로 암호화폐 채굴 능력을 판매하는 대규모 '서버팜(server farms)'을 운영하여 러시아가 천연자원을 수익화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푸틴 정권이 어떤 자산도 제재 영향을 상쇄하는 메커니즘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미국, 카자흐스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비트코인 채굴 국가이다. 일각에서는 비트리버에 대한 조치가 러시아 암호화폐 채굴 업계 전반에 대한 압박을 시사할 수 있는 진단이 나온다.
이날 시중은행 트란스카피탈방크(TKB), 러시아 재벌 콘스탄틴 말로페예프 관련자 40여명 등도 제재 대상으로 지목됐다.
OFAC는 이달 초 러시아에 소재하는 최대 다크넷 시장 '히드라(Hydra)'와 암호화폐 거래소 '가란텍스(Garantex)'도 제재 명단에 올린 바 있다.
금융제재로 인한 고립이 심화되면서 러시아는 암호화폐 활용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 상공회의소는 아프리카 무역에 암호화폐 및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활용을 촉구한 바 있다. 러시아연방세무국(FTS)도 러시아 기업의 대외 무역 결제 수단으로 암호화폐를 도입할 것을 재무부에 제안했다. FTS는 "대러 금융제재로 무역 기업의 대금 결제 옵션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정부와 국제통화기구(IMF)는 러시아가 암호화폐를 활용해 제재 회피를 시도하는지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에 대한 '고가치(High-Value)' 암호화폐 서비스 제공을 금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