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디지털혁신부 장관 미하일로 페도로프(Mykhailo Fedorov)가 2022년 2월 27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에 러시아와 벨라루스 이용자 계정을 동결시켜줄 것을 촉구했다.
페도르프 부총리는 "모든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에 러시아 이용자의 주소를 차단해줄 것을 요청한다"면서 "러시아와 벨라루스 정치인 관련 주소뿐 아니라 일반 이용자 주소까지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요청은 러시아가 법정화폐와 일반 금융 시스템 대신 암호화폐를 활용해 경제 재재를 우회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미국, 유럽 등이 경제 제재에 나서면서 러시아 루블화는 심각한 가치 손실을 겪고 있다. 달러 대비 40% 가량 하락하며 1998년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다.
실제로 암호화폐를 통해 현지 법정화폐를 벗어나려는 움직임도 확인되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RUB) 마켓에서 비트코인 거래량은 15억 루블(약 215억원)로, 9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러시아 정부와 협력했던 바이낸스에 거래량이 집중됐다. 우크라이나 법정화폐인 흐리브냐(UAH) 마켓의 비트코인 거래량도 급증해 8개월래 최대치를 나타냈다.
업업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일부 업체들은 즉각적인 지원에 나섰다.
합성자산 플랫폼 퍼블릭 민트는 "대러 제재 관련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러시아와 벨라루스 사용자 계정의 법정화폐 입출금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인게임 메타버스 아이템 거래 플랫폼 디마켓(DMarket)도 대상 계정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 주요 거래소인 크라켄은 러시아 계정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제스 파월(Jesse Powell) 크라켄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를 통해 "법적 제재 없이는 이같은 조치를 취할 수 없지만, 러시아 이용자들은 법적 제재가 임박했음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거래소의 임무는 정부나 정치적 파벌보다 개인의 필요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국민의 자산은 전쟁을 위한 무기가 아닌 평화를 위한 무기"라고 강조했다.
압도적인 병력을 가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각 지역을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배후가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우크라이나의 의회·내각·외무부 등 여러 정부 기관 및 은행의 웹사이트 등도 디도스(DDoS)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사이버 전쟁이 심화되자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암호화폐 거래소뿐 아니라 전 세계 개발자들에게 사이버 전투에 동참할 것을 요청한 상태다. 가스프롬, 스베르방크, VTB 등 러시아 주요 에너지 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요청하는 텔레그램 채널 링크를 공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