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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외에도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보충할 방안은 또 있다. 러시아는 점점 커지고 있는 랜섬웨어 산업에서 상당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암호화폐 범죄 수익으로 손실 채운다
랜섬웨어 같은 해킹 방식을 통해 암호화폐를 탈취하고 제재로 인한 재정 손실을 채울 가능성도 있다. 랜섬웨어는 해커가 컴퓨터 네트워크에 침입해 디지털 자료를 동결시키고 피해자에 이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사이버 공격이다.
2021년 미국에서 대형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랜섬웨어 공격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암호화폐로 자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고, 배후로는 러시아 조직들이 지목됐었다.
블록체인 추적업체 체이널리시스(Chainanalysis)가 2월 14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랜섬웨어 수익의 약 74%인 4억 달러 이상의 암호화폐가 어떤 식으로든 러시아와 연결된 기업들로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다크웹 마켓플레이스 ‘히드라(Hydra)’의 불법 자금도 러시아로 상당 부분 흘러 들어가고 있다고 밝혀졌다. 해당 마켓은 암호화폐로 운영되며 2020년 판매 금액이 10억 달러를 넘었다. 플랫폼은 판매자가 특정 지역 거래소를 통해서만 암호화폐를 거래하도록 강제해 자금 추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킴 그라우어(Kim Grauer) 체이널리시스 연구총괄은 "히드라가 동부 유럽뿐 아니라 서부 유럽 전역에 걸쳐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분명 국경을 넘어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히드라가 거래 흐름을 은폐할 수 있는 기술을 이용하고 있으며, 러시아 이용자가 자금을 국경 밖으로 이동시키는데 이같은 툴을 제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과 유엔 발표에 따르면 이란, 북한 등도 제재를 피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사용하고 있다. 유엔은 "북한이 랜섬웨어 공격을 통해 암호화폐를 탈취하고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컨설팅 기업 엘립틱(Elliptic)은 "이란이 비트코인을 채굴해 원유 판매 제한으로 인한 손실분을 벌충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암호화폐 감독 수준 높아진다
암호화폐를 통한 국제사회 제재 우회가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제재를 가하는 국가 편에서도 제재와 감독 범위를 암호화폐까지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2월 법무부는 새로운 암호화폐 집행팀을 조직해 추가적인 감독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비트파이넥스 해킹 관련 자금세탁 공모 혐의로 한 부부를 체포하고 36억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를 압수하는 등 감독 역량 강화를 보여주는 가시적인 사례도 나오고 있다.
재무부는 2021년 10월 발간한 30쪽가량의 제재 이행 매뉴얼을 통해 암호화폐 기업에 "위치 정보를 사용해 제재 국가 이용자를 차단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암호화폐 은폐 기술만큼 추적 솔루션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체이널리시스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경고해주는 ‘거래확인(Know-your-transaction)' 솔루션을 제공 중이다. 뉴욕멜론은행 등 민간 기업들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추적 솔루션 이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불안한 국제 정세에 휘청이는 금융시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미 시작됐다. 전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더욱 심화됐다. 러시아 현지 매체들은 러시아 국방부가 우크라이나 군사 시설을 정밀 타격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CNN 등은 우크라이나 군이 러시아 항공기 5대와 헬기 1대를 격추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전세계 금융시장도 크게 휘청였다. 한국, 일본, 홍콩 등 아시아 증시는 장중 2% 이상 하락했다. 코스피는 2700선이 깨졌다. 외국인과 기관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원 이상 순매도했다. 2022년 2월 24일 오후 4시 토큰포스트마켓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날 대비 8% 하락한 3만 497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