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업계가 시끌벅적하다. 2021년 3분기에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으로 암호화폐 시장이 시끄럽더니 최근에는 가상자산 과세 이슈가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 이외에도 암호화폐 시장은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나 밈(meme)코인, 팬덤(Fandom)코인 등으로 특정 코인들이 급등과 급락을 오가고 있다.
올해에는 새로운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 플랫폼이 여럿 등장하기도 했으며, 대체불가토큰(NFT)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남아메리카의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도입했으며 중국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인 디지털 위안화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단순히 암호화폐 시장뿐만 아니라 블록체인이 활용되는 여러 분야에서 비약적인 성장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와 암호화폐 시장의 전망, NFT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박성준 동국대학교 블록체인연구센터 센터장을 만났다. 박 센터장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가상자산 과세는 유예가 연장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NFT와 관련해서는 “NFT는 다양한 모습으로 성장할 것이고 예측할 수 없는 수준까지 변화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최근 블록체인 업계에 여러 가지 이슈들이 즐비해 있습니다. 그 중 가상자산 과세 이슈가 가장 뜨거운데요. 가상자산 과세, 어떻게 될 것이라 전망하시나요?
핵심 먼저 말하자면 일단 과세를 유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가 700만 명을 넘어섰으며, 2030의 지지를 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여당이 조금이라도 많은 표를 얻기 위해 정치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정치적인 측면을 걷어낸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가상자산 과세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기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현재 은행 실명계좌를 받은 4대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에서 운영되는 원화 마켓에 대한 과세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이외에 코인 마켓만 운영 중인 21개 거래소에 대한 과세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코인 마켓에서 거래되는 코인들의 가격 기준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 정해놓지도 않았기 때문에 거래소들 역시 난처한 상황인 것이죠. 투자자 보호에 대한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과세자료 확보에 있어 시스템적으로도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당장 오는 1월 1일부터 과세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럼 시스템이 해결되면 가상자산 과세는 문제가 없나요?
아닙니다. 기술적으로 과세가 가능한가 아닌가보다 중요한 문제는 가상자산 과세 정책 자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가상자산을 통한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250만 원까지만 공제해 준다는 것은 가상자산 투자를 아직도 투기나 도박으로만 보고 있다는 것이거든요. 과세를 하기 위해선 과세 대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지만 현재 정부는 이런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보입니다.
가상자산이라고 해서 모두 똑같은 것이 아니잖아요? 토큰이나 코인이나 종류가 수없이 많거든요. 이 중에는 통화의 성격을 지닌 토큰도 있고, 증권형 토큰도 있는데, 이런 토큰과 코인의 특성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모든 토큰과 코인을 ‘가상자산’이라는 하나의 바구니에 넣어서 일괄적으로 과세한다는 생각 자체가 어불성설인 것이죠.
증권형 토큰의 경우 실제 주식과 비슷한 형태로 운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대상이 가상자산의 범주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250만 원의 공제밖에 받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암호화폐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하는 것이 좋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가상자산 과세 정책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대부분의 요인은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을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거든요. 기타소득으로 분류해놓은 것도 가상자산을 일반적인 자산이 아니라 저작권과 같은 무형자산으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고요.
특히 과세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국민 보호라는 국가의 의무는 다하지 않으면서 국민들에게 납세의 의무를 강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가상자산 과세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논의를 나눌 수 있는 틀조차 만들지 않으면서 소득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무조건 과세를 한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점이고요.
암호화폐가 온전한 자산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정부가 알아서 가상자산을 자산으로 인정하면 좋겠지만 지금 당장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오히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빨리 대중화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CBDC가 발행되면 가상자산이 ‘실체가 없다’라는 이유로 무형자산으로 취급하는 일은 불가능해지거든요.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화폐가 디지털 자산으로 발행된다면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이 온전한 자산으로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최근 중국의 CBDC 발행이 암호화폐 시장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CBDC가 더욱 촉발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후에는 가상자산의 위상이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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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메타버스와 NFT 시장이 크게 주목받고 있는데요. 메타버스와 NFT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메타버스는 분명 미래의 중요한 산업이 될 것입니다. 과거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닷컴 열풍이 불었던 것처럼 메타버스 역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겠죠. 물론 지금의 메타버스는 기술적으로 다소 모호한 점이 있지만 보다 나은 기술이 나오면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블록체인 기술뿐 아니라 AR(증강현실)과 VR(가상현실),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이 더욱 발전해야겠죠.
메타버스 세상이 대중화된다면 그때부턴 기존 암호화폐들의 각축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메타버스 경제의 한 축을 암호화폐가 담당하게 되겠죠. 이처럼 메타버스가 발전하고 암호화폐가 각축전을 벌이면서 결국 승자만 살아남는 시장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닷컴 열풍 때처럼 3%의 승리자가 시장을 독식하고 97%는 모두 사라지게 되는 것이죠.
NFT의 미래에 대해서 예측하기란 사실 쉽지 않아요. 현재는 ‘대체불가능’이란 특징이 NFT의 개념처럼 굳어졌지만 이런 NFT의 개념은 변화할 수 있거든요. 미래의 NFT는 어떤 모습이 될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더욱 NFT의 변화를 예의 주시해야 하는 것이고요.
NFT가 변화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면서 현실세계의 있는 모든 유무형의 자산은 결국 디지털화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자산 중에도 시장성이 있으면서 유니크한 자산들이 가장 먼저 NFT로 만들어질 것이고요. 현재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것이 바로 미술, 예술 시장인데요. 이미 예술계는 빠르게 NFT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런 NFT화가 예술계에서 멈추지는 않을 것이거든요. 결국 더욱 많은 자산들이 NFT로 제작될 것이고, NFT로 제작되면서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저 역시 이런 NFT를 활용해 현실의 자산을 디지털 자산으로 변환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술 시장보다 시장 규모가 크면서도 자산 하나하나가 유니크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부동산 시장이죠. 제가 운영하고 있는 앤드어스에서는 최근 부동산 NFT를 발행하기 위한 법인인 다비어스를 설립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자산시장인 부동산 자산을 NFT로 만들어서 보다 많은 투자자들이 부동산 자산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NFT라니 다소 생소한데요. 어떤 개념인가요?
쉽게 설명하자면 아파트의 지분을 쪼개서 이 지분들을 NFT로 제작한다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NFT로 제작하는 것인데 아파트를 보유하면서 얻게 되는 거주권이나 소유권 자체를 모두 NFT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지분만 판매하는 것이죠.
투자자들은 해당 아파트의 NFT를 구매함으로써 부동산에 간접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보통 부동산 투자라고 하면 아파트 등 부동산을 직접 구매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부동산 NFT를 통해 부동산을 하나의 주식으로 만들어 보다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해당 부동산의 가격이 올라간다면 NFT 가격도 상승하게 되고, NFT를 구매한 투자자들은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가 되는 것이죠.
부동산을 NFT로 제작해 판매하는 부동산 소유주에겐 어떤 장점이 있나요?
가장 중요한 것은 부동산을 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10억짜리 아파트를 구매한다고 했을 때, 이중 51%의 지분을 남겨두고 49%의 지분을 NFT로 제작해 판매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아파트의 지분을 판매하는 것이니 49%의 지분을 매각한다면 4억 9000만 원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아파트를 구매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금은 5억 1000만 원 수준이 될 것이고요. 부동산 NFT를 판매함으로써 보다 저렴하게 부동산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기는 것이죠.
특히 지분을 판매한다고 거주권이나 소유권을 판매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데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습니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부동산 자산의 현금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 부동산의 가치는 떨어지지 않지만 실제로 구매할 땐 더욱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가 진행하고 있는 부동산 NFT처럼 NFT는 단순히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을 것입니다. 어떠한 자산이든 디지털 자산으로 변환한다고 가정하면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것이 NFT이기 때문이죠. 저희가 전혀 새로운 개념의 부동산 NFT 사업을 시작하는 것처럼 또 어떤 새로운 NFT가 나올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