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업계가 국제자금세탁기구(FATF)에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 규제에 관한 제안 사항을 전달했다. FATF가 2021년 10월 신규 개정 지침을 확정하기 전 디파이 규제에 대한 업계 입장을 전달하기 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2021년 7월 5일(이하 현지시간) 더블록에 따르면 '글로벌 디파이 연합체(Global DeFi Coalition)'가 FATF에 균형 잡힌 디파이 규제 접근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발송했다. 수신인은 데이비드 루이스(David Lewis) FATF 사무국장이다.
공개 서한에서 연합체는 △실용적이고 집행 가능한 규정 수립 △디지털 규제 이행 절차 보장 △고객 식별 업무에 금융 중개기관 협력 허용 △블록체인 투명성을 감안한 규제 접근 △디파이 업계와의 협력 △글로벌 협력 수준 개선 등 디파이 조직을 규제할 때 고려해야 할 6가지를 제시했다.
연합체는 "적절한 규제가 마련되기 위해서는 당국이 디파이가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조기 단속이 혁신을 억제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막지 않도록 하고 협의체 및 전문가 그룹을 통해 업계와 규제 당국 간의 열린 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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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서한은 FATF의 지침 최종안이 확정되는 2021년 10월 전 업계 의견을 전달하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FATF는 2019년 6월 가상자산사업자(VASP)에 적용되는 자금세탁방지 지침을 발표하고 각국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2021년 3월에는 디파이, 스테이블코인 용어 정의를 포함하는 신규 지침 초안을 내놨다. 시장의 빠른 발전 상황을 반영하고 안정적인 규제 도입을 돕기 위한 개선 작업이지만 활동에 제약을 가하고 업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일으켰다.
연합체는 "이번 공개 서한은 업계가 권장하는 규제 방향을 제시해 당국이 잠재적인 규제 실패를 피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GDC는 전 세계 암호화폐 로비 단체들이 참여하는 연합체다. 회원 단체는 액세스(ACCESS, 싱가포르), 비트코인어소시에이션(Bitcoin Association, 스위스), 블록체인어소시에이션(Blockchain Association, 미국), 블록체인포유럽(Blockchain for Europe, 유럽), 크립토UK(CryptoUK, U.K.), INATB로 약 350여 개 기업체를 대표한다.
<6가지 제안 전체 내용>
1.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한 광범위한 상황적 요소를 고려해 실용적이고 집행 가능한 규정 수립을 보장해야 한다.
고객 자금에 접근하지 않고 거래 데이터만 처리하는 기업인 경우 데이터 보관 규정은 적용돼야 하나 고객 자산을 동결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개입하는 등 기술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의무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
2. 규제로 인해 디지털 프로세스에 아날로그 방식이나 수동 절차가 도입돼서는 안 된다.
디지털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금융 중개기관은 사업 프로세스에서 전적으로 디지털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실명인증 절차에서 대면 고객 확인을 거래소 가입 의무로 요구하는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완전히 자동화된 프로세스에 수동 검증 단계를 도입해서도 안 된다. 이는 확장 가능한 비지니스 모델이 가진 잠재력과 기회를 막아 경제 성장을 해칠 수 있다.
3. 고객 식별 업무에 금융 중개기관이 협력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전 지역에 걸쳐 법률은 모든 금융 중개기관이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실명인증 절차를 반복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다른 금융 중개기관이 직전에 동일한 고객을 식별한 경우에도 그렇다. 많은 독립적 참여자들이 금융 서비스의 일부를 제공하는 탈중앙 환경에 이같은 규제가 적용되면 이용자는 단 한 건의 거래를 하더라도 실명인증을 여러 차례 진행해야 한다. 이는 탈중앙 시장을 중앙화 제공업체에 비해 불리하게 만들 수 있다. 과도하게 중복되는 서류 작업을 피하기 위해서는 금융 중개업체들이 실명인증 의무 이행 목적으로 고객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각 중개기관이 동일한 고객에 대한 동일한 절차를 반복하는 대신 제3자 신원증명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거래에서 완화된 위험 수준을 인식해 차별화된 위험 기반 접근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
제적으로 자금세탁방지(AML) 규제는 리스크 기반 접근 방식을 토대로 한다. 디앱(dApps) 상의 거래는 공개적으로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프라이빗 거래보다 자금세탁방지 위험을 야기할 가능성이 낮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관련 위험을 고려해 더욱 차별화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새로운 도전 과제는 기존 해법으로 해결할 수 없다. 새로운 현상을 불투명한 기존 환경에 대입시키면 자금세탁 및 테러 자금 조달 위험을 더 키울 수 있다. 개방된 블록체인 기반 거래의 낮은 위험 수준과 투명성을 인정하고 보상해야 한다.
5. 기본적인 규제 원칙 지침은 디파이 산업과의 협력을 통해 도입돼야 한다.
첫째, 규제 당국은 코더(coders)를 비롯한 산업 전문가들과 협력해 기술적이고 더 넓은 관점에서 빠르게 발전하는 분야에 대한 정보를 얻어야 한다. 이는 정책입안자와 당국이 미래 디파이 발전 방향을 이해하고 규제 대응 전략을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로 디파이 규제 원칙과 지침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 세 번째로 빠른 디파이 개발 속도를 감안해 당국은 디파이 커뮤니티와 지속적인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 최신 개발 동향을 파악해 적절하고 시기에 맞는 유연한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6. 암호화폐의 글로벌 특성을 감안할 때 규제 기관과 업계의 개선된 협력과 협업 수준이 요구된다.
혁신적이고 소비자 친화적이며 조화로운 규제 원칙을 구현·제공하기 위해 새롭게 조성된 장에서 규제기관과 단체 간, 규제기관과 글로벌 산업 간의 협력 수준을 개선할 것을 권장한다. 규제 당국은 산업 분야에서 일어난 혁신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의무 사항을 보다 폭넓게 검토해야 한다. 더 긴밀한 협력은 규제 당국이 각각의 의무를 이행하도록 보장하고 업계 혁신 뿐 아니라 기존 규제 제도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규제 기관이 의무를 이행하는 동시에 더 효율적인 집행, 군더더기 없는 구조, 더 나은 소비자 보호가 가능하다. 또 규제 기관과 글로벌 업계 간의 긴밀한 협력은 더 나은 규칙, 더 쉬운 적용,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효율성이 개선되면 결과적으로 더욱 효율적이고 전 세계에 적용 가능한 규제 원칙을 제공해 소비자와 투자자의 보호, 경제 성장, 일자리 창출을 증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