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이 정체하고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가능성이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2020년 성공적인 투자로 가장 주목받았던 펀드 매니저 캐시 우드(Cathie Wood)가 비트코인 ETF 출시 대열에 뛰어들었다.
비트코인 강세론자로서 다양한 간접 경로를 통해 비트코인 투자를 확대해왔던 캐시 우드가 이번에는 직접 비트코인 상품을 들고 나올 채비를 하고 있다.
2021년 6월 28일(이하 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캐시 우드가 이끄는 자산운용사 아크 인베스트먼트(Ark Investment)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ETF 상품 출시를 위한 신청서를 제출했다.
아크는 신청 서류에서 "해당 ETF의 투자 목적은 비트코인 수익률을 추종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ETF 명칭은 '아크 21셰어스 비트코인 ETF(ARK 21SHARES BITCOIN ETF)'이다. 승인이 되면 'ARKB'라는 티커명으로 거래될 예정이다.
아크는 비트코인 ETF 출시를 위해 유럽 시장에서 활약 중인 암호화폐 ETF 전문업체 '21셰어스(21Shares)'와 협력하고 있다. 캐시 우드는 2021년 5월 21셰어스의 모기업 '아문홀딩스(Amun Holdings)' 이사회에 합류한 바 있다.
불안한 비트코인에도 시장 조성은 계속된다
아크 인베스트먼트의 비트코인 ETF 신청은 암호화폐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나왔다.
비트코인은 2021년 4월 6만 5000달러 최고점에서 반토막이 난 상태로 횡보 중이다. 토큰포스트마켓에 따르면 2021년 6월 29일 오전 9시 40분 3만 506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중국에 이어 미국, 멕시코 등에서 규제 압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시장은 비트코인이 3만 달러 지지선을 지켜낼지 주목하고 있다.
비트코인 '변동성', '투기성' 인정
아크 인베스트는 ETF 신청서에서 '위험 요인' 설명을 통해 이같은 비트코인 변동성과 투기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아크는 "비트코인의 시장 가치는 특정 기업, 정부, 자산과 관련성이 없다"면서 "비트코인의 네트워크 가치, 거래 건수, 자산으로서의 종합적인 사용에 비트코인 가치가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비트코인 가치의 상당 부분이 투기적이며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투자자는 비트코인 가치 평가에 따라 상당한 이익, 손해, 변동성을 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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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간접 투자에서 직접 투자로
'돈나무 언니'라 불리는 캐시 우드는 2020년 팬데믹 기간 동안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성공적인 투자 성적을 냈다. 2021년 봄 성장주 조정기에 손실을 봤지만 5월 99.48달러 저점을 찍은 뒤 회복세를 타고 있다. 2021년 6월 28일 아크 이노베이션 ETF 주가는 130달러에 마감하며 지난 두 달 최고치를 기록했다.
캐시 우드는 "비트코인이 균형 잡힌 투자 포트폴리오의 일부가 되는 미래를 본다"면서 비트코인에 대해 오랫동안 낙관론을 펼쳤다. 아크 인베스트먼트도 2021년 1월 보고서에서 S&P500 기업들이 법인 현금의 1%를 비트코인으로 전환하면 기존 시세보다 40000만 달러 이상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아크는 미국 최초의 상장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세계 최대 암호화폐 펀드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신탁(GBTC)'를 통해 비트코인에 간접 투자해왔다. 암호화폐 시장이 급락한 이후에도 코인베이스, GBTC에 대한 추가 매입을 지속하고 있다.
코인베이스는 캐시 우드의 주력 상품 '아크이노베이션(Ark Innovation)'에서, GBTC는 '아크넥스트제너레이션인터넷ETF(Ark Next Generation Internet ETF)'에서 비중 기준 상위 10개 종목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번 비트코인 ETF 신청에 대해 시장은 캐시 우드가 암호화폐에 대한 간접 투자를 넘어 실제 비트코인을 보유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캐시 우드는 2021년 1월 비트코인 시총이 2조 달러를 넘어야 ETF 승인이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지만 공격적 투자를 추구하는 만큼 이번 하락장을 시장에 진입할 적기로 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비트코인 시총은 6475억 달러 수준이다.
어두워진 비트코인 ETF 전망
2021년 2월 캐나다의 비트코인 ETF 승인과 SEC 수장 교체는 미국 내 비트코인 ETF 승인 기대를 높였다. 다수의 기업들이 비트코인 ETF 승인 신청에 나섰고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이더리움 ETF 신청까지 나왔다.
하지만 규제 기조가 강화되고 시장이 요동치면서 비트코인 ETF 출시는 점차 요원해지는 분위기다. SEC는 이미 반에크(VanEck)에 대한 결정을 두 차례 연기했으며 발키리(Valkyrie)의 ETF 승인 여부 결정도 유보했다.
암호화폐 친화적 인사로 기대를 모았던 게리 겐슬러(Gary Gensler) SEC 위원장은 규제 강화 및 투자자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ETF 승인 기대를 꺾고 있다.
비트코인에 대한 SEC의 관점은 쉽사리 변하지 않을 수 있다. 미국 ETF 시장이 비트코인을 수용할지 전망은 더욱 불확실하다. 하지만 2020년 월가를 휩쓴 ETF 전문가가 기초 상품으로 비트코인을 채택했다는 사실은 투자 자산으로서 비트코인의 가치와 타당성에 힘을 실어주고 비트코인 ETF 전망을 한층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