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디지털 자산 운용사 그레이스케일(Grayscale)이 자사 비트코인 신탁 상품을 상장지수펀드(ETF)로 전환하겠다는 의사를 내놨다.
미국 내 유일한 기관급 비트코인 투자 상품을 제공하며 2020년 상승장을 견인한 그레이스케일은 최근 경쟁 상품 등장과 미국 내 ETF 승인 기대 속에 투자 매력을 잃고 있다. 기존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고 가격 하락과 유동성 감소 문제를 잡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레이스케일은 2021년 4월 5일(이하 현지시간) 공식 블로그를 통해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신탁 상품(GBTC)을 ETF로 전환하는데 100% 전념하고 있다"면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ETF를 재신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레이스케일은 몇 년 동안 산업과 규제 관점에서 ETF를 면밀하게 검토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레이스케일은 "2016년 비트코인 ETF 신청서를 처음 제출하고 2017년 SEC와 오랜 기간 논의를 가졌다"면서 "당시 디지털 자산 규제 환경이 상품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내놓을 정도로 발전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ETF 신청을 철회했었다"고 설명했다.
마이클 소넨샤인(Michael Sonnenschein) 그레이스케일 CEO는 "GBTC가 ETF로 전환된다면 가장 유동성이 큰 상품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면서 "결국 그레이스케일의 전 상품이 ETF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GBTC, 유일한 기관 상품에서 프리미엄 붕괴로
그레이스케일은 2013년 GBTC를 출시했다. 미국의 첫 상장 비트코인 신탁 상품이며 SEC 신고 의무 기업으로 등록돼 있다. 규제 명확성과 투명성을 제공해 비트코인에 노출하고자 하는 기관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신탁 상품이기 때문에 6개월 동안 판매가 막히고 연 2%의 수수료가 붙지만 미국 기관 투자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투자 상품이었기 때문에 활발한 거래 시장이 형성됐다.
비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미칠 만큼 규모가 크고 가장 유동적인 투자 상품으로 운용 자산 규모는 380억 달러에 달한다. 2021년 12월 중순 35% 이상의 가격 프리미엄이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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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BTC 가격 하락…이유는?
비트코인에 대한 기관 투자 관심과 수요가 높아지면서 기관급 비트코인 투자 상품을 제공하는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오스프리 비트코인 펀드(OBTC), 캐나다 비트코인 ETF 등 비트코인에 노출할 수 있는 다른 옵션이 생기고 미국 내 비트코인 ETF 승인 기대까지 높아지자 GBTC의 투자 매력은 감소했고 자금 유입 속도도 둔화되고 있다.
GBTC는 한 달 넘게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기록했다. 비트코인 순자산가치(NAV)보다 -5.64% 낮은 수준이다.
데이비드 그라이더(David Grider) 펀드스트랫 수석 디지털 자산 전략가는 "캐나다 비트코인 ETF가 승인되기 시작한 2월 말부터 GBTC의 프리미엄이 마이너스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그레이스케일은 3월 10일 ETF 전문가를 채용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GBTC, ETF 전략으로 살아남을까
제임스 세이파트(James Seyffart)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ETF 전문가는 그레이스케일이 ETF 전환 발표를 통해 GBTC가 유동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트코인 ETF에 대한 투자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투자자 우려를 덜고 GBTC의 자금 유출과 가격 하락 압력을 다소 덜어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세이파트는 "GBTC 가격은 비트코인 순자산가치(NAV)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다. 적어도 하락 수준을 제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14%나 15% 수준의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발생하면 ETF 전환까지 GBTC를 매입·유지하려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ETF 승인 기대에 6개 기업 출사표
비트코인 ETF는 비트코인 가격에 수익률을 연결한 파생상품이다. 실물 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금융 회사가 설계한 ETF를 통해 투자 노출할 수 있으며 비트코인 매입, 보안, 수탁, 관련 규제 부담을 덜 수 있다.
미국 금융 당국은 유동성 부족, 시장 조작 위험, 수탁 방안 부재 등을 이유로 단 한 건의 비트코인 ETF도 승인하지 않았지만 최근 미국 내 비트코인 ETF 출시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진 상황이다.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기관 참여가 증가하고 캐나다·브라질 등 인접국에서 비트코인 ETF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SEC 내 조직 변화도 비트코인 ETF 출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위즈덤트리인베스트먼트(WisdomTree Investments), 반에크어소시에이트(VanEck Associates), NYDIG애셋매니지먼트, 퍼스트어드바이저/스카이브릿지(First Advisors/SkyBridge), 발키리디지털애셋(Valkyrie Digital Assets), 피델리티의 자회사 FD펀드매니지먼트(FD Funds Management)가 비트코인 ETF 상장에 도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수료, 유동성, 수탁 방식, 보험 정책 등으로 비트코인 ETF의 경쟁력이 판가름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ETF 발행업체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기초자산인 비트코인을 빌려주거나 옵션·선물 거래에 활용하는 등 관련 시장도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