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부터 암호화폐 산업 제도화에 나선 일본이 국제 규제를 이행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일본 금융청은 2021년 3월 31일 암호화폐 거래소 자율규제조직 '일본암호화폐거래소협회(JVCEA)'에 2022년 4월까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제시한 트래블 룰(Travel Rule)의 이행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트래블 룰은 FATF가 2019년 6월 가상자산사업자(VASP) 관련 규제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규정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등 VASP가 암호화폐 거래에 관련된 발신자와 수신자 정보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금융청은 2021년 4월 1일 협회에 보낸 공문에서 국제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조달 방지를 위해 협력하고 관련 국제 지침을 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트래블 룰을 철저히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당국은 JVCEA에 "암호화폐 거래소 사업의 안정적이고 적절한 운영을 보장하기 위해 협회사들이 트래블 룰 이행을 위한 기술·운영적 과제를 해결하고 필요한 체제를 정비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전달했다.
JVCEA는 일본 내 암호화폐 거래소의 건전한 발전과 이용자 보호를 위해 관련 규제와 정책을 논의·수립하는 자율규제단체다. 2018년 1월 코인체크 거래소 해킹 사건을 계기로 설립돼 2020년 5월 1일 '공식금융상품거래협회'로 규제당국의 정식 허가를 받았다.
협회는 2022년 4월을 목표로 트래블 룰 관련 자율 규제 도입도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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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F 규제 고도화…각국은 자국법 마련
FATF는 자금세탁방지와 테러자금조달 차단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각국 이행 상황을 감독하는 국제기구다. 2019년 6월 암호화폐를 취급하는 거래소와 사업자에 기존 금융권에 준하는 자금세탁방지의무(AML)를 부과하는 규제 지침을 발표했다.
트래블 룰은 규제 지침 중 가장 논란이 됐던 규정이다. 암호화폐 업계는 수신자를 확인하기 어려운 기술 특성 상 트래블 룰 이행은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앙 시스템을 벗어난 익명 거래 특성을 약화시킨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었다.
업계는 거래소 협력을 통한 거래자 신원 정보 공유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FATF에 따르면 업계는 트래블 룰 이행에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기반 VASP는 대체로 트래블 룰을 준수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한국에서도 높은 이행 수준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FATF는 빠르게 발전하는 암호화폐 시장 상황을 반영하고 산업의 규제 이행을 지원하기 위해 3월 19일 새로운 규제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했다. 공공·민간 부문의 트래블 룰 이행 방안을 비롯해 스테이블코인, 디파이(DeFi), P2P 거래, 대체불가토큰(NFT) 등을 보다 면밀히 다뤘다. 4월 20일까지 공개 협의를 진행해 6월 최종 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FATF 규제 권고안은 암호화폐 산업 지형과 미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암호화폐의 특성을 퇴색시키고 산업 발전에 제동을 걸었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암호화폐를 자산 유형으로 인정하고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해 궁극적으로 산업 접근성을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