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연방 증권법을 위반한 혐의로 리플에 소송을 제기했다.
22일(현지시간) 맨해튼 지방법원에 제출된 기소장에 따르면 SEC는 "리플은 지난 7년 동안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미등록 증권인 XRP를 판매해 13억 달러 상당의 자금을 조달했다"고 밝혔다.
SEC는 리플이 수년 동안 미등록 유가증권 공모를 진행한 것으로 보고 리플랩스(Ripple Labs)와 브래드 갈링하우스 최고경영자(CEO), 크리스 라슨 공동 설립자를 피고인으로 지목했다.
SEC는 "XRP를 증권으로 등록하거나 예외 자격을 신청하지 않은 것은 증권법(1933) 5조(a)와 5조(c)를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자들이 투기 목적으로 XRP를 매입하고 있다는 점, △증권 등록 및 분기별 제출 서류를 통해 재무·경영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자금을 조달했다는 점, △XRP의 활용 방안 개발 및 유통 시장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조달 자금을 사용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한편, XRP 증권 여부에 대한 업계 의견은 분분하다.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 전 상품선물거래위원장은 "XRP는 증권보다 화폐나 교환 수단으로 간주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 증권 판별 기준인 호위 테스트(Howey Test)와 관련해 "증권은 일반 기업의 조달 자금을 위한 투자 계약으로, 타자의 노력에 따른 미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경우에 적용된다"면서 "XRP는 특정 수익이나 지분을 약정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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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분석업체 메사리의 라이언 셀키스 설립자는 리플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호위 테스트 자체가 디지털 자산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리플이 이번 소송에서 이긴다면, 암호화폐 업계에 새로운 선례를 남길 것"이라면서 "미국 암호화폐 규제가 한 걸음 전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코인베이스, 비트렉스, 크라켄, 오케이코인 등 다수의 암호화폐 거래소가 설립한 합작법인 '암호화폐평가위원회(Crypto Rating Council)'는 XRP가 증권 특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암호화폐 전문 비영리 기관 코인센터(Coin Center)의 제리 브리토 전무 이사도 "XRP가 증권이라는 주장에 어떠한 반대 의견도 제시할 수 없다"면서 사실상 SEC의 손을 들어줬다.
이같은 반응에 리플이 주류 암호화폐 업계의 지지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암호화폐 분석 업체 메사리의 라이언 왓킨스 연구원은 "SEC가 승소하면 XRP 상장 거래소들은 증권거래소 등록을 요구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거래소들이 XRP 거래 지원을 중단하게 되면서, 유동성 고갈, 가격 폭락이 야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소규모 거래소인 크로스타워는 소송 소식 직후 XRP 상장폐지를 진행하기도 했다.
앞서, 리플은 지난 21일 SEC로부터 소송 관련 통보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갈링하우스 리플 CEO는 "SEC 조치는 법, 사실 정황 모든 측면에서 잘못됐다"며 적극적인 법적 대응 의지를 밝혔다.
소송 소식과 함께 XRP는 0.5695달러선에서 20% 이상 하락했다. 23일 13시 32분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전날보다 15.62% 내린 0.4084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