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Ripple)사가 미국의 모호한 규제환경을 언급하며 본사를 이전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내비쳤다. 영국, 싱가포르, 일본, 아랍에미리트 등이 유력한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 리플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암호화폐 관련 규제가 너무 모호하다"며 "본사를 런던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인터뷰에서 그는 지난달 영국 런던을 방문했으며,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암호화폐 리플(XRP)을 증권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른 지역도 이와 유사한 보장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FCA는 서로 다른 자산들을 이용 사례에 따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명확한 분류 체계를 가지고 있다"며 "XRP가 증권이 아닌 화폐로 사용된다는 명확한 결론을 얻었고, 이러한 규제 명확성은 리플이 영국에서 활동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갈링하우스 대표는 리플이 영국 외에도 스위스, 싱가포르, 일본, 아랍에미리트 등의 국가로 진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영국 FCA는 지난해 7월 암호화폐 규제 가이드라인 최종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리플(XRP)은 증권형 토큰이 아닌 '거래용 토큰'으로 분류하고, 자금세탁방지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명시했다.
반면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대해서는 증권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지만, 리플을 포함한 기타 주요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명확한 판단이나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리플은 XRP를 판매해 미국 주 및 연방 증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투자자들과 지속적인 분쟁을 겪고 있다.
이같은 규제 불확실성 때문에 리플은 최근 본사를 미국에서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유력한 이전 후보지 중 하나로 아시아 국가인 일본이 언급되고 있다.
리플은 일본 금융 대기업인 SBI를 통해 일본 내에서 강력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양사는 'SBI 리플 아시아'라는 합작회사를 통해 지역 금융기관들에 블록체인 기반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갈링하우스 대표는 "일본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 중 하나"라며 "주요 파트너인 SBI와 일본을 잠재적인 새로운 이전 후보지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달 초 크리스 라센 리플 창업자는 포춘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디지털 화폐 관련 정책이 다른 국가에 비해 뒤쳐져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암호화폐에 적대적인 미국 정부의 입장이 바뀌지 않으면 미국을 떠나겠다"며 "싱가포르, 영국 등의 국가로 이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