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 산하 통화감독청(OCC)은 국법은행이 타당한 이유 없이 금융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 변경안을 지난 21일(현지시간) 제시했다.
정량적 평가 기준이나 위험도 근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이 아닌 이상, 은행이 금융 서비스 제공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제한하겠다는 내용이다.
OCC는 이번 규정 변경안이 금융 서비스에 대한 공정한 접근 제공 의무에 관한 법률 '도드프랭크법(Dodd–Frank Act)'과 일치하는 것으로, 지난 10년 간 기관이 추구해온 방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은행이 개별 고객에게 특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없고 위험 허용 수준을 다르게 해서도 안 되지만, 모든 고객에게 공정하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OCC는 산업이 아닌 개별 기업에 대한 리스크 평가가 진행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OCC는 "일부 은행은 산업 리스크 평가를 통해 금융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해당 업종으로 독립 ATM 운영업체, 가족계획단체, 민영 교도소, 총기 판매업자, 통화서비스 사업자 등을 언급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부정적 합법 산업에 대한 금융 서비스를 제한했던 '오퍼레이션초크포인트(Operation Choke Point)' 전략도 거론했다.
OCC는 해당 전략이 2017년 종료됐지만 아직도 이같은 차별이 남아있으며, 이는 위험 평가보다는 개인적인 정책적 신념에 기초한다고 지적했다. 또 "인지된 위험을 반영해 금융 서비스 가격을 책정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금융서비스 접근을 거부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OCC는 "은행은 모든 대상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금융서비스사업자(MSA) 등 경쟁 업체, 비선호 업체를 막기 위해 금융 서비스 제공을 거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광범위한 산업 부문에 적용되는 이번 규정 변경안이 통과되면, 암호화폐 대중화에 큰 걸림돌이었던 금융 서비스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기관은 내년 1월 4일까지 관련 대중 의견을 수렴하게 된다.
현재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수석법률책임 출신인 브라이언 브룩스가 OCC를 이끌고 있다. 지난 7월 모든 국법은행의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 제공을 허가하고, 9월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의 지급준비금을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암호화폐 친화적인 규제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브라이언 브룩스를 5년 임기의 통화감독청(OCC) 수장으로 공식 지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