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최우선 과제로 검토하고 있지만 호주는 CBDC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호주중앙은행(RBA)은 최근 보고서에서 CBDC와 민간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RBA는 현재 호주가 CBDC를 발행할 타당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은행 간 실시간 지급결제가 가능한 '뉴페이먼트플랫폼(New Payments Platform)' 등 이미 효율적인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전반적인 현금 사용이 줄고 있지만 스웨덴 등 다른 나라에 비해 감소세가 빠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RBA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호주 내 현금 수요가 오히려 증가했다"면서 "국민들이 현금을 필요로 하는 한 은행의 현금 지원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서 RBA는 CBDC 개발에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는 스웨덴, 캐나다, 중국의 프로젝트도 상세 분석했다.
은행은 스웨덴이 'e크로나'라는 국영 디지털 화폐를 개발·실험하는 것은 지난 몇년 간 현지 현금 사용이 가파르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캐나다는 현금 사용 급감이나 민간 화폐로 인한 통화정책 위기 상황에 대비해 소매 CBDC 발행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편, RBA는 "실제로 리브라 같은 민간 화폐가 규제 승인을 얻어 가동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또한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배경은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민간 전자화폐 서비스 업체의 현지 점유율과 깊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RBA는 CBDC가 시중은행의 자금조달 비용 증가 등 국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자금의 60%가량을 예금에서 조달하고 있는데, CBDC가 발행돼 예금이 줄어든다면 주식, 자본 시장 등에 대한 의존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예금 자금 손실 및 기타 자금원에 대한 의존성 확대는 은행 자금조달 비용을 증가시키고, 보유 자금 및 금융 중개 규모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짚었다.
또 CBDC로 자금을 이동시킬 수 있게 되면 경제상황이 악화됐을 때 '뱅크런(예금인출사태)'이 발생할 위험도 더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RBA는 결제 기술 평가 목적으로 CBDC 내부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실제 발행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회의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해 RBA 총재는 "이미 효율적인 결제 시스템을 갖춘 호주에서 리브라 같은 디지털 화폐가 맡을 역할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