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된 올해 상반기 미국 내 암호화폐 투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현지시간) 포브스에 따르면 암호화폐 월간 거래량은 올초부터 크게 증가하기 시작해 지난 2월 신기록(1조 2000억 달러)을 경신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에 달했던 3~5월까지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암호화폐 데이터 제공 플랫폼 '코인메트릭스(Coin Metrics)'는 "지금처럼 기록적인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비트코인 일간 거래량은 4년 내 미국 주식의 일간 거래량을, 5년 내 미국 채권의 일간 거래량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금융 컨설팅업체 '코너스톤어드바이저'의 최근 연구는 코로나19 유행기간 동안 미국 내 암호화폐 거래량 증가를 촉발한 투자 흐름을 보여준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미국 성인 15%가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으며, 절반 이상인 약 8%의 투자자가 코로나 유행 기간인 올 상반기 처음으로 암호화폐를 매입했다고 응답했다.
올해 암호화폐 투자에 첫 발을 들인 투자자들은 총 675억 달러(81조원), 인당 4000달러(480만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매입했다. 지난해까지 신고된 암호화폐 보유 자산은 1110억 달러(131조원), 인당 7000달러(840만원) 수준이다.
◇ 美 암호화폐 투자자, 고소득·고학력 남성과 젊은 층에 집중돼 있어
암호화폐 구매자 10명 중 8명은 연평균 소득 13만 달러(1억5000만원)가 넘는 고소득·고학력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 암호화폐 투자자의 70%가 대학 졸업자이며, 40%가량은 박사 학위 이상을 취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처음 암호화폐를 매입한 투자자 중 밀레니얼세대(1981~1996년생) 비율은 57%에 달했다. X세대(1965~1980년생)는 30%를 차지했다. 한편, 미국 암호화폐 보유자 전체 중 밀레니어세대는 27%, X세대는 21%, Z세대(1997년생~)는 7%, 베이비붐세대(1946~1964년생)는 3%를 차지하고 있다.
조사에서 미국인의 11%는 1년 내 암호화폐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 여성 투자자 비율은 1년 내 기존 22%에서 35%로, 흑인·히스패닉계 암호화폐 투자자도 현재 23%에서 37%로 증가할 전망이다.
암호화폐 투자에서 Z세대·베이비부머가 차지하는 비중도 7%에서 17%, 3%에서 11%로 각각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대 미만 학위자는 현재 18%에서 1년 내 36%로 증가가 예상된다.
◇ 암호화폐 투자 증가→금융권 변화로
비트코인 및 기타 암호화폐에 투자한 미국인 중 44%가 '코로나 사태 초기보다 재정건전성이 훨씬 나아졌다'고 답했다. 미국 전체 소비자 중에서는 4%만이 코로나 이후 재무 상태가 개선됐다고 밝혔다.
또한 올해 처음 암호화폐에 투자한 소비자 중 절반이 지난 6개월 안에, 30% 이상이 지난 3개월 안에 주거래은행을 변경했다고 응답했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기존 금융기관에 대한 안정감, 신뢰도를 잃은 소비자들이 암호화폐 투자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암호화폐 투자 증가와 거래 변화는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업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작년 1분기 6500만 달러(778억원) 수준이었던 스퀘어의 비트코인 수익은 올해 1분기 3억 600만 달러(3700억원)를 기록했다.
고객이 자사 카드, 계좌 등을 통해 암호화폐를 매입하는 것을 꺼렸던 많은 금융기관은 이제 종합적인 암호화폐 서비스 제공의 필요성을 검토하게 됐다. 특히 지역 은행 및 신용조합 등은 비트코인 월렛을 비롯한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 제공을 사업 차별화 방안으로 논의 중이다.
현재 글로벌 결제기업 페이팔도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미 통화감독청(OCC)은 "미 국법은행들은 암호화폐 기업에 은행 계좌를 제공하고, 관련 수탁(custody) 서비스를 제공할 권한이 있다"면서 은행권의 암호화폐 산업 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