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암호화폐 업계가 사이버 보안 위협에 직면하면서 새로운 해결책으로 '네오-프라이버티어'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과거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된 민간 해적 계약인 '마크 및 보복 허가서(letters of marque and reprisal)'를 현대적으로 부활시켜 악의적인 해커 그룹에 대응하자는 제안이다.
최근 라자루스 그룹이 바이비트(Bybit)에서 14억 달러(약 2조 160억 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탈취하는 등, 2025년이 시작되자마자 대규모 해킹 사건이 발생했다. 2024년 한 해 동안만 해킹 피해액이 20억 달러(약 2조 8,800억 원)를 넘어섰으며, 절반 이상이 북한 연계 해킹 조직의 소행으로 추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보안 강화를 위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네오-프라이버티어’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미국 정부는 암호화폐 및 사이버 보안 전문가들에게 해킹 피해 복구를 공식적으로 맡길 수 있다. 즉, 미국 정부가 특정 외국 정부나 해커 그룹을 표적으로 삼아 해킹 및 자산 회수를 허용하는 면허를 발급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민간 전문가들이 해커들의 지갑을 해킹해 탈취된 자산을 되찾고, 일정 비율의 보상을 받는 구조가 가능해진다.
이 정책은 미국 헌법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실제로 건국 초기와 1812년 전쟁 당시 500건 이상의 마크 및 보복 허가서가 발급된 전례도 있다. 또한, 미국은 1856년 파리 선언(Declaration of Paris)에 서명하지 않아, 이 같은 민간 해적 행위의 법적 권한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해킹 기술이 더욱 정교해지면서 미국 정부가 직접 이들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민간 부문의 기술력과 신속성을 활용해 해킹 조직을 무력화하는 방안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 의회에는 친암호화폐 성향의 의원들이 300명 가까이 포진해 있으며,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R-WY)과 톰 에머 하원의원(R-MN) 같은 대표적인 친암호화폐 정치인들은 본 제안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와도 맞물려 미국이 글로벌 암호화폐 산업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네오-프라이버티어 프로그램이 현실화된다면, 미국은 암호화폐 보안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가 안보 및 산업 보호를 실현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