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AAPL)의 최신 스마트폰 모델인 아이폰 16e가 인도 시장에서 기존 모델들과의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
애플이 새롭게 출시한 아이폰 16e는 아이폰 SE와 아이폰 14를 대체하는 모델로, 보다 저렴한 가격대로 신흥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기획됐다. 인도는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스마트폰 시장으로, 최근 아이폰 판매량 증가에 힘입어 애플이 인도 내 스마트폰 점유율 5위 안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폰 16e가 이러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2024년 인도에서 애플 스마트폰 출하량은 1,200만 대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올해는 1,5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인도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아이폰 SE나 아이폰 14가 아니라 아이폰 15와 아이폰 13이었다. 특히, 2022년에는 아이폰 13이 전체 아이폰 출하량의 40%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가격이 인도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요소인 만큼, 아이폰 16e의 가격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이폰 16e의 시작가는 59,900루피(약 689달러)이며, 최고 사양 모델은 1,034달러에 달한다. 반면 기존 모델인 아이폰 15는 804달러, 아이폰 16은 919달러부터 시작해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이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은 조금 더 높은 가격을 감수하고 상위 모델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인도의 스마트폰 시장은 안드로이드 기기가 지배하고 있으며, 평균 스마트폰 가격은 259달러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중국 브랜드 비보, 오포, 샤오미 등이 시장 내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0달러 이상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이 여전히 삼성 갤럭시 시리즈와 함께 주요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IDC 인도 지부의 나브켄다르 싱(Navkendar Singh) 부사장은 "현재 인도에서 판매되는 아이폰의 약 3분의 2는 구형 모델"이라며, 인도 소비자들이 신제품보다 저렴해진 구형 모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인도에서는 이동통신사 약정이 아닌 일시불 혹은 할부(EMI) 방식으로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높은 가격대의 최신 모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존 모델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싱은 "EMI 옵션을 고려하면 아이폰 16e 대신 아이폰 15나 16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아이폰 16e가 인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가격뿐만 아니라 제품 차별성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까지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 기능은 미국에서만 제공되고 있으며, 인도에는 4월 이후 도입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신형 모델이 기존 모델 대비 뚜렷한 차별점을 제시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한, 인도 시장은 라틴아메리카나 동남아시아와 달리 이동통신사가 스마트폰 구매 보조금을 지원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폰 16e의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Canalys)의 애널리스트 사냠 차우라시아(Sanyam Chaurasia)는 "아이폰 16e는 기존의 아이폰 12나 13을 구매하려던 소비자를 공략할 수 있지만, 인도에서는 신형 모델 출시 시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통 인도의 스마트폰 업그레이드 수요는 연말 축제 시즌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차우라시아는 "애플이 올해 연말 축제 시즌에 아이폰 16e를 할인 판매할 가능성이 있지만, 기존 모델들도 동일한 수준의 할인을 받을 것이므로 소비자들에게 매력도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아이폰 16e는 인도에서 기존 모델과의 가격 경쟁, 신기능 도입 시기, 소비자 구매 패턴 등 여러 요인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도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애플이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