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해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스테이블코인의 부상이 달러 결제 역할을 방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7일(현지시간)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미 연준 연구진은 26일자 논문에서 "안정적인 대규모 외국 CBDC가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달러의 효용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지만 교환 매개 수단으로서의 활용은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연준의 선임 경제 분석가들은 CBDC 개발·발행의 장단점과 달러 및 달러의 국제 결제 역할에 미칠 영향을 다룬 연구 보고서를 발간하며 이 같은 결론을 공유했다.
연구진은 "최근 수십 년 동안의 기술 발전은 결제 분야에서 민간 부문의 혁신을 가져왔으며 CBDC 발행 가능성을 포함해 결제 시스템의 다양한 개선을 모색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설문조사를 인용 "중앙은행 90% 이상이 CBDC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미국 연준 역시 CBDC 도입의 의미와 옵션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미국이 자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지 않을 경우 달러가 외국 디지털 화폐와 경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논문은 "미국 관할권 밖에서 크고 안정적인 해외 CBDC가 출현하더라도 '계산의 단위(a unit of account)'나 '가치저장 수단(a store of value)'으로서 달러 지위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달러가 국제 거래에서 글로벌 기축 통화로서의 입지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연구진은 "미국이 CBDC를 발행하지 않거나 미국 CBDC가 설계상의 강점이 없을 경우 다른 CBDC나 외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의 설계 특성에 따라 '교환 매개수단'으로서 달러의 역할은 약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BDC는 국가가 발행·관리하는 디지털 화폐이다. 미국에서는 CBDC가 편의성과 효용성을 개선하고 국제 통화로서 달러 지위를 강화시켜줄 것이라는 찬성 의견과 중앙집중화, 프라이버시 침해, 정부의 자산 동결 등이 가능하다는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2023년 5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응답자 중 16%만이 CBDC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CBDC는 정치권에서도 화두가 되고 있다. 2024년 대선 후보이자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당선 시 모든 CBDC 발행 시도를 무효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최근 미국 상원의원 5명은 미국 CBDC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안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