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이 깊은 약세장을 빠져나왔지만, 관련 기업형벤처투자(CVC) 부문이 여전히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고 암호화폐 강세장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관련 기업형벤처투자(CVC) 부문은 침체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기업형벤처투자사(CVC)는 회사법인이 재무적 이익·적략적 목적에서 벤처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출자한 투자사를 말한다. 블룸버그는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와 트레이딩 기업 산하의 CVC들이 일반 벤처투자사 대비 산업 지원에 뒤쳐지고 있다고 밝혔다.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작년 암호화폐 부문 상위 벤처투자 순위에 오른 CVC는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글로벌의 벤처투자사 '코인베이스 벤처스' 단 1곳이다. 유일하게 순위에 올랐지만 작년 투자계약 체결 수는 전년 대비 75% 급감한 34건에 그쳤다.
투자계약 수 기준 DWF랩스가 42건의 투자계약을 체결하며 1위에 올랐다. ▲코인베이스 벤처스(34) ▲코지턴트 벤처스(31) ▲시마 캐피털(31) ▲와그미 벤처스(30) ▲블리자드 아발란체 펀드(29) ▲빅브랜드 홀딩스(29) ▲안드리센호로위츠(28) ▲NGC 벤처스(28) ▲MH 벤처스(26) ▲로봇 벤처스(26)가 뒤를 이었다.
2022년 순위에 올랐던 해시키 거래소의 벤처투자사 '해시키 캐피털'과 점프 트레이딩 그룹의 벤처투자사 '점프 크립토'는 작년 순위에는 들지 못했으며,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벤처투자사 '바이낸스랩스'는 2020년 이후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암호화폐 CVC들은 약세장 속에 자체 재정 상태를 안정화하기 위해 사업과 투자를 축소하고 대규모 정리해고까지 진행하는 상황이었다. 대표적인 암호화폐 시장 조성업체였던 점프 트레이딩은 작년 11월 암호화폐 '브리지' 서비스 '웜홀(Wormhole)'과의 관계를 정리하며 산업에서 한 발 물러났다.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등은 약세장에서 자금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미국 규제당국의 사법 조치에도 대응해야 했다. 두 거래소 모두 SEC에 기소된 상태다. 바이낸스는 작년 11월 40억 달러가 넘는 벌금 처분을 받았으며 리더십 교체도 겪었다.
암호화폐 시장 내 CVC 활동은 침체됐지만 시마 캐피털 등 암호화폐 중심의 벤처투자사는 활발히 활동하며 투자계약 체결 수 측면에서 우위를 점했다. 2022년 45억 달러의 암호화폐 펀드를 조성했던 안드리센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a16z)는 일반 벤처투자사로 유일하게 암호화폐 벤처투자사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강세장에서 10억 달러 이상의 암호화폐 펀드를 조성한 패러다임, 하이브마인드 캐피털, 혼벤처스, 일렉트릭 캐피털은 모두 지난 4년간 벤처투자사 순위에 들지 못하면서 암호화폐 산업 지원에 전념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