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신뢰가 암호화폐 미래 가른다… 탈중앙화 기술로 답 찾나

2024년 이후 인공지능(AI)이 암호화폐 업계의 중심 화두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사용자와 기업은 AI에 대한 신뢰를 충분히 갖지 못하고 있다. 개인정보, 금융, 의료 같은 민감 영역에서 AI의 결정은 효율성과 편의성을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신뢰 부족이라는 본질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 같은 신뢰 결핍은 AI의 대중적 확산을 가로막는 핵심 장애물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증 가능성과 투명성, 데이터 보호를 강화한 탈중앙화 기술이 주목받고 있으며, AI 발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신뢰 기반을 제공하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에 따르면 AI는 2024년 암호화폐 산업에서 두 번째로 높은 주목도를 기록했으며, 투자자 관심도의 16% 이상을 차지했다. 다국적 기업과 스타트업 역시 헬스케어, 금융 등 전 영역에서 AI 기술 확산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실제로 AI와 탈중앙금융(DeFi)이 결합된 'DeFAI' 분야는 2025년 초까지 7천 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출현했으며, 시가총액은 한때 70억 달러(약 1조 220억 원)에 달했다. DeFAI는 자연어 명령을 통한 거래 수행, 다단계 전략 구현, 시장 분석 기능 강화 등의 방식으로 DeFi의 사용자 경험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그러나 기술 혁신만으로는 AI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AI가 사실과 다른 정보를 생성하는 '환각(hallucination)', 조작 가능성, 사생활 침해 우려 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2024년 11월에는 한 사용자가 AI 봇의 금융 결정 권한을 유도해 4만 7천 달러(약 6천 860만 원 상당)를 송금하게 한 사례가 발생했는데, 당시 이는 실험 목적의 게임이었음에도 실제 금융 자율성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감사, 버그바운티, 레드팀 등 보완 장치들이 존재하긴 하나, 입력 데이터 조작, 논리 오류, 무단 데이터 활용 가능성은 여전히 소프트웨어 시스템에 남아 있다. KPMG가 2023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1%가 AI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하버드비즈니스리뷰가 인용한 포레스터 조사에서는 산업 분석가의 4분의 1이 AI 부문 최대 과제로 '신뢰'를 꼽았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의 CIO 네트워크 서밋 설문조사에서도 미국 IT 최고 책임자 61%가 여전히 AI 에이전트를 ‘실험 중’이라고 답했다. 나머지 응답자들 역시 신뢰성 부족, 사이버 보안 문제, 데이터 프라이버시 리스크를 이유로 도입을 주저하거나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료 산업에서는 LLM을 활용한 전자의무기록(EHR) 공유가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동시에 법적·윤리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수반하고 있어 더욱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AI 기술이 장기적으로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사용자와 기업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신뢰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탈중앙화와 프라이버시 보호 기술이 AI의 신뢰 회복에 있어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기술적·사회적 환경 조성이 더욱 시급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