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올해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지만 시장 기대보다는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당국 관계자 발언이 나왔다.
16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이사는 한 연설에서 물가가 반등하지 않는다면 올해 금리를 낮출 수 있지만 성급하게 진행하진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는 "금리인하를 시작할 시기가 되면 체계적이고 신중하게 금리를 인하할 수 있고 또 인하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빠르게, 종종 큰 폭으로 금리를 낮췄던 과거 주기와 달리, 이번 주기에서는 빠르게 움직여 신속하게 금리를 인하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연준 관계자는 물가 개선 작업이 고용시장을 악화시키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전년 대비 물가는 목표치인 2%를 훨씬 상회하고 있지만 6개월 측정치는 목표치에 근접하고 있다.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12개월 측정치는 3.2%지만, 6개월 측정치는 약 1.9%로 나타났다.
한편, 실업률은 4% 미만을 유지하고 있고, 국내총생산(GDP)은 월가 예상을 넘는 속도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월러 이사는 "거시경제학자가 볼 때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라며 "기대 이상의 고용 성과를 유지하면서 최근 경로를 지속할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며, 그제서야 FOMC는 물가 안정 목표를 달성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러 이사는 "연준이 물가 목표 달성에 근접하고 있지만, 승리 선언에 앞서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면서, 소비자물가지수에 주목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 인사는 연준이 고민해온 과소 긴축에 따른 물가 반등과 과잉 긴축에 따른 경제 침체의 리스크가 점점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고도 말했다.
현재는 노동력 규모에 비해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연준이 과잉 작업하게 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제부터는 과잉 긴축을 피하기 위해 정책 설정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러 이사는 금리인하와 함께 올해 연준이 '양적긴축' 속도도 늦추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은 만기 채권의 수익금을 재투자하지 않고 한 달에 최대 950억 달러의 롤오프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통화당국의 보유 자산을 약 1조2000억 달러 줄였다.
연준 이사는 "올해 언젠가는 이를 고려하기 시작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테이퍼링(tapering, 양적완화 정책 규모의 점진적 축소)은 국채에만 적용되고 주택저당증권(MBS)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빠른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라는 월러 이사 발언으로 CME 페드워치의 시장 금리인하 기대 횟수는 7번에서 6번으로 줄었다. 3월 금리인하를 시작할 확률은 63.3%로 낮아졌다. 국채수익률은 상승, 주식시장은 하락 반응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0.12% 급등한 4.071%를 기록했다. 미국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뉴욕증시에서 다우 지수는 전장 대비 0.62%, S&P500 지수는 0.37%, 나스닥 지수는 0.19% 하락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