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8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회위원회는 11일 오전 열린 본회의에서 현재 연 3.50%인 기준금리 수준에서 유지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통화 당국은 "물가상승률이 기조적인 둔화 흐름을 지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전망의 불확실성도 큰 상황인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2021년 8월부터 작년 1월까지 1년 6개월 간 기준금리를 10차례, 총 3%p 인상했다가 작년 2월 물가 하락과 경기둔화 조짐에 1년 5개월 만에 인상을 멈추고 4월, 5월, 7월, 8월, 10월, 11월과 이번 달까지 8번째 금리를 동결했다.
은행은 "세계경제는 주요국의 통화긴축 기조 지속 등의 영향으로 성장과 인플레이션의 둔화 흐름이 이어졌다"면서도 "주요국의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목표수준으로 안정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에 대한 기대 등으로 국채금리가 하락하고 미 달러화는 소폭 약세를 나타냈다"면서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국제유가 및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흐름, 주요국의 통화정책 운용 및 파급효과,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양상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내경제는 수출을 중심으로 완만한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고용은 실업률이 일시적 요인에 영향받아 높아졌지만 견조한 취업자수 증가세가 이어지는 등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소비와 건설투자의 회복세가 더디겠지만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면서 금년 성장률은 지난 11월 전망치(2.1%)에 대체로 부합할 것을 예상했으며, 향후 성장경로가 국내외 통화긴축 기조 지속의 파급영향, IT경기의 개선 정도 등에 영향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가격의 하락 지속 등으로 12월중 3.2%로 낮아졌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과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도 각각 2.8%와 3.2%로 둔화됐다.
은행은 "앞으로 국내 물가는 둔화 흐름을 지속하겠지만 누적된 비용압력의 파급영향 등으로 둔화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3% 내외에서 등락하다가 점차 낮아질 것"이라면서 "연간 상승률은 지난 11월 전망치(2.6%)에 대체로 부합할 것이며, 근원물가 상승률도 지난 11월의 전망경로에 부합하는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은행은 "향후 물가경로에는 국제유가 및 농산물가격 움직임, 국내외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임을 강조했다.
금융·외환시장과 관련해서는 "국내외 통화정책 기조 전환 기대 등으로 장기 국고채 금리가 하락, 원/달러 환율은 비교적 좁은 범위에서 등락했다고 밝혔다.
가계대출은 주택관련대출의 증가세가 이어졌으나 기타대출이 감소하면서 증가규모가 큰 폭 축소됐다고 전했다. 주택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하락 전환하였으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관련한 리스크는 증대됐다고 밝혔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국내경제는 성장세가 개선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전망의 불확실성도 큰 상황인 만큼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금융안정과 성장 측면의 리스크, 가계부채 증가 추이, 주요국의 통화정책 운용 및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양상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미국이 금리 동결을 결정함에 따라 양국 금리차는 상단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인 2.0%를 유지하고 있다. 미 연준은 1월 30일과 31일 올해 첫 금리 결정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