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서울메타위크(SMW 2023)'에서 '진화하는 금융의 디지털 전환: 메타버스를 통한 새로운 고객 접점'이라는 주제로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금융업이 메타버스 트렌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각 은행의 도입 사례와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김지현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패널토론의 좌장을 맡았고, 조태원 KB국민은행 테크혁신본부 팀장, 장영두 신한은행 디지털전략부 팀장, 신석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디지털금융팀 연구원, 이욱환 우리은행 디지털전략부 부부장이 패널로 자리했다.
조태원 KB국민은행 테크혁신본부 팀장은 지난해와 올해 국민은행이 진행한 증강현실, 가상현실, 메타버스 사례를 소개했다.
조 팀장은 "은행이 메타버스에 대응하는 이유는 메타버스 광풍이 불면서 고객 접점이 이동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라며 "메타버스가 고객을 유입시킬 생태계가 될 것이라면 금융도 이를 따라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로블록스 같은 콘텐츠 플랫폼이 현실 세계에 준하는 경제 생태계가 되거나 애플 같은 기업이 아이폰처럼 팬덤을 가진 가상현실·증강현실 기기를 만들면 어떻게 될지 가정하며 접근했다고 밝혔다.
조 팀장은 "자체 플랫폼이나 기기를 만들기보다 로블록스, 게더타운 같은 기존 플랫폼에 금융을 접목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는데, 생태계 내 자체 토큰 이용 등 금융업이 접근하기에는 제약이 있었고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관련 디바이스가 많이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스마트폰에서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 개발로 방향을 잡았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직원 교육 프로그램, 대기 고객을 위한 메타버스 프로그램 등 4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으며, 올해는 실물 업무를 증강현실로 구현하기 위한 웹 기반 어플리케이션을 실험 서비스로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웹3.0 생태계에서 전통 금융의 역할과 경쟁력 약화에 대한 질문에 조 팀장은 "웹3.0을 통해 금융이 민주화되고 참여자가 수익을 갖는 구조가 되면 은행은 없어지고 뱅킹만 남는다는 시각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은행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리스크 관리, 담보 평가, 심사 업무, 자금세탁 방지, 불법성 판단 등 은행 고유의 강점이 있는 만큼 플랫폼 디앱은 단순한 금융을, 은행은 본질적인 핵심 역량들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영두 신한은행 디지털전략부 팀장은 “전통 은행이 메타버스를 접목할 방법은 은행 플랫폼에 다른 플레이어를 수용하거나 은행이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나는 카카오톡 같은 제휴사 뒷단에 금융 기능을 접목하는 서비스형 뱅킹(BaaS)이고, 다른 하나는 반대로 은행 플랫폼에 다른 제휴 기능을 추가해 고객 혜택을 더하는 플랫폼모델형 뱅킹(BaaP), 즉 마켓플레이스 뱅킹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올초 신한은행이 출시한 메타버스 플랫폼 시나몬도 소개했다. 3D 웹 기반 생태계로 10여개 제휴사와 함께 맞춤 콘텐츠 및 미니게임, 실질 보상, NTF 같은 전용 혜택을 제공하는 BaaP라고 설명했다.
이후 제휴사 입점 비용이나 마케팅 비용을 받아 고객에게 돌려주는 형태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규제 문제가 있긴 하지만, 메타버스에 STO, 월렛, DID 등 은행이 자체 개발 중인 블록체인 솔루션들을 접목시킨 종합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메타버스 금융이 일반적인 플랫폼 경제 원칙인 승자독식(Winner-takes all)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시장 선점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메타버스 금융은 그런 양상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그는 "오프라인 영업점이 금융 플랫폼으로 작동했었고, PC와 인터넷, 모바일 통해 채널과 플랫폼이 거의 동시에 발전했다"면서 "오프라인 지점부터 기술 플랫폼까지, 금융권은 플랫폼이 공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부장은 "메타버스가 발전하면 모바일을 잇는 기술이 되겠지만 시장에 정착을 하더라도 비중 차이가 있을 뿐 금융 본질 상 모든 플랫폼이 다 작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석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디지털금융팀 연구원은 "금융업은 많은 프로젝트를 출시했지만, 금융업이 메타버스를 잘 소화하고 획기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어떻게 의미 있는 걸 개발할 수 있을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이 창조적 파괴를 통해 금융업의 판도를 바꿔왔는데, 메타버스가 PC와 스마트폰을 대체할 만큼 '창조적 파괴' 기술인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메타버스의 기술 특성을 잘 흡수해 금융업에 내재화할 수 있을지를 질문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핵심은 직접 은행이 플랫폼을 할 것인지, 기존 플랫폼에 합류해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의 문제"라면서 "잘 갖춰진 플랫폼에 들어가서 은행이 잘하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하나의 방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다양한 기술과 생태계 관점에서 금융 메타버스 사업과 전망을 조망해야 한다"면서 "메타버스는 자체적 성격에 국한되지 않고 인공지능, 블록체인을 흡수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넓게 확장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소셜과 엔터에 맞게 개발된 플랫폼을 넘어 금융업에 맞게 발전시킬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신 연구원은 "금융 메타버스는 혁신 기술과 상품 출현과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를 위해 금융 업계의 공동 메타버스 금융 생태계 및 서비스 개발과 초거대 인공지능, 비전프로 등 메타버스 플랫폼 연계 기술 개발, 고객 관점에서 오프라인에 준하는 메타버스 금융 효용 구현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또한 "금융 메타버스의 이용자를 유치하기 위해선 모바일을 넘는 가치를 제공해야 하며, 현재 규제와 인프라 수준에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욱환 우리은행 디지털전략부 부부장은 "챗GPT, 애플 비전프로까지 나오면서 메타버스가 더 현실감이 있게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웹 2.0 전환 당시와 비교해 "아이폰, 비전프로처럼 기기가 나오고, 그 다음에 게임, 소셜 앱이 등장하고, 거기에 결제와 금융이 더해지면서 커머스와 금융 같은 비즈니스가 따라가는 동일한 흐름을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큰 차이점은 현재 모든 결제는 전자화된 현금이지만 웹3.0에서는 이제 그 실물 자산이 없는 가상자산이 되는 것이라면서 "돈의 정의와 자산의 정의가 본질적으로 바뀌는 단계"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메타버스 활용 사례로는 지난해 오픈한 웹 기반 '소상공인 창업지원 상담센터'를 소개했다.
그는 "코로나로 인해 접근이 어려워진 전국 9개 지역 센터에 대한 해결책 개념으로 제시했었다"면서 "게임과 소셜은 은행 같은 대기업 조직이 경쟁력 있게 할 수 없다고 봤다. 은행은 금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올해 3D 메타버스 시범 서비스 우리누리를 출시하고, 디지털 연수원, 심리 상담센터 등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문제가 있어서 솔루션을 적용한 게 아니라 거꾸로 솔루션을 적용하기 위해 해결할 문제를 찾는 과정이었기에 아직까지는 충분한 효과를 내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부부장은 "향후 비전프로를 접목하는 방안을 생각 중이며, 다른 인기 메타버스와의 제휴, MZ 세대 참여 프로젝트 등을 통해 트래픽 유입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TV조선, 크리스앤파트너스, 언오픈드가 주최하고 메타버스포스트, 토큰포스트가 공동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6월 29일부터 30일까지 양일간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개최된다.
이번 서울메타위크에서는 메인 컨퍼런스를 비롯해 다양한 사이드 이벤트, 네트워킹 리셉션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개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