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당국이 그동안 허용하지 않았던 토큰증권(Security Token·STO) 발행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증권사, 블록체인 스타트업 등 관련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법무법인 율촌은 이같은 흐름에 발맞춰 변호사 30명 규모의 토큰증권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전문적인 대응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율촌의 토큰증권 TF팀을 이끌고 있는 김익현 변호사는 "율촌은 관련 법적 리스크 대비 등, 고객이 필요한 자문에 최선의 대응을 할 준비를 갖췄다"며 "동시에 토큰증권 제도 안착과 개선 및 보완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금법 시행 이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는 그는 짜투리 시간을 쪼개 토큰증권 관련 세미나 및 강연 초청에 응하는 등 토큰증권 시장 활성화와 올바른 법·제도 안착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익현 변호사는 "특히 금융위 규제 관련 자문이 많다"며 "금융권 중에서도 증권사에서 가장 활발하게 문의를 주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고가인 선박의 토큰증권 실현 가능성에 대한 질의엔 "선박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부동산, 명품, 시계, 고가의 자동차 등을 조각투자할 수 있는 것처럼 선박도 진행할 수 있다"고 답했다.
다만 "선박의 경우 투자 금액이 매우 크고 최종 선박이 완성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 중간에 사업이 어그러질 경우, 발생하는 문제가 크기 때문에 다른 자산보다 복잡하고 어려울 수 있다"라고 부연했다.
즉, 다른 자산들보다 면밀하게 준비할 사항들이 많지만 못할 이유는 없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 김익현 변호사, 2015년부터 블록체인 논문 발표한 가상자산·블록체인 전문가
토큰증권을 포함한 블록체인·가산시장 관련 질문에 거침없이 대답을 내놓는 그는 2001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사법연수원 제36기를 수료, 2010년부터 율촌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 현재는 블록체인·가상자산 팀의 팀장을 맡고 있다.
사진 = 김익현 변호사가 4월 20일 서울 강남 파르나스 타워에 위치한 법무법인 율촌 사무실에서 토큰포스트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율촌
김 변호사는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관련 문제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이슈화되기 시작한 2017년부터 율촌은 전문팀을 꾸려 활동했다"고 소개했다.
블록체인 전문 변호사의 시작은 그가 2015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학할 당시 유럽사법재판소에서 처음으로 비트코인 관련 판결이 나오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는 "스웨덴의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비트코인과 스웨덴 법화(크로나) 사이의 거래에 부가가치세가 부과되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는데,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당시 이 판결을 두고 비트코인이 통화로 인정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 논의가 분분했었는데, 이 판결에 대한 분석을 담은 판례평석 논문을 2016년에 발표했다"라고 말했다.
이후로도 2018년에는 일본 가상자산 거래소 마운트곡스의 파산 사건 관련 주요 쟁점을 다른 논문을, 지난해엔 유럽연합이 가상자산의 종합적 규제를 위해 마련한 MICA 법안의 내용과 시사점을 다루는 글을 발표하는 등 관련 연구에도 매진하고 있다.
이처럼 오랜 기간 관련 업무 경험을 쌓아 온 김익현 변호사를 중심으로 율촌은 이번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의 발표 이후, 블록체인·가상자산팀 TF과 함께 자본시장법 및 금융규제 전문가, 증권금융 전문가 및 조각투자·플랫폼 산업 전문가들을 모아서 토큰증권TF를 구성한 것이다.
사진 = 2021년 정식 출범된 율촌 가상자산·블록체인팀 / 율촌
◇ 코인 사기범죄 피해자 상담 요청엔 상담료 받지 않고 조언
변호사는 논리적으로, 인간적으로 의뢰인의 문제를 해결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사람이다.
대형 로펌인 율촌은 기업 고객 비중이 높다.
일반 투자자나 가상자산 범죄 피해자들도 대변하는지에 대한 기자의 질의에 그는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상담료를 받지 않고 피해를 입으신 분들의 절박한 상황을 들어드리려고 노력한다. 직접적으로 도움을 드릴 수 없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다른 구제 방안을 추천해 드리거나 조언을 해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해부터 관련 규제가 미비한 상황을 틈타 코인 투자 사기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최고경영자 이름을 거론하는 등 대기업 투자를 받았다고 허위 광고로 투자를 유도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강남 역삼동 한복판에서 코인 투자 사기에서 비롯된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대형 로펌 특성상 기업 고객이 더 많지만 코인 투자 범죄 피해자들의 상담 요청에도 응하고 있다는 김 변호사는 "아직까지 코인 투자 등엔 투자자 보호 장치가 없다. 자신이 선택한 투자에 대한 피해는 오롯이 개인의 책임인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제도권 안에 들어오는 STO...제도 완비는 언제?
내년부터 토큰증권 거래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이는 금융위의 희망사항이다.
김 변호사는 "금융위 계획대로 차칠 없이 진행되기엔 여러 어려움들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 이유에 관해선 "일단 무엇보다도 당국이 계획하고 있는 법령 개정 작업이 완비되어야 하는데, 가이드라인 발표 후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있으며 금융당국도 이러한 의견들을 다양한 경로로 취합을 하고 있어서 일정 부분 수정이 가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국회의 입법 과정에서도 여러 이해관계자나 이익집단의 의견이 개진되고 타협을 거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계획했던 것 보다 법령개정 작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법령 개정이 완비된 이후도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실무적으로 제도가 안착하는 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무엇보다도 토큰증권을 통한 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자들에게 이 제도가 외면받지 않고 신뢰할 수 있고 매력적인 제도로 검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큰증권 제도와 관련 시장 안착엔 민·당·정의 지속적인 협력 및 연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 STO 사모펀드 발행, 50억 미만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의견엔..."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규제가 없는 가상자산 시장을 단속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규제가 명확하게 확립되기 전인 현재, 50인 미만 사모펀드로 토큰증권 발행이 자유롭게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보았다.
그는 50인 미만 사모로 STO를 한다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이야기일 수 있으나, 다양한 자산에 대해서 수많은 투자자들이 조각 투자로 참여할 수 있다는 이점을 살리기 어렵고, 사모로 하는 경우는 블록체인에서 자유롭게 유통이 가능하다는 장점과 거리가 멀 수 있기 때문에 과연 얼마나 활성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 있다는 견해를 전했다.
아울러 사모 STO에 대해서 당국의 입장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고 향후 더 보완해 보겠다는 입장이다보니,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 = 금융위 토큰증권 가이드라인 / 금융위
◇ 여전히 남아 있는 불명확성...가상자산 업계 법률 자문 수요 꾸준히 증가할 것
김 변호사는 유통시장을 장내시장과 장외시장으로 두 개로 만든다는 금융위의 발표 또한 세세하게 들어가면 여러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장내시장의 경우 블록체인을 전자증권으로 바꿔서 발행하게 해준단 이야기고, 장외거래의 경우 요건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 플랫폼들과, 증권사들을 다 할 수 있도록 열어줄 지, 혹은 소수의 거래소 몇 개만 허용해줄 지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제도가 완비된 이후에도 여전히 법령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에 법률 전문가의 자문 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거라는 설명이다.
그는 "다양한 사업자들이 시도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서 풀어주는 게 관련 시장 안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는 물론 소비자 보호체계가 마련되는 전제에서 그러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금융위나 입법부에서도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토큰증권 특성을 고려한 '토큰경제 생태계' 형성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국이 우리나라에 비해 토큰증권이나 가상자산에 대한 더 강한 규제를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김 변호사는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먼저 토큰증권 발행을 했다. 자본시장 규제 자체도 미국은 좀 다르다. 증권·상품을 누구든지 그 절차만 지키는 조건 아래 자유롭게 발행할 수 있고, 사설 블록체인으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해진 규제를 따라야 한다. 그러나 초반엔 규제 특례도 매우 많았고, 예외도 많이 둬서 간단한 절차를 지켜 STO를 많이 해왔다"라면서 "토큰증권은 규제를 준수한다는 전제에서 일찍부터 다양하게 많이 발행해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고 봤다.
미국에서는 STO를 통해 발행된 디지털 자산이 ‘증권’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하위 테스트'(Howey Test)를 통해 판단하고 있다.
Howey Test란 어떤 거래가 증권거래를 통한 투자계약인지 아닌지 여부를 판단하는 테스트로 오렌지 과수원 구획 판매를 둘러싼 Howey 사건에서 최고재판소가 1946년에 내린 판례에 근거한 판별법이다.
이 판별법에서는 ▲금전 투자일 것 ▲공동사업에 대한 출자일 것 ▲투자의 성패가 타인(기 업의 경영자 등)의 노력에 의해 이루어질 것 ▲투자프로젝트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합리적 기대가 존재할 것 등을 해당 금융상품이 '증권'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미국에서는 연방증권법에 따라 토근증권 발행 시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하거나 또는 증권법 제1933조에 근거한 등록면제 규정을 따르도록 요구하고 있다.
한편, 독일의 디지털 자산 보관 및 금융서비스 플랫폼 기업인 FINOA 자료에 따르면, 2027년까지 전세계 증권형 토큰 시장의 시가총액은 24조 달러(한화 약 3경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 = 곽선호 연구원 금융시장 브리핑 보고서 자료 발췌 / 한국금융연구원
토큰화되는 자산은 주식, 채권, 투자신탁, 부동산, 보험증권 등 금융상품뿐만 아니라 상표·특허 등 토큰화가 가능한 모든 자산이 증권형토큰으로 발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 금융위서 추진 중인 가상자산 집단소송제도...실질적 도입 효과 미비할 것
가상자산과 관련, 테라·루나 사태와 같이 피해자의 수나 피해 규모가 대규모인 사건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 가운데 발표된 집단소송제도 도입은 관련 피해자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 18일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금융위는 8쪽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증권 분야를 포함한 일반적 불법행위에 적용할 수 있는 집단소송법 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이 법안에 가상자산 분야를 추가하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대안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집단소송제도는 일부 피해자가 피해자를 대표해서 소송을 제기하면 같은 피해를 입은 다른 피해자들도 별도의 소송 없이 함께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다.
김 변호사는 "소송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들도 일정한 요건 하에 구제될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해자구제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제도 도입 자체로 관련 사업자들이 스스로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등의 부수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되어 있지만 요건이 까다로워서 많이 사용되지 못하고 있는데다가, 일반적인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는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는 상법 개정안이 2020년부터 논의되어 왔으나 여전히 도입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제도 도입의 실효성은 기대 이하라고 봤다.
그는 "금융위의 입장은 집단소송법 제정안에 가상자산 분야를 추가한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법안 자체가 신속하게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증권관련집단 소송법'이 2005년 첫 시행된 이후 최종 판결까지 난 사례는 단 6건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