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문제가 제기된 스위스 2대 은행 '크레딧스위스'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금융 시장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크레딧스위스의 최대 주주 사우디아라비아 국립은행 회장이 규제 문제로 추가 투자는 불가하다고 발표하면서 은행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SIX스위스거래소에서 크레딧스위스(CSGN) 주가는 전일 대비 24.24% 하락한 1.70 CHF에 거래됐다.
사우디 국립은행은 지난해 은행 지분 9.9%를 매입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당시 은행은 15억 달러(한화 약 1조9702억원)의 추가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날 암마르 알 쿠다이리 SNB 회장은 투자 계획을 철회한 이유에 대해 "크레딧스위스에 추가 자금을 지원하면 지분 보유 비중이 10%를 넘어 규제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은행 구조조정 계획은 지지하지만 추가 유동성은 불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에 전날까지 이미 6일 연속 하락했던 주가는 이틀 연속 사상 최저점을 경신했다. 거래량이 급격히 증가하며 여러 차례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미 자금세탁, 펀드 손실 등 여러 금융 스캔들에 휘말리며 신뢰도가 상당히 떨어진 상태였던 크레딧스위스는 최근 2021년과 2022년 연례 보고서에서 회계상 내부 통제에 중대한 취약점이 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또한 계속해서 고객 및 자금 이탈을 겪고 있다. 지난 4분기 고객 자산 약 120억 달러(15조7620억원) 상당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크레딧스위스 위기는 은행권에 대한 투자 심리를 악화하면서 다른 유럽 주요 은행 주가들도 크게 미끄러졌다.
영국 HSBC는 3.9%,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럴과 BNP파리바는 10% 이상, 독일 도이치 은행은 9.25%, 코메르츠 은행은 8.71% 하락했다.
전날 폭등했던 미국 은행 관련주 역시 다시 하락했다.
뉴욕증시에서 크레딧스위스 주가는 13.94% 내렸다. 퍼스트리퍼블릭은 21.37%, 팩웨스트 은행은 12.87% 밀려났다. 대형 은행 JP모건은 4.72%, 모건스탠리는 5.06%, 씨티그룹은 5.4% 하락했다.
시장 상황이 악화하자 스위스 국립은행(SNB)이 수습에 나섰다.
SNB는 스위스금융시장감독청(FIINMA)와 공동 성명을 통해 "CS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에 부과되는 자본과 유동성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필요하다면 크레딧스위스에 추가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형 은행 위기가 기업 부문까지 확산하면 경기침체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시장 공포 수준을 가리키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VIX는 10.16% 급등한 26.14를 기록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하락세를 보인 생산자물가지수는 은행 위기와 맞물려 금리 동결에 힘을 싣고 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동결은 45%, 0.25%p 인상은 54% 수준의 확률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