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만 이더리움 풀리는 '상하이X카펠라' 하드포크...기술 혁신 통해 시장 신뢰 잡는다

최대 지분증명(PoS) 블록체인 이더리움(ETH)이 내달 '상하이(Shanghai)' 하드포크를 예정하고 있다. 검증자가 되기 위해 스테이킹(staking, 예치)했던 이더리움과 보상 물량까지 출금할 수 있는 대형 업그레이드를 앞두고 시장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스테이킹은 스마트 컨트랙트에 일정 기간 일정량의 암호화폐를 예치하는 행위다. 이더리움은 32 ETH를 예치하면 거래 검증 자격을 부여하고 검증 활동에 따른 보상을 지급한다.

이더리움은 채굴 활동을 통해 거래 검증 자격을 얻는 '작업증명(PoW)' 블록체인으로 출발했다가 지난해 9월 '스테이킹'을 통해 거래 검증 자격을 얻는 '지분증명(PoS)' 블록체인으로 전환했다.

2020년 11월 5일 지분증명 전환을 위한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성화하고 스테이킹을 시작해, 같은 달 24일 최소 목표 물량인 52만4288 ETH를 채웠다. 이어 12월 1일 저녁 9시 지분증명 이더리움 블록체인 '비콘체인(Beacon Chain)'을 정식 출범했다.

이후 약 1년 9개월 만인 지난해 9월 15일 기존 PoW 네트워크(Eth1)와 PoS 네트워크 '비콘체인'을 결합해 합의메커니즘을 PoW에서 PoS로 전환하는 '머지(Merge, 병합)' 하드포크를 진행했다.

현재까지 이더리움 블록체인은 '스테이킹'만 지원하고 있다. 입금은 되지만 출금은 막힌 상태다.

스테이킹 이더리움은 꾸준히 늘어나 이달 28일 기준 1695만 ETH에 달했다. 총 공급량의 14%, 4일치 거래량이 스테이킹 돼 있다. 활성 검증자는 53만9514개를 넘어섰다.

머지 이후 처음 진행되는 이번 이더리움 하드포크의 핵심은 출금 기능 활성화다. 실행 레이어의 '상하이' 업그레이드와 합의 레이어의 '카펠라' 업그레이드를 결합해 '샤펠라(Shapella, 상하이+카펠라)'라고도 불린다.

실행 레이어에서 진행되는 상하이 업그레이드에는 개발자 비용을 낮추기 위한 이더리움개선안 EIP-3651, EIP-3855, EIP-3860과 함께, 비콘체인에서 실행 레이어로 출금을 실행할 수 있는 EIP-4895이 담겼다.

합의 레이어에서 진행되는 카펠라 업그레이드에도 '검증자를 위한 전체 및 부분 출금' 등 스테이킹 잠금 해제를 위한 작업이 포함돼 있다.

이더리움 개발팀은 메인넷 업그레이드에 앞서 테스트넷을 통해 정상 가동 여부, 잠재 이슈 등을 확인하고 있다. 이달 초 저장(Zhejiang)부터 28일 세폴리아(Sepolia), 내달 골리(Goerli)까지 테스트넷에서 변경 사항에 대한 리허설을 진행한다.

하드포크 목표 시기는 3월이지만 4월 초까지 지연될 수 있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 스테이킹 이더리움 출금, 매도 압력될까?

업계는 출금 기능 활성화가 이더리움 공급량과 시장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투자 효용과 기술 발전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상승 동력이 될 수 있지만, 275억 달러(한화 약 36조4375억원) 상당의 스테이킹 물량이 시장에 풀려 시세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암호화폐 투자사 갤럭시디지털 연구진은 상하이 업그레이드 이후 4~7일 동안 100만 ETH 이상이 움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더리움 전체 공급량의 0.82%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검증 자격을 위한 32 ETH과 보상 물량을 모두 출금하고 검증 활동을 중단하는 '전체 출금(Full withdrawal)'으로 최대 3만6416 ETH, 보상 물량만 출금하고 거래 검증 활동을 지속하는 '부분 출금(Partial withdrawal)'으로 최대 103만4469 ETH가 빠져나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미 활동을 종료한 검증자 1138개의 스테이킹 물량을 '전체 출금 가능 물량'으로 분류했다. 이중 20%는 강제 종료된 상태인 만큼 다시 스테이킹을 시도할 수 있지만 모두 '전체 출금'을 진행한다고 가정했다.

또한 보상 물량만 빼내는 '부분 출금 가능 물량'은 보상 평균치 2 ETH를 적용해 산출했다. 부분 출금 절반이 7일에 걸쳐 매도될 경우, 일간 이더리움 선물·현물 매도량의 1% 정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더리움 출금 절차와 처리 속도도 단기간 내 대규모 이탈을 제한할 수 있다.

이더리움이 블록당 처리할 수 있는 출금 건은 최대 16건이다. 블록당 12초로 계산하면 하루 11만5200건을 출금 처리할 수 있다.

전체 출금은 검증자가 직접 실행해야 한다. 먼저 '종료 대기열'을 통과하고 '출금 대기열'을 통과하면 출금을 완료할 수 있다. 부분 출금은 '출금 대기열'만 거치면 되는데 검증자가 출금 인증서를 업데이트한 경우에는 별도의 조치 없이 스테이킹 물량을 초과한 보상분이 검증자 주소로 자동 전송된다.

전체 출금 가능 물량 3만6416 ETH를 처리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4.5일로 예상했다. 출금 인증서 업데이트 등 부가 작업 소요 시간을 반영하면 4~7일까지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갤럭시디지털 연구진은 "검증 활동을 종료하면 보상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활동 종료를 보류하고 있는 검증자도 있을 것"이라면서 "하드포크 일정이 확정되면 활동 종료 검증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검증자, 지금 팔면 '손해'...매도 폭발 가능성 낮춰

업계는 샤펠라 하드포크가 시장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며 약세를 촉발하더라도 아주 경미한 수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금 기능이 구현되더라도 대규모 매도 압력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많은 검증자들이 현재 시세 1620 달러(한화 약 214만원)보다 높은 가격대에 진입했기 때문에 손실 상태에서 매도할 가능성은 낮다는 점은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이더리움은 2020년 12월 비콘체인이 출시됐을 때 590 달러(한화 약 78만원)였지만 2021년 11월 고점에선 4687 달러(한화 약 621만원)였다.

이에 현 시세보다 높은 가격대에 진입한 물량이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하드포크 후 즉시 매도해 수익을 낼 수 있는 물량은 40% 미만이다.

다만, 갤럭시디지털 연구진은 "지분증명 전환이나 출금 지원 이전부터 상당 물량을 스테이킹했다면 이더리움 전망에 매우 긍정적인 장기 투자자일 확률이 높다"면서 "수익 상태의 물량에서도 출금이 대량으로 발생하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이낸스 리서치는 전체 중 31%인 511만5000 ETH 만이 수익권에 있으며 나머지 1138만5000 ETH가 손실권에 있다고 봤다.

연구진은 "이더리움이 400 달러(한화 약 53원)에서 600 달러(한화 약 79만원) 수준일 때 약 200만 ETH가 스테이킹됐다"면서 "이들은 초기 검증자들로, 가장 강력한 이더리움 신봉자들"이라고 설명했다.

◇ 높은 이더리움 스테이킹 수요, 매도 압력 완화시켜

출금 기능 구현 이후 이더리움 스테이킹 수요가 더욱 높아지면서 즉각적인 매도세를 안정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지난해 약세장에도 이더리움 스테이킹 물량은 계속해서 증가하며 뚜렷한 시장 수요를 보여줬다.

자산에 대한 권리와 접근성을 개선하는 출금 지원은 투자자의 진입 부담을 한결 덜어주고, 스테이킹 진입 비용과 출금 불확실성 때문에 검증 활동을 꺼리는 투자자들을 유입시킬 수 있다.

자금이 묶이는 스테이킹의 단점을 해결한 '유동성 프로토콜'의 인기도 이더리움 스테이킹 수요를 보여준다. 이더리움 스테이킹 유동성 프로토콜 생태계는 꾸준히 성장해 현재 122억 달러(한화 약 16조1650억원)에 달하는 756만3491 ETH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리도파이낸스, 로켓풀, 스테이크와이즈 등은 이용자 대신 이더리움 스테이킹을 대신 수행하고 이용자에게 동일한 가치의 합성 토큰을 제공한다.

충분한 이더리움이 없어도 스테이킹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고, 스테이킹을 대신 수행하는 편의성도 제공한다. 또 스테이킹 물량과 동일한 합성 자산을 통해 디파이 생태계에서 유동성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샤펠라 하드포크 이후 유동성 프로토콜 생태계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에도 시장 관심이 높다. 일각에선 이더리움에서 풀린 스테이킹 물량이 사용자 편의성이 높은 유동성 프로토콜로 이동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더리움 스테이킹을 통한 수익화와 유동성 제공도 가능해지는 만큼 유동성 프로토콜 생태계가 더욱 차별화된 가치 제안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수익성, 신뢰성, 편의성 개선, 기능 고도화 등을 통해 더욱 사용자 친화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 투자 매력 더하는 '이더리움'...스테이킹 수익 개선 가능

현재 이더리움 스테이킹 수익률은 4.3%로, 전통 투자 방안인 채권과 수익률이 비슷하다. 탈중앙화 금융(DeFi, 디파이) 앱에 비해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새로운 투자 방안이다. 최대 추출 가능 가치(MEV) 등 관련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안들이 등장해 이더리움 투자 매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이더리움의 장기적인 가치 상승은 스테이킹 수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소각량이 발행량보다 많아 공급이 줄어드는 '디플레이션' 상태라는 점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이더리움 공급량은 현재 1억2237만개 상당이다. 비트코인처럼 공급량이 한정된 건 아니지만 2021년 8월 런던 하드포크에서 수수료 소각 메커니즘을 도입하면서 디플레이션 특징을 갖게 됐다.

거래 수수료가 높을수록 더 많은 이더리움이 소각되는데, 지난달 17일 마감 주간 동안 이더리움 가스(수수료) 중간값은 7개월 최고치인 27.13 기가웨이(gwei, 이더리움 최소 단위)까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