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는 15일(현지시간) 코인에이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테라 붕괴 당시의 상황과 심경을 밝혔다.
테라USD(UST)는 알고리즘 방식을 통해 달러와 가치를 연동(pegging)한 스테이블코인이다. 연계 토큰 루나와 연결성을 통해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은행을 통한 준비금 비축, 달러화와 분리된 진정한 '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을 표방하며 인기를 끌었지만, 지난 5월 72시간 만에 붕괴하며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3개월 만에 다시 언론 매체를 모습을 드러낸 테라·루나 붕괴 사태의 핵심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지난 5월 7일 주말 테라가 페깅을 벗어나기 시작한 시점부터 사건 정황을 설명했다.
권도형 대표는 자신이 싱가포르에 있었고, 아침에 누군가 상당히 큰 규모의 거래를 실행해 커브(Curve) 풀 균형이 깨진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거래 규모는 처음에 8400만 달러였는데 나중에 전체를 보니 수억 달러에 달했다. 트위터 상에서 심리가 점점 더 악화하기 시작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커브 풀과 거래하면서 매도 압력이 점점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밤사이 20억 달러를 조달하기 시작했는데, 그 사이 뉴스가 나가면서 루나에 대한 막대한 매도가 쌓여갔고, 테라폼랩스가 매각하려고 했던 토큰 가치가 급락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그는 트위터 상에서 침착한 모습을 보였었는데, 이에 대해 권 대표는 "페깅(연동)이 회복 불능이 될 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이런 위험 상황은 수차례 있었고 그때마다 페깅은 항상 회복이 됐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모든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을 때 자신이 약간의 쇼크 상태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 곳에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며칠 동안 잠을 자지 못했했고 자신도 7~8일 정도를 밤을 샜다고도 밝혔다.
권 대표는 "시간이 흐르는 걸 거의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그때 밤낮으로 무슨 일을 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본다면 거의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상태로 있었던 것 같다"면서 "모든 것이 희미하다"고 말했다.
◇테라 붕괴 정말 몰랐나...커져가는 고의성·기만 의혹
상위 10위권에 들었던 테라·루나가 하루 만에 무너지면서 암호화폐가 주장하는 '무신뢰(trustless)' 방식이 결국 ‘운영하는 사람들’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라는 아이러니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허점을 이용해 권도형 대표가 설계 상의 부실을 인지하면서도 고의적으로 시장을 기만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테라 커뮤니티에서 인플루언서로 활동했던 '팻맨(FatMan, @FatManTerra)'은 "테라는 훌륭하게 위장된 사기"라며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에 대한 집단 소송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권도형 대표는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고의성' 의혹을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사익을 위해 이 같은 일을 꾸몄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면 (테라·루나 프로젝트는) 가장 어리석은 방법이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5년과 모든 평판을 걸었다는 점, 딸 이름까지 (루나라고) 지어 얼마 안 돼서 인터넷에서 가장 증오 받는 사람을 만들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권 대표는 "지난 5년 동안 깨어있는 모든 순간 동안 생태계와 커뮤니티를 구축했다"면서 "어떤 마음인지 설명할 길이 없다. 내가 주장한 많은 신념과 추측들이 틀렸다는 걸 알았을 때 상당히 처참했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커뮤니티의 많은 사람들이 돈과 평생 저축한 돈을 잃었다. 테라 위에 구축된 다른 프로젝트도 비슷하게, 아마 더 나쁜 경험을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 대표는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은 일어난 모든 일에 솔직해지는 것이고, 내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