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는 15일(현지시간) 코인에이지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을 테라의 준비금으로 채택한 것은 암호화폐 생태계에 대한 과신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테라는 달러와 동일한 가치를 유지하는 스테이블코인이다. 이를 위해 달러 준비금이 아니라 연계 토큰 '루나'와의 연결성을 이용한 알고리즘 방식을 채택했다. 지난 5월 페깅(연동)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붕괴했다.
테라가 큰 인기를 얻었던 주된 요인 중 하나는 예치금에 연 20%의 이자가 발생하는 '앵커 프로토콜'이었는데, 이러한 지속 불가능한 이자율을 제시한 것에 대한 우려는 붕괴 이전부터 있어왔다.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공동창시자는 "연 20%에 가까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진짜' 투자는 없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절대주의자인 샘슨 모우 전 블록스트림 임원도 "20%의 수익을 원하면서 그 수익이 어디서 발생하는지 생각해보지 않았다"면서 테라·루나 사태는 그저 '탐욕'의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같은 이자율 설정에 대해 내부 반대가 있었다는 소식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에 대해 테라폼랩스 대표는 오히려 "초기에 앵커를 통해 사람들이 원하는 이자율은 수천 % ARP(연이율)이라는 내부 합의가 있었다"면서 "당시에는 (20%)가 더 낮은 이자율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는 것이 나중에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앵커가 거의 17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흡수하자 '절대적인(untouchable)'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던 권 대표는 "매일 매일 테라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느꼈었다"며, 붕괴 가능성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준비금, 테라 안정성 아닌 생태계에 대한 신뢰로 시작한 일
인터뷰를 진행한 코인에이지의 잭 구즈먼은 비트코인 준비금 운영은 테라와 루나가 원래 약속한 '준비금 없이도 완벽하게 작동하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에서 벗어난 것임을 지적하며 왜 비트코인 준비금을 운영하게 됐는지 질문했다.
샘슨 모우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 테라 개발팀이 사실상 테라가 잘 작동할 거라고 믿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권 대표는 비트코인 준비금 운영은 테라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취한 작업이 아니라 비트코인을 신뢰했기 때문에 시작한 작업이라고 답했다. 그는 "비트코인을 시작으로 다양한 담보물을 추가하면 테라가 모든 암호화폐를 위한 탈중앙화 화폐가 될 진정한 기회를 갖게 될 거라고 믿었다"고 밝혔다.
이어 "비트코인을 이용하기 시작한 건 비트코인이 가장 탄력적이고 가장 편향성이 없는 디지털 화폐라고 믿었기 때문"이라면서 "경제적인 안정성을 위한 최적화 작업이었다면, 아마 다른 스테이블코인을 준비금으로 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권 대표는 "다른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너무 강하게 믿었던 것 같다"면서 "솔직히 이렇게 많이 떨어질 줄 몰랐다"고 시인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80%씩 하락했었다는 걸 알지만, (테라 붕괴 전) 암호화폐 기반 경제 산출량, 산업 유입 인구, 개발 인구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고 생각했다"면서 "분산된, 완전히 새로운 상품으로서 회복력을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았지만, 결국 내가 틀린 것"이라고 말했다.